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UZARRA 2026 SS 컬렉션
알투자라 2026 SS 컬렉션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울워스 빌딩(Woolworth Building) 내 쇼룸에서 선보였다. 각 좌석에는 쇼 노트와 함께 요코 오가와(Yoko Ogawa) 작가의 장편 소설 <은밀한 결정(The Memory Police)>이 보자기에 곱게 쌓여 놓여 있었다. 소설은 일상적인 물건뿐 아니라 그에 얽힌 기억까지 점점 지워지는 흥미로운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기억 경찰’이라는 권력 기관이 여전히 일상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색출해 끌고 간다는 내용은 기억과 망각, 개인의 자유, 그리고 권력과 검열 같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2026 SS 시즌, 디자이너 조셉 알투자라는 40년대와 80년대의 고전적 시간을 기억하며 매혹적인 분위기를 펼쳤다. 레더 재킷과 코트, 스테이트먼트 벨트를 더한 비대칭 오간자 스커트, 저지 원피스 등 시크한 블랙 컬러로 차분하게 시작한 컬렉션은 차근차근 아름다운 판타지를 쌓아갔다. 꽃, 깃털, 레이스, 퍼 등 여성에 대한 고전적 수사에 초현실적인 감각을 더했다. 이를테면 손으로 그린 우아한 부케 문양 아플리케를 실크 드레스에 패치워크하거나, 종이로 만든 플라워 아플리케를 재킷·원피스·슬리브리스 톱에 부착하는 식이다. 도자기처럼 깨끗한 화이트 셔츠, 내추럴한 아이보리 톤의 조형적 드레스, 에지 넘치는 블랙 슬리브리스 톱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백 개의 꽃 아플리케로 이루어져 있었다. 네크라인에 새 문양을 패치워크한 실크 원피스와 화이트 톱은 마치 새가 목을 감싸 안은 듯한 낭만적 착시를 불러일으켰다.
블레이저, 레더 재킷 등 일상의 아이템과 함께 선보인 고전적 아이템 – 깃털을 장식한 그레이 컬러 니트 셋업과 블랙 블레이저, 이국적인 지니 팬츠와 필박스 햇, 오리가미 기법으로 만든 슬림한 클러치 등 – 은 옛 할리우드 배우의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편, 피날레에 등장한 두 벌의 원피스는 크리놀린을 시어한 소재로 가볍게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꽃 문양 자수를 정성스럽게 놓은 크리놀린 드레스는 이번 시즌 디자이너 조셉 알투자라가 가장 애착을 느낀 아이템 중 하나라고.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친절한 미소를 짓는 조셉 알투자라. 그는 이처럼 아름다운 컬렉션을 구상하며, 오히려 퇴행하고 있는 어둠의 시대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 사진
- Courtesy of ALTUZAR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