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 신을 움직이는 건 결국 DJ다.
플로어의 반응에 따라 구조를 바꾸고, 도시의 밤에 리듬을 입힌다. 지금 글로벌과 서울의 밤을 다르게 울리고 있는 DJ 및 뮤지션들의 세계를 따라가봤다. 무대는 달라도, 각자의 손끝으로 지금 이 밤을 설계 중인 이들이 여기 있다.

포토그래퍼ㅣMaciek Požoga
스타일리스트ㅣFlora Huddart
헤어ㅣAli Pirzadeh at Streeters
어시스턴트ㅣAlex Soroka, Brigitte Kovats
Global Now
이제 스마트폰은 뒤로하고, 현실 세계에 다시 접속할 때다. 현재 글로벌 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 신에서 ‘라이징’으로 호명되고 있는 뮤지션들은 공히 말한다. ‘진정한 음악은 화면이 아니라 귀로 즐겨야 한다.’ 지금 당장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스크린이 아닌 클럽으로 달려가야 할 이유를 그들에게 물었다.

포토그래퍼ㅣJONAS UNGER
스타일리스트ㅣNIKI PAULS
헤어ㅣDORA ROBERTI FOR PAUL MITCHELL AT BLEND MGMT
메이크업ㅣALESSIA STEFANO FOR ANASTASIA BEVERLY HILLS AT BLEND MGMT
어시스턴트ㅣCHARLOTTE IAVARONE
로케이션ㅣMAGAZZINI GENERALI (투홀리스)
당신이 몰랐던 사실이 있다. 현재 글로벌 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 신에서 가장 핫한 뮤지션은 사람이 아닌 ‘말’이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DJ 호스걸(HorsegiirL)은 오로지 동물들을 위한 공연을 해왔으나 전설의 가수 휘트니 호스턴(휘트니 휴스턴을 패러디한 이름)에게 발탁된 후 사람들을 위한 무대로 진출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My Barn My Rules(내 헛간, 내 규칙)’와 ‘Material Hor$e(물질주의 암말)’처럼 말을 테마로 한 히트곡으로 인간 세계에 데뷔했다. 2022년부터 그녀는 갈수록 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자신의 팬덤 ‘농장부대(Farmies)’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들은 코첼라 같은 뮤직 페스티벌과 베르크하인 같은 유명 클럽에서 그녀의 초현실적이고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를 보기 위해 기꺼이 줄을 선다. 농장부대는 호스걸의 신비를 지키는 데 열성적이다. 스텔라 스탤리언(Stella Stallion)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 중인 호스걸은 지금까지 얼굴이나 본명을 공개한 적이 없다. “사람들은 언제나 전설에 열광하죠.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이야기는 우리를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거대한 제국을 세울 뿐 아니라 무너뜨리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그녀가 말했다.
호스걸은 극단적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지만, 이는 자기만의 독특한 환경을 조형해가는 신진 뮤지션들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사례에 속한다. 여기에는 투홀리스(2hollis), 막달레나 베이(Magdalena Bay), 퍼커스(Fcukers), LSDXOXO, 오클루(Oklou)같은 실험적인 아티스트들도 포함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음악 산업은 Z세대가 소소하고, 평범하고, SNS 알고리즘에 잘 맞는 공감형 아티스트를 원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이 아티스트들은 마치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키는 버그처럼 느껴진다. 무한 스크롤 감옥에서 다른 우주로 빠져나가는 출구 같기도 하다. 이 신진 뮤지션들의 팬들은 화면 너머가 아닌 현실 속에서 그들을 체험하고 싶어 한다. 실제로 작년 글로벌 공연 기획사 ‘라이브 네이션’은 콘서트 관객 수가 전년 대비 4%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를 제친 콘서트 티켓 최대 구매층으로 떠올랐다. 10대와 20대 초반의 청춘들이 음악을 듣는 장소와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사람들은 현실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싶어 해요.” 현재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미국 출신 DJ 겸 뮤지션인 RJ 글래스고(Glasgow), 일명 LSDXOXO의 말이다. LSDXOXO는 메인스트림 팝, 언더그라운드 테크노, Y2K 이모 감성이 섞인 독특한 음악을 선보이며 등장했다. 퀴어 레이브 신에서 출발한 그는 메인스트림 라인에 합류하면서 레이디 가가의 리믹스를 만들고, 비욘세의 오프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요즘의 젊은 관객은 판타지 세계 안에 머물기를 강렬하게 원하는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포토그래퍼ㅣFLORIAN THOSS
스타일리스트ㅣNIKI PAULS
헤어&메이크업ㅣOLIVIA NWACHUKWU FOR TYPOLOGY
어시스턴트ㅣTIM REINMANN (LSDXOXO)
LA에서 활동 중인 신스팝 듀오 막달레나 베이(Magdalena Bay)는 수년 전 모든 음악업계 관계자들이 은밀히 바라는 것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자신들의 노래가 틱톡 바이럴을 일으키면서 큰 실적을 거둔 것이다. 멤버 미카 테넨바움(Mica Tenenbaum)에 따르면 2019년 이들의 싱글 ‘Killshot’은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관심 끌기용 쇼츠 영상의 인기 배경음악이 되었지만, 그녀는 그런 알고리즘의 흐름을 좇는 데 별 관심이 없었다. “회사 사람들은 저희에게 틱톡 인플루언서가 되거나 속마음을 고백하는 유형의 영상을 제작하길 원했어요. 하지만 저희는 그런 작업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답니다.” 멤버 매튜 르윈(Matthew Lewin)의 말을 듣고 미카 테넨바움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 “저희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누군가가 음악을 듣는 경험보다 더 개인적이고 진정성 있는 건 없어요. 저희가 브이로그를 찍는 데 열을 올릴 이유도 없고요.” 한편 DJ 홀스걸 역시 이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는 이런 태도가 록스타와 인플루언서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인플루언서는 자신이 하는 아주 작은 일 하나하나까지 다 보여주려고 해요. 반면, 록스타나 팝스타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라고 말하게 만들죠.”
