MIU MIU 2026 SS 컬렉션
“패션계에서는 항상 화려하고 부유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삶이 매우 힘들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합니다.”
– 미우치아 프라다
미우미우 2026 SS 컬렉션이 열린 파리 이에나 궁(Palais d’Iéna)의 베뉴는 노란 PVC 커튼과 네온 핑크 바닥, 미드센추리풍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식당을 연상시키는 블루, 그린 컬러의 포마이카 테이블과 의자들이 객석이 되어 마치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선 듯한 풍경을 완성했다. 이번 시즌의 주제는 ‘일하는 여성(Working Women)’. 미우치아 프라다는 “앞치마는 공장에서 집까지, 역사 속 여성들의 실제 삶을 담고 있습니다. 보호와 보살핌의 상징이자, 여성의 노고와 고난을 상징합니다”라며, 그동안 패션에서 조명되지 않았던 여성 노동의 가치에 주목했다.
일상적인 앞치마에서 출발했지만, 이를 탐험하는 과정 중에 포착한 영감은 풍부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도로테아 랑에(Dorothea Lange)와 헬가 파리스(Helga Paris)의 다큐멘터리 사진, 루이스 부뉴엘(Luis Buñuel)의 영화 <방 안의 여인의 일기(Le Journal d’une Femme de Chambre)>, 그리고 루이 말(Louis Malle)의 <인간, 트로프 인간(Humain, trop Humain)>를 언급했다. 특히 마지막 영화는 프랑스 렌(Rennes)의 시트로엥 공장에서 촬영된 작품으로, 미우치아 프라다는 영화를 통해 ‘여성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전한다.
컬렉션의 오프닝은 배우 산드라 휠러(Sandra Hüller)가 장식했다. 워크 재킷 위에 파란 앞치마를 두르고 등장한 그녀는 노동의 무게와 고단함을 이야기하는 얼굴이었다. 이어 남녀 모델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런웨이를 걸었다. 런웨이에는 전문 모델 이외에 배우 밀라 요보비치(Milla Jovovich), 헤일리 게이츠(Hailey Gates), 리처드 E. 그랜트(Richard E. Grant), 토와 버드(Towa Bird), 사틴 배송(Sateen Besson) 등 배우, 음악가, 포토그래퍼,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해,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같은 런웨이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앞치마는 무채색 산업용 캔버스에서 수공예 자수, 꽃무늬 프린트, 섬세한 레이스, 크로셰, 가죽 등으로 확장되어, 실용성과 장식의 경계를 허물었다. 원피스처럼 입거나, 워크 재킷과 가죽 재킷 위에 레이어드한 모습은 기능적인 동시에 시적이기도 했다. 컬렉션 전반에 걸쳐 가정부, 용접공, 웨이트리스, 공장 노동자 등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상징이 있었다. 보호용 슬리브, 공구 가방, 카라비너, 우븐 벨트 등 ‘일의 도구’가 액세서리로 재해석된 것도 흥미로웠다.
할머니의 손끝에서 탄생한 니트웨어, 알록달록하지만 묘하게 조화로운 색채 팔레트가 앞치마로 점철된 컬렉션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여기에 실용적인 아메리칸 프렙 감성이 더해졌다. 스카프와 벨트가 얽힌 듯 겹겹이 쌓인 목걸이, 앞치마 틈새로 드러난 란제리와 블루 셔츠와 함께 그레이 카디건, 폴로셔츠, 치노 팬츠 등 일상적인 아이템들이 어우러졌다. 오렌지, 레드, 블루로 이루어진 폴로셔츠와 스커트의 조합은 괴짜스럽지만 자유로운 젊은 감성을 드러냈다. 이런 ‘힙하고 과감한’ 스타일링은 로타 볼코바(Lotta Volkova)가 맡아 특유의 에지 있는 실험정신으로 완성한 것이다.
미우미우 2026 SS 컬렉션은 단순히 워크웨어의 재해석이 아닌, 오랜 시간 조명 받지 못한 여성들의 노동의 가치를 찬미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부재 속에 이런 목소리를 내어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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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Miu Mi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