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요정으로 변신한 왕년의 공주님.
앤 해서웨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전 청순하고 순수한 공주님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리곤 답답해 보일 정도로 성실하고 열정적인 패션 에디터의 모습도 생각나죠. 공통점은 밝고 따뜻하고 지적인데 우아함까지 갖췄다는 거예요. 그랬던 그녀가 이번 파리 패션위크의 발렌시아가 쇼에서 전혀 다른, 어둠의 세계 보스 같은 옷차림을 하고 등장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평소 앤 해서웨이가 절대로 입지 않을 것 같은(알고 보면 핑크와 꽃무늬를 좋아하죠) 올 블랙이라는 점입니다. 어두운 밤에도 포기하지 못할 새까만 선글라스부터 뾰족한 발끝의 하이힐까지 모두가 블랙이었어요.

메인 조합은 단순했습니다. 티셔츠에 와이드 팬츠를 입은 듯했거든요. 알고 보면 티셔츠의 뒷부분은 마치 케이프처럼 길게 늘어뜨려 드레시한 효과를 주었죠. 단숨에 시선을 빼앗는 이 티셔츠의 프린트는 바로 파리의 상징, 몽마르트르 언덕에 자리한 사크레쾨르 대성당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좀 기괴했어요. 당장이라도 드라큘라가 뛰쳐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의 성당 이미지엔 그와 마찬가지로 드라큘라 영화에서나 쓸 법한 디자인으로 발렌시아가 로고를 넣었죠.

오묘하고 그로데스크한 이 무드는 팔꿈치 위로 올라오는 기다란 오페라 글러브와 반 하트 형태의 미니 백이 완성해 주었습니다. 새까만 가죽 소재가 주는 이질감, 시크함을 강조했어요. 무엇보다, 순백의 화이트 드레스가 어울릴 것 같았던 앤 해서웨이가 이토록 시크하고 아름답게 다크 무드를 소화하다니! 그 반전이 선사하는 놀라움이 컸죠. 다음엔 악녀가 되어 나타나도 꽤 잘 어울릴 것 같군요.
- 사진
- Splash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