막달레나 베이는 지극히 개념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오페라로 명성을 높였다. 이들의 앨범과 뮤직비디오, 연극적 요소가 가득한 라이브 공연은 하나의 DIY 공상과학 세계관으로 연결되며, 그 안에는 ‘닥터’라는 붉은 옷을 입은 별 모양 얼굴의 남자처럼 세계관을 위해 창조해낸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실제로 코스튬을 갖춰 입은 캐릭터들과 ‘기괴한 로봇 마네킹’은 그들의 무대를 채우는 소중한 요소다. “저희의 세계관을 이루는 여러 장치와 느슨한 내러티브, 의상 체인지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진 특별한 무대로 진화하고 있어요.” 미카 테넨바움이 설명한다. 작년 9월 이후로 이들은 클럽 투어를 거의 쉬지 않고 이어가고 있으며, 이 스케줄은 10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한편, 2004년생의 젊은 뮤지션 투홀리스(2hollis)는 원래 온라인 활동으로 자리를 잡은 인물이다. 2016년 그는 드리피수프(Drippysoup)라는 이름으로 사운드 클라우드에 판타지 요소가 다분한 곡을 올리며 활동을 시작했다. “앨범 하나하나에 맞춰 기획한 자료들이 문단 단위로 수십 개씩 저장돼 있어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앨범에도 제가 직접 녹음한 5시간짜리 음성 메모가 있고요.” 현재 그가 쓴 가사 속에는 실연이나 짝사랑처럼 좀 더 개인적인 주제가 녹아 있지만, 무대에서는 여전히 현실 도피적인 정서가 흐른다. “제 팬들은 투홀리스 공연에 가면 온몸을 미친 듯이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면에서 갈무리되지 못한 에너지와 황홀함을 발산하는거죠. 말 그대로 음악에 취하고 들떠서 서로 부딪치고, 몸을 휘두르고, 소리 지르고, 뛰고, 웃는 거예요.” 그가 말했다.
몸으로 경험하는 해방감은 오늘날 가장 강렬하게 요구되는 감정이기도 하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자음악 듀오 퍼커스(Fcukers)는 기타 사운드가 섞인 댄스 음악을 선보이며, 라이브 공연과 입소문만으로 팬덤을 키워왔다. 두 멤버 샤니 와이즈(Shanny Wise)와 잭슨 워커 루이스(Jackson Walker Lewis)는 수년간 각기 다른 인디 록밴드에서 활동했고, 루이스가 자신의 90년대 스타일 댄스 트랙에 보컬을 얹기 위해 와이즈를 영입하면서 함께하게 되었다. 2023년, 브루클린의 한 무대에서 열린 두 사람의 첫 라이브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자정에 공연이 시작됐고, 모두 무언가에 홀린 듯한 상태였어요. 그냥 미친 듯이 놀았던 것 같아요. “A&R 관계자들이 와서 ‘이 밴드는 도대체 첫 공연에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모은 거야?’라는 반응이었죠.” 당시를 회상하며 두 사람이 말했다. 퍼커스의 상승세는 폭발적이었다.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이 직접 두 사람을 셀린느 파티의 DJ로 지목했고, LCD 사운드시스템(Soundsystem)의 제임스 머피(James Murphy)와 MGMT의 앤드루 반와인가든(Andrew Vanwyngarden)과도 협업했다. 현재 퍼커스는 데뷔 앨범을 작업 중이다.

