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R IVES 2026 SS 컬렉션
런던 패션위크 마지막 날에 열린 코너 아이브스의 2026 SS 컬렉션은 팝 문화와 아이콘이 빛어내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컬렉션은 사치 예이츠(Saatchi Yates) 갤러리에서, 저녁이 깊어질 무렵에 시작했다. 팝 비트와 레트로 신스 사운드가 교차하며 흐르고, 런웨이는 마치 좋아하던 앨범 커버나 오래된 뮤직비디오 속 장면을 재연하는 듯한 감성으로 채워졌다. 코너 아이브스는 이번 시즌 ‘온 팝(On Pop)’을 테마로 자신만의 무대 위에서 빛나는 여성성을 이야기했다.

우피(Uffie)의 ‘팝 더 글록(Pop the Glock)’ 사운드트랙에 맞춰 오프닝을 연 것은 20세의 래퍼 코티사 스타(Cortisa Star). 네온 오렌지 럭비 셔츠에 깊게 트인 초록색 태피스트리 스커트를 매치하고, 리사이클 소재로 제작한 구글 글라스를 쓴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번 시즌에도 코너 아이브스는 코티사 스타를 비롯해 다수의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모델을 캐스팅함으로서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번 강하게 드러냈다. 디자이너는 이미 지난 2025 FW 피날레에서 ‘프로텍트 더 돌(Protect the Dolls)’이라는 캠페인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라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지지한 바 있다.
런웨이는 새틴, 글리터, 시퀸, 패치워크, 투명 PVC 등 다채로운 소재들이 충돌하며 화려한 대비를 이뤘다. 데드스톡 실크 조젯으로 만든 원피스, 리사이클링한 퍼 트리밍을 장식한 실크 미카도 재킷, 마크라메 방식으로 허리를 엮은 스커트, 리사이클 나일론 블루머, 리사이클 시퀸 홀터 드레스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피아노 숄을 업사이클 해서 원피스나 미니 백에 포인트로 활용한 아이디어도 사랑스러웠다. 실루엣은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긴장과 해방을 오갔다.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바디수트가 무대를 열면, 곧이어 볼륨감 있는 퍼프 소매 드레스가 이어져 시선을 전환시켰다. 아이브스의 정체성은 무엇보다 업사이클링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빈티지 깃털로 만든 모자, 전복껍질을 엮은 벨트, 리사이클 나일론 블루머가 그 증거였다. 이와 함께 중국 실크 스커트, 광택 있는 PVC 백, 스웨이드 재킷, 쇼킹 핑크 래깅스, 네온 컬러 베이스볼 캡까지 더해져 팝과 스트리트, 페미닌과 매니시가 뒤엉킨 언밸런스한 조화를 완성했다.

쇼노트에는 레이디 가가가 ‘더 페임(The Fame)’ 초기 공연에서 남긴 유명한 인용구가 적혀 있었다. ‘팝 음악은 저속한 것이 아니다(Pop music will never be low brow).’ 제니, 틸다 스윈턴, 리한나, 페드로 파스칼, 트로이 시반 등 많은 스타들이 코너 아이브스를 지지하는 이유도 아마 이런 공감대 때문일 것이다. 관객은 단순히 옷을 본 것이 아니라, 무대 앞과 뒤에 선 팝 스타의 여러 겹의 자아와 환희와 투쟁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사진
- Instagram @conneriv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