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와 해방,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향한 새로운 탐구.

맥퀸의 2026 SS 컬렉션은 인간의 본능과 질서, 그리고 해방의 감정을 탐구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SEÁN MCGIRR)는 “우리는 본능을 억누르고 질서를 위해 자연에 맞선다. 하지만 그 질서를 풀어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으로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이번 컬렉션은 그 질문에 대한 맥퀸식 대답이다.
로빈 하디의 영화 위커 맨(The Wicker Man, 1973)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은 억눌린 욕망과 자유로움 사이의 긴장을 표현한다. 제복은 해체되고, 재킷은 도시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재구성했다. 비대칭으로 잘린 포켓과 절제된 실루엣은 맥퀸의 테일러링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유니폼 소재로 만든 뷔스티에 드레스, 몸을 따라 조여지는 셔츠와 포플린 드레스, 낮게 걸쳐진 스커트와 팬츠 등은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태가 변한다. 상징적인 ‘범스터’ 팬츠는 광택 있는 메탈 버클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번 시즌의 중심에는 ‘몸’이 있다. 코르셋 디테일은 전통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고 유연한 구조로 바뀌었다. 곤충 무늬의 프린트와 스프레이 페인트 효과, 불꽃 장식이 들어간 드레스는 강한 에너지와 생동감을 전달한다. 실크 시폰이 여러 겹으로 겹쳐져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은 이번 시즌의 맥퀸이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소재의 조합은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울 모헤어 홉색(hopsack), 프린트 가죽, 체인 메일, 금사 자수에 워시드 코튼 트윌과 선버스트 실크 하보타이를 더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질감을 유지해 여름 시즌에도 입체적인 실루엣을 완성한다.
액세서리 역시 이번 시즌의 테마를 이어간다. 백 컬렉션은 빛나는 자개와 나무, 수공예 부적 참 장식 등 자연적 소재를 사용해 이교적인 신비로움을 전한다. 아카이브 백 ‘De Manta’를 재해석한 ‘Manta’ 백에는 코르셋 레이싱, 프린지, 불꽃 장식이 더해졌다. 신발은 2003년 시즌의 ‘뿔 모양 힐’을 다시 가져와 가죽, 자카르, 스웨이드 소재로 제작된 뮬과 부츠, 샌들에 적용했다. 주얼리는 곤충, 가위, 위시본 등 자연을 상징하는 모티프를 활용해 맥퀸 특유의 강렬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무대는 전통적인 축제에서 착안했다. 8,000m 길이의 헴프 리본과 천연 식물, 코르크로 만든 거대한 마이폴 구조물이 중심에 세워졌고, 아일랜드의 민속 단체 Armagh Rhymers가 만든 마이폴 크라운이 그 위를 장식했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순환, 그리고 재생을 상징한다. 음악은 A. G. 쿡(A. G. Cook) 이 맡아 어쿠스틱과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교차하며 긴장과 해방의 분위기를 만든다. 물, 흙, 불의 원소적 소리를 테크노 리듬과 결합해 몽환적이면서도 힘 있는 무드를 완성했다.
맥퀸은 이번 쇼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잊지 않았다. 파리기후협정 10주년을 맞아 NGO ‘ACT1.5’와 협력해 전 과정에서 친환경 시스템을 적용했다. 재활용 가능한 소재, 전기 운송, 재생 HVO 에너지로 운영된 이번 쇼는 패션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맥퀸의 이번 시즌은 인간의 본능과 질서, 도시와 자연, 억제와 해방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장면을 섬세하고 강렬하게 담아냈다.
- 사진
- 맥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