포토그래퍼ㅣTess Petronio
스타일리스트ㅣFlora Huddart
헤어&메이크업ㅣKevyn Charo
어시스턴트ㅣTomoya Fujimoto, Terry Lospalluto
생생한 현실 체험을 추구하는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몇 시간의 쾌락을 즐기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프랑스 출신의 오클루(Oklou)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여성 DJ 그룹의 멤버로 처음 이름을 알렸지만, 올해 2월에 발매된 그녀의 데뷔 앨범 는 신경을 자극하는 강렬한 어퍼 감성보다 차분하고 몽환적인 다운 계열에 더 잘 어울리는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다. <피치포크(Pitchfork)>는 오클루의 음악을 Y2K 사운드와 중세 멜로디가 혼합된 매력적인 사운드라고 호평했고, 그녀의 공연은 모든 것을 감싸안은 고요한 고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연장 전체를 감싸는 커다란 흰색 천이 있어요. 빛과 그림자를 제대로 연출하고 싶어서 조명팀과 긴밀하게 협력해 연출했죠.” 그녀가 말했다. 작년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앨범 발매를 미룰까 고민했지만, 결국 안정기를 넘어설 때까지 투어를 이어갔고, 올해 하반기에는 북미 투어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매력적인 아티스트들의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는 앞으로 분명 늘어날 테지만, 호스걸에게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 “틱톡을 아무리 오래 본다 해도 결국엔 좀 허무한 기분이 들어요. 진짜 현실에서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게 훨씬 더 재밌거든요.” 이 신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음악은 더 이상 음원 스트리밍 앱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음악은 공간이며, 상황이며, 함께 만들어가는 감각의 환경이다. 호스걸이 말한 것처럼, 그것은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이며, 그 힘은 지금 다시, 육체와 공간을 되찾는 리듬 속에서 회복되고 있다.
글ㅣKyle Munzenrieder(<더블유> US 시니어 뉴스 에디터)
Seoul Now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은 더 이상 일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장르, 세대, 취향, 리듬, 밀도가 층층이 겹치는 살아 있는 생태계로, 그 어느 때보다 신이 빠르게 진화 중이다. 새로움이 밀려드는 밤, 지금 서울이란 도시는 뜨겁게 춤추는 중이다.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닮았다. 빠르게 움직이고, 낯선 에너지를 품고, 매일 새 얼굴을 맞이한다. 클럽을 돌아다니는 일은 단순한 유흥이 아니라 서울의 심도를 읽어내는 방식이다. ‘어디가 핫하다’, ‘누구는 어디에 간다’ 같은 정보를 따라가며 시작해 곳곳을 즐기다 보면 신뢰할 수 있는 DJ, 맘에 드는 공간, 믿고 노는 댄서를 만난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놀고 싶은지를 조금씩 알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믿고 노는 사람’이 된다.
‘DJ 풀’은 그런 믿음을 만드는 인물이다. 오랫동안 ‘하입’을 이어가는 그는 매주 서울 어딘가의 베뉴에서 놀고 싶은 사람들을 줄 세운다. 그가 서울 클럽에 없는 날이라면? 분명 해외 무대가 그의 순서를 기다리는 중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일을 “놀자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정의한다. “클러빙은 멀리서 봤을 땐 어떤 사람들이 향유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봤을 땐 너무나 빠른 주기로 사람들이 나가고 들어와요. 상대적으로 어린 층이 주도하는 곳이죠. 그들은 놀고 싶어 해요. 그러면 그냥 놀게 해줘야죠.” 그가 지난 5월 발표한 첫 EP 도 실제 클럽에서의 반응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의 움직임과 환호가 트랙의 구조를 결정한 셈이다.

