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DA 2026 SS 컬렉션
9월 26일 저녁, 프라다 2026 SS 컬렉션이 본사의 프라다 재단(Fondazione Prada)에서 열렸다. 런웨이는 오랜만에 오밀조밀한 구성 없이 시원하게 탁 트인 플로어 형식으로 꾸며졌다. 위쪽의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고, 유광 래커 소재의 오렌지 바닥은 반짝이며 마치 항공기 격납고 같은 산업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에 맞춰 오프닝은 항공 정비사를 연상케 하는 유니폼 스타일로 시작됐다. 어깨에 견장이 달리고 가슴에 주머니가 있는 워크웨어에 검은 가죽 작업화를 매치했는데, 여기에 모조 크리스털 이어링과 페이크 크로커다일 레더 핸드백 등 완전히 상반된 액세서리로 스타일링해서 묘하고도 이상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 듀오는 이번에는 어떤 철학을 런웨이에 펼쳐 놓은 걸까? 프라다는 이번 쇼를 통해 ‘우아함’에 대해 새롭게 정의 내리고자 했다고. 즉, 기존에 ‘여성스럽다’고 생각한 이미지를 이브닝 드레스에 한정짓지 않고, 유니폼을 입고도 충분히 우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라프 시몬스는 ‘유니폼을 입으면 보호받고, 중립적이며,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번 시즌의 테마는 ‘본질의 몸(Body of Composition)’이다. 쇼 노트에는 ‘패션은 본질적으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으며, 옷은 변화하고 적응하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조합될 수 있다. 그 안에서 여성에게는 선택과 자유, 권위와 주체성이 부여된다’는 설명이 담겼다. 런웨이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유니폼과 정반대되는 아이템들이 차례로 이어졌다. 요즘 시대에는 좀처럼 하지 않는 오페라 글러브를 비롯해 간신히 가슴을 가리는 브라렛, 서스펜더 장식의 루스 핏 시폰 스커트, 형형색색의 태피터 버블 스커트가 불협화음을 내는 듯했지만, 보다 보면 묘하게도 ‘안 될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며 설득된다. 미니멀한 카고 재킷은 1960년대 스타일의 조신한 비즈 칼라 드레스와 충돌했고, 레이스, 실크, 러플을 콜라주처럼 이어붙인 스커트는 파편을 모아 만든 이야기처럼 보였다. 마구 구겨진 듯한 실크 태피터 스커트와 오버사이즈 올드맨 재킷의 조합 역시 독특했다. 이 모든 것이 주제가 분명히 드러나면서도, 동시에 일상에서 입어보고 싶을 만큼 현실적인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 듀오의 저력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액세서리에는 분열된 세상의 대비를 상징적으로 담았다. 페이크 악어가죽과 나일론을 조합한 토트백은 긴 핸들을 달아 어깨가 아닌 손에 드는 방식으로 제안했고, 더스트백을 연상시키는 파우치, 그리고 사첼(satchel)과 툴 백(tool bag)을 하이브리드한 실용적인 백도 시선을 끌었다. 신발은 아수라 백작처럼 앞은 실용적인 스트랩 장식을, 뒤는 이브닝에 어울리는 크리스털 장식을 단 펌프스를 비롯해 중고등학생들이 신는 실내화를 연상케하는 화이트 캔버스 펌프스, 레이스업 스니커즈까지 다채롭게 변주됐다.
결국 이번 프라다 2026 SS 컬렉션은 현대 사회의 소음 속에서 여성이 자율성을 선택해 나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다양한 요소를 조합하고 구성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신체를 구속하는 조각 같은 패션에서 벗어난 해방’을 강조했다. 프라다의 컬렉션이 매번 특별한 이유는 이렇게 단순한 미적 해석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태도와 철학까지 담아내기 때문이다.
- 영상, 사진
- Courtesy of Pr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