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하고 아름다운 것, 26 SS 맥퀸 컬렉션

명수진

MCQUEEN 2026 SS 컬렉션

여왕을 숭배하면서도 그것을 뒤틀고자 하는 욕망이 영국인들의 마음 속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걸까?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는 리 맥퀸으로부터 물려받은 전복의 유전자를 폭발적으로 드러냈다.

션 맥기르의 첫 여성복 단독 컬렉션인 2026 SS 맥퀸 컬렉션은 거칠고 원초적인 한 편의 퍼포먼스였다. 사운드트랙에서 으르렁거리는 야성적인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교도적 축제와 환각적인 레이브가 교차했다. 런웨이 중앙에 세워진 거대한 메이폴(Maypole) 구조물이 신비로움을 더했다. 이는 아일랜드의 예술 단체 ‘아마 라이머스(Armagh Rhymers)’에서 제작한 것으로, 헴프 리본과 천연 나뭇잎, 코르크 등의 소재로 만들어 지속가능성을 고려했다.

션 맥기르는 이번 쇼의 모티프를 1973년의 영국 공포 영화 <위커 맨(The Wicker Man)>에서 가져왔다. 스코틀랜드의 외딴섬을 배경으로 자연, 신앙, 욕망이 충돌하는 이야기로, 션 맥기르는 그 안의 억눌린 욕망과 해방의 감정에 주목했다. 컬렉션은 통제와 굴복 사이 관능적인 긴장감을 그려냈다. 리 맥퀸이 1990년대 초창기 컬렉션에서 선보여 일종의 컬트가 된 범스터(Bumster) 팬츠가 다시 등장했다. 허리선이 치골까지 내려오는, 지금 봐도 파격적인 범스터 스타일을 션 맥기르는 깔끔한 네이비 울 팬츠나, 발목까지 내려오는 지퍼 디테일을 더한 버전으로 다채롭게 변주했다. 여기에 버클 하드웨어를 달아 허리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든 절충적 아이디어도 더했다. 하지만 런웨이 위에서 범스터 팬츠의 데님 버전은 깊은 지퍼 슬릿으로 엉덩이가 노출되게, 상당히 도발적으로 연출됐다. 원초적 본능을 대담하게 드러내는 스타일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속박의 상징이었던 코르셋은 자카드와 가죽으로 재해석되어 전통적 규범에서 벗어났고, 깊은 컷아웃으로 관능미를 극대화했다.

19세기에 유행한 나폴레옹 재킷과 셔츠 역시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가운데 맥퀸 특유의 예리한 테일러링을 드러냈다. 션 맥기르는 ‘영화 <위커 맨> 속 제복을 입은 경찰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떠올리며’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클래식 재킷의 프로깅(Frogging)과 견장 등의 요소는 티셔츠의 부분 디테일로 종종 활용됐다. 이 밖에 현대적인 항공 점퍼를 크롭트 기장으로 재해석한 뒤 이를 마이크로 미니스커트와 매치하거나, 니트 아플리케를 촘촘히 장식한 할머니 감성의 카디건에 터프한 카키 팬츠를 매치한 감각도 신선했다.

교미하는 곤충, 불꽃, 탐스러운 꽃을 모티프로 한 자수와 프린트는 강렬한 생명력과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종국에는 모든 것이 불타오르며 아름답게 산화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듯, 밑단에 프린지를 장식한 메탈 니트 크롭 톱, 갈기갈기 찢긴 블랙 & 레드 원피스, 번아웃 레이스 팬츠는 격정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다. 마지막 세 벌의 드레스는 하이라이트 답게 강한 여운을 남겼다. 가시덤불 같은 골드 자수에 화이트 깃털을 더한 드레스, 하늘로 날아갈 듯 공중으로 커다랗게 휘날리는 실크 패러슈트 드레스는 신화적인 느낌마저 풍겼다.

“우리는 질서의 이름으로 본능을 절제하며 자연에 맞서 싸웁니다. 뿌리 깊은 욕망과 타고난 충동을 충족시키며 양보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 원초적인 욕구를 자극하고 복종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션 맥기르가 의미심장한 질문을 남겼다. 불황 속에 조심스러움이 가득한 파리 패션위크에서, 오랜만에 만난 불경한 아름다움은 짜릿했다.

영상
Courtesy of Mc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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