서울 언더그라운드 클럽 신의 핵심은 ‘밀도’다. 여타 도시가 클럽에서 다른 클럽으로 옮겨가려면 최소 20분 이상 걸어야 하는 것과 달리 이태원, 홍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장르의 클럽이 촘촘히 모여 있다. 파우스트, BBCB, 링, 헤르츠, 케이크샵 같은 공간은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모두 도보 5분 안에 갈 수 있다. 각 클럽이 가진 고유의 색이 다른 만큼, 관객은 그날의 기분, 취향에 맞춰 클럽을 고를 수 있다. 클럽 간의 이동이 ‘장르 간 이동’과 거의 같은 속도로 가능하다는 점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주목받는 이름이 바로 ‘쿼터 파운더’ 크루다. 마비스타, 코지스트, 하디 셋으로 이루어진 쿼터 파운더 크루는 UK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음악을 만들고 선곡하며 서울 클럽 신의 방향성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CR)’ 크루, SM 엔터테인먼트의 전자음악 레이블 ‘스크림레코즈’와 함께 올해 6월 글래스톤베리에 참여했다. 멤버 마비스타는 말한다. “여러 국가에 다녀보며 느낀 건데, 한국 사람들이 훨씬 잘 놀아요. 유럽, 특히 영국은 특정 몇몇 장르가 강세다 보니 거기에 맞추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코지스트가 예를 들었다. “최근 한국 사람들의 시야가 확실히 넓어졌어요. DJ도 관객도요. 얼마 전 볼레로라는 베뉴에서 틀 때 ‘너무 강한 음악은 틀면 안돼’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그냥 센 음악을 틀었거든요. 그런데 반응이 엄청나게 좋은 거예요. 또 다른 예로 ‘파사파사’ 크루가 완전 브라질 바일레 훵크를 틀었을 때도, 다들 익숙지 않은 장르인데 소리 지르고 놀더라고요.” DJ 풀은 이 현상이 바로 서울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가치라고 강조한다. “전 세계를 다녀봐도, 서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끈끈하게 노는 도시는 없어요.”

이런 ‘즉각적인 반응성’에 대해 ‘넷 갈라’도 이야기한다. 넷 갈라는 서울 각처의 클럽에서 시작해 지난 2023년 서울에서 열린 보일러룸에서 DJ 셋을 선보이고, 루이 비통의 2023년 캠페인 필름에 음악으로 참여하며 DJ, 뮤지션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전개 중이다. 그가 지난해 발매한 정규 1집을 통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서울 클럽은 단위 면적당 밀도가 높아서, 관객의 반응이 바로 와요. DJ도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어요. 선택지가 많잖아요.” 최근 서울에는 보일러룸과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비롯해 ‘하이테크 서울’, ‘에어하우스’ 등 로컬 대형 전자음악 이벤트가 자리 잡았고, 이를 경험한 강남 일대의 대형 클럽과 페스티벌 관객들이 언더그라운드 클럽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넷 갈라는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더 ‘좋은 파티’를 찾게 된다고 말한다. “지금은 대형 이벤트나 틱톡, 유튜브를 통해 유입된 사람들과 기존 관객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그 과정에서 진짜 좋은 파티와 DJ는 분명 인정받을 거예요. ‘PTSD’나 ‘김치팩토리호미즈’, ‘인터내셔널’의 파티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가 있어요. 음악 자체에 힘을 싣고,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면 사람들은 분명 알아봐요.” 쿼터 파운더 크루의 코지스트 역시 변화를 느낀다고 말한다. “요즘은 음악 틀고 내려오면 ‘방금 DJ 누구예요?’ 하는 사람이 많아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왔을 텐데, 음악 하나로 반응하는 거죠.”

유입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바이럴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보고, 그들의 콘텐츠를 몸으로 직접 느끼기 위해 클럽을 찾는다. ‘몰리 얌’은 사람들을 인터넷에서 클럽으로 끌어오는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그의 싱글 ‘Burning Slow’는 인스타그램에서 3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그전부터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몇십만 명의 주목을 끈 인물이다. “스크린 속 세상에 존재하던 인물을 실제로 마주할 때의 쾌감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몰리 얌은 이 과정을 중독이라고 말한다. “콘텐츠에 중독되고, 클럽에 와서 사운드와 제 음악에 중독되고, 그 과정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과정에 중독되는거죠.”
하지만 그는 분명히 말한다. 음악이 먼저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음악을 찾아요. 그게 없다면, 바이럴도 없었겠죠.” DJ 풀도 이에 공감한다. “예전보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나, 절정을 만들 때의 의도를 관객이 더 잘 이해해요.” 쿼터 파운더 크루는 요즘 관객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정말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예요. 새로운 리듬, 새로운 구조에도 열려 있고요. 음악을 다르게 듣는 사람들이 들어온 거예요.”
서울 언더그라운드 클럽은 지금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놀기를 원하고, 서울의 뮤지션, DJ들은 음악을 만들고 또 들려준다. DJ 풀은 변화할 한국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미래를 이렇게 그린다. “클럽은 노는 곳이에요. 그러면 내가 놀 수 있는 걸 해야죠. 그게 진짜라면, 열 명, 백 명, 천 명이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계속 그렇게 쌓여가겠죠. 우리가 만들고 들려주는 음악에 맞춰서.”
글ㅣ심은보(프리랜스 에디터)
포토그래퍼ㅣ이창민
- 포토그래퍼
- VARIOUS PHOTOGRAPHERS
- 프리랜스 에디터
- KYLE MUNZENRIEDER, EUNBO SH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