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에서 조용한 사람의 ‘진짜’ 속마음

최수

너 안 읽고 있는 거 아니었어?

단체 채팅방에서 유난히 말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관심이 없나?’, ‘성격이 소극적인가?’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죠.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침묵은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됩니다.

말이 없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 3

@englalof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첫째, 불안하거나 자신감이 부족해서입니다. 말 한마디가 오해를 살까 걱정돼 차라리 침묵을 택하는 경우죠. 둘째,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회사 단톡방에서 농담 하나 잘못 던졌다가 분위기를 망쳐본 경험이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셋째, 배려 차원에서의 침묵도 있습니다. 굳이 대화를 끊지 않으려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흐름을 존중하는 태도죠. 이처럼 침묵은 단순히 무관심의 결과가 아니라, 각자 나름의 이유가 담긴 행동일 수 있습니다.

침묵과 지위, 의외의 연결고리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단톡방에서 말이 적다고 해서 그 사람이집단에서 덜 중요한 건 아니까요. 공동체 소속감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은 굳이 매번 발언하지 않아도 자신을 일원으로 인식합니다. 생각해 보면, 드물게 남기는 메시지가 더 주목받고, 그 사람의 말이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묵이 오히려 존재감을 강화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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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 연구에서는 발언량과 지위의 관계를 오래전부터 다뤄왔습니다. 한 이론(Babble hypothesis)에 따르면, 그룹 토론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리더로 인식되고 영향력이 크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학 연구에서는 반대의 시각도 제시합니다. 집단 내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은 굳이 모든 대화에 참여하지 않아도, 자신의 언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겁니다. 즉, 발언이 적더라도 중요한 순간에 던지는 한마디가 오히려 권위나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거죠. 단톡방 속 ‘조용한 사람’이 꼭 소극적이라기보다, 이미 자리를 잡은 위치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침묵을 선택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지금 단톡방에서 말수가 유독 적은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그들은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어 침묵하나요? 아니면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존재감 있는 침묵을 선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진
각 Instagra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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