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허리에 주목하라, 새로운 남성복 트렌드

김민지

허리를 드러내고 졸라매야 하는 남성복 실루엣의 뉴 트렌드

남성복에서 허리선은 오랫동안 감춰져왔다. 그런데 최근의 패션 트렌드는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허리를 강조하며, 단순히 옷을 입는 차원을 넘어 실루엣 전체를 재구성하고 있다. 잘라내고, 조이고, 덮고, 묶는 다양한 방식으로허리 선이 남성복 실루엣의 주인공 자리에 오른 것. 허리를 어떻게 드러내고 졸라매느냐가 새로운 스타일의 기준이 되고 있다.

허리선이 강조된 테일러링 재킷, 팬츠는 디올 맨 제품.

남성복에서 테일러링은 더 이상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디올 맨, 블루마린을 비롯한 유수의 하우스들이 어깨의 구조적 힘을 유지하면서도 허리선을 과감히 집어넣었다. 절개선과 다트를 활용해 만들어진 이 ‘Nipped Waist’는 신체의 곡선을 드러내고, 체형을 보다 우아하고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제 슈트는 단순히 격식을 위한 옷이 아니라, 체형을 연출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진화하고 있다.

크롭트 보머 재킷과 레이스 톱, 팬츠는 맥퀸 제품

허리를 강조하는 또 다른 방식은 아예 재킷의 길이를 잘라내는 것이다. 크롭트 재킷은 허리선 위에서 끊기며 하체를 길어 보이게 하고, 상반신과 하반신의 비율을 재편한다. 루이 비통, 버버리, 발리 등 많은 컬렉션에서 짧은 아우터로 허리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남성복의 전통적인 비율 공식을 흔들고 있다.

데님 팬츠와 커머밴드, 셔츠는 우영미, 이어링은 프라다 제품.

전통적인 슈트의 액세서리였던 커머번드가 다시 돌아왔다. 이브닝 슈트와 턱시도에 주로 사용되던 이 허리 장식은 허리를 덮고 감싸 실루엣을 한층 슬림해 보이게 하며, 동시에 장식적 화려함까지 더한다. 돌체앤가바나, 자크뮈스, 디젤 등의 브랜드는 각자의 방식으로 커머번드를 활용해 모던한 실루엣을 즐긴다.

허리 밴드가 접힌 디테일이 특징적인 팬츠, 화이트 셔츠는 지영 킴, 슈즈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제품.

이번 시즌의 팬츠는 허리를 위한 무대로 진화했다. 허리 밴드를 접거나, 여러 겹으로 레이어드한 스타일이 등장하면서 허리선 자체가 장식적 요소가 된 것. 킴 존스의 마지막 디올 맨 컬렉션에서는 팬츠의 허리 밴드를 접어 연출해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며, 유려한 실루엣을 연출했다. 에곤랩, 준지 역시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뒤로 접어 연출하며 허리에 시선을 모은다. 포멀한 스타일, 스트리트 스타일 등 다양한 스타일링 속에서 실험적이면서도 실용적인 포인트로 작동했다. 

가죽 트렌치코트와 안에 입은 슈트, 스트라이프 셔츠와 넥타이, 가죽 장갑은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제품.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바로 재킷을 끈이나 벨트로 졸라매는 것이다. 두꺼운 스트랩부터 얇은 슈스트링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허리를 묶어 연출한다. 릭 오웬스는 과장된 실루엣 위에 끈을 더해 허리선을 강렬하게 강조했고, 돌체앤가바나는 이중 벨트와 얇은 스트랩으로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변주를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스스로 실루엣을 조절할 수 있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포토그래퍼
김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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