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체중 감량 트렌드로 떠오른 혈당 다이어트. 신박한 혁신일까, 과장된 유행일까?

혈당 스파이크, 멈춰!
‘혈당을 잡으면 살이 빠진다’, ‘먹으면서 빼는 혈당 다이어트’, ‘운동 없이 일주일 만에 -3kg’ 등등 솔깃한 문구가 연일 포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혈당 다이어트는 혈당을 조절해 체중을 감량하는 방법. 원리는 이렇다. 음식을 먹으면 혈액에 포도당이 공급돼 혈액에 포함된 당, 즉 혈당이 높아진다. 특히 탄수화물, 그중에서도 단순당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은 급격하게 치솟는다. 이때 우리 몸은 혈당을 빠르게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고, 인슐린은 당을 지방으로 저장하는데,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면 당이 체지방(살)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반복적인 혈당 스파이크는 비만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위험마저 높인다. 혈당을 낮추는 혈당 다이어트가 단순히 살만 빼는 게 아니라 질환까지 예방하는 건강한 다이어트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2030세대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 이런 흐름을 타고 혈당을 조절해주는 식품과 식이요법, 보조제 등이 큰 인기를 끌고, 당뇨병 환자를 위해 개발된 부착식 연속혈당측정기가 다이어트 디바이스처럼 쓰이고 있다.
제로가 제로가 아니라고?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는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올리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GI가 낮은 음식은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정한나 교수는 GI가 낮다고 모두 건강한 음식은 아니라고 말한다. “초콜릿이나 삼겹살처럼 칼로리가 높고 포화지방이나 나트륨이 많은 식품을 GI가 낮다고 건강식으로 오해하면 곤란하죠. 또 아무리 GI가 낮더라도 섭취량이 많으면 혈당이 크게 오르고 체중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 GI는 참고 지표일 뿐, 섭취량과 전체 식사와의 균형을 고려해야 실질적인 혈당 조절 효과를 볼 수 있다.
“땅콩버터도 마찬가지예요. 지방과 단백질이 소화 속도와 혈당 반응 속도를 줄이고 포만감을 유발하지만 시중에는 당분이 첨가된 땅콩버터가 대다수죠. 애플 사이다 비니거나 홍초 역시 환자의 위염과 식도염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고요. 또 저당 밥솥으로 지은 저당밥이나 한 번 식힌 찬밥에 포함된 저항성 전분이 혈당을 덜 올린다고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소장에서 흡수가 덜 되는 것일 뿐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위원회 간사 김유현도 덧붙인다.
제로 슈가 음료나 제로 과자, 저당 소스에도 허점은 많다. 일반적으로 제로 음료는 열량이 0kcal, 당분이 0g으로 표기돼 있지만 실제로는 제로가 아닐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100ml 음료, 또는 100g의 고형식 기준으로 당류가 0.5g 미만이면 ‘제로 슈가’, ‘무당’, ‘무설탕’으로 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맛은 강하지만 열량과 탄수화물 함량이 매우 낮은 대체당이라고 무조건 안심하기에도 이르다. “중요한 건 대체당이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거예요. 오히려 단맛에 대한 감각을 저하시켜 과식을 유도하거나 복부 팽만, 장내 미생물 변화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죠.”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이러한 식음료들이 설탕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해로운 선택’일 뿐, ‘건강한 선택’이나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거꾸로 식사법, ‘식단탄’
혈당 스파이크를 낮추기 위해 식사 순서를 바꾸는 방법도 인기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간한 <당뇨병의 정석>에서는 식이섬유+단백질→탄수화물→지방 순으로, 프랑스의 생화학자이자 혈당 여신(@glucosegoddes)으로 알려진 제시 인차우스페(Jessie Inchauspe)는 <글루코 스 혁명>에서 식이섬유→단백질+지방→탄수화물 순으로 섭취하기를 권한다. “핵심은 밥을 먹기 전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하라는 겁니다. 포만감을 빠르게 유도하고, 탄수화물 흡수를 더디게 해 혈당을 천천히 올리거든요. 대한 당뇨병학회는 지방이 소화가 가장 느리기 때문에 마지막에 섭취해 소화 부담까지 줄여주는 논리고, 제시 인차우스페는 단백질과 지방이 함께 있을 때 탄수화물의 흡수를 더욱 지연시킨다는 일부 연구를 반영한 것입니다.”
안철우 교수의 말처럼 무엇을 선택하든 식사 순서를 조절하면 혈당 곡선이 완만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과식은 금물. 김유현 간사는 “양 조절은 필수죠. 설탕, 과당, 밀가루, 쌀밥 같은 정제 탄수화물 대신 질 좋은 잡곡밥을, 생선이나 콩류처럼 포화지방이 적은 단백질을 고루 섭취하고요”라며 자연식품과 균형 잡힌 식사의 중요성, 과유불급의 지혜를 강조한다.
혈당 스파이크만 막으면 살이 빠질까?
당뇨병이 없는 사람이 체중 감량을 위해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대한비만학회는 지난해 배포한 ‘체중 관리와 CGM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비만 관리 목적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안철우 교수 역시 “연속혈당측정기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를 위한 의료기기’로 비만 관리나 체중 감량 등 비의료적 목적에는 정식 허가가 난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혈액이 아닌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측정값이 실제 혈당보다 5~15분 정도 지연돼 반영됩니다. 또 제품마다 측정값의 차이도, 오차도 존재하죠.” 정한나 교수도 덧붙인다.
그렇다고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한 측정이 아주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측정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부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인바디를 거부하지는 않잖아요? 연속혈당측정기로 나의 혈당 범위와 특정 음식, 또는 운동에 대한 혈당 반응을 관찰하고, 이상적인 생활습관 변화를 끌어낼 수 있죠.” 김유현 간사는 동일한 음식을 동일한 양으로 먹고, 동일한 운동을 동일한 시간과 강도로 하더라도 사람마다 혈당 반응이 다르므로, 연속혈당측정기로 나에게 적합한 혈당 경향을 확인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말한다. 오차가 적은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하고 싶다면 MARD(Mean Absolute Relative Difference) 수치를 확인하길. 연속혈당측정값과 실제 혈당값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MARD가 낮을수록, 특히 10% 이하인 경우 비교적 정확한 제품이다. 연속혈당측정기를 내 몸을 파악하는 참고용 도구 정도로 활용한다면, 좋은 습관을 유도하는 꽤 훌륭한 코치가 되어줄 것이다.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위한 조건
당뇨 유무를 떠나 혈당 다이어트는 굶지 않고 먹으면서 건강하게 다이어트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임이 분명하다. 특히 탄수화물이 주식이고 간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효과적이다. 하지만 단지 혈당만 관리한다고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혈당지수 숫자에만 너무 매몰되지 마세요. 혈당은 하나의 ‘지표’이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취사선택하고, 식사 순서와 양을 조절하고, 식후 몸을 움직이면 누구나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그리고 혈당 관리는 체중 조절에서 나아가 만성 염증, 노화, 호르몬 불균형 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죠.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해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할 건강 관리의 기본입니다.” 안철수 교수의 말처럼 혈당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성공적인 모든 다이어트가 그러하듯, 올바른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숙면, 스트레스 관리가 병행된 다면적인 접근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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