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본능에서 시작된, 샤넬 2025 F/W 오트 쿠튀르

김신

샤넬의 2025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스코틀랜드의 황야로 우리를 데려갔다.

샤넬에게 오트 쿠튀르는 기술의 향연도 유행의 선포도 아니다. 창조의 본능에서 시작된, 한 사람의 개성과 자유를 입히는 행위. 정제된 아름다움으로 삶의 형식을 다시 쓰고, 여성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하는 예술. 샤넬의 심장, 그 자체다. 그 정신은 파리 캉봉가 31번지, 거울로 둘러싸인 전설적인 살롱 안에서 오랜 시간 살아 숨 쉬었다. 고요한 손길과 비상한 상상력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오트 쿠튀르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탄생한다.

환상적인 분위기의 피날레 룩. 밀 이삭은 샤넬이 평생 간직했던 행운과 풍요의 상징이다.
블랙과 화이트를 통해 목가적인 동시에 현대적인 샤넬의 쿠튀르 디자인을 완성했다
털 장식을 더한 트위드 베스트
블랙과 화이트를 통해 목가적인 동시에 현대적인 샤넬의 쿠튀르 디자인을 완성했다

2025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 역시 그 정신을 계승한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친 그랑 팔레 내 오붓한 살롱 도뇌르에 마련된 무대는 가브리엘 샤넬이 지향했던 단순함과 고요함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무대 연출은 윌로 페롱은 카니예 웨스트와 리한나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 전체를 조형과 조명, 감각의 조율로 구성해 관객이 시각이 아닌 온몸의 감각으로 오트 쿠튀르를 경험하게 만든 것.

깃털과 자수 장식을 더한 드레스.
모든 룩에 매칭한 사이하이 부츠는 쇼에 판타지를 더했다.
부클레 소재는 코트 드레스, 스커트 슈트, 긴 베스트에 적용되어 따스함을 더했다.
반짝이는 자수 장식을 더한 트위드 팬츠 슈트.
부클레 소재는 코트 드레스, 스커트 슈트, 긴 베스트에 적용되어 따스함을 더했다.

이번 컬렉션은 마드모아젤 샤넬이 자유를 느꼈던 영국의 전원과 스코틀랜드 황야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됐다. 쇼 노트에 적힌 테마는 ‘더 푸른 초원으로의 초대(An Invitation to Greener Pastures)’. 영국 시골과 거친 스코틀랜드 황야를 연상시키는 자연의 색감이 쇼 전반에 흘렀다. 에크루, 아이보리, 갈색, 진초록, 검정 같은 색들이 겨울의 고요한 분위기를 품고 있고, 남성복에서 차용한 구조적 비율은 실용성과 움직임의 자유를 강조했다. 트위드는 니트처럼 유연하게 짜여 따뜻한 질감을 살렸고, 자수로 둘러진 흰색 코트 드레스, 점퍼 스타일 재킷, 자줏빛과 초록빛이 감도는 모헤어 울 슈트로 이어졌다. 부클레 소재는 양가죽 같은 부드러움으로 표현돼 스트레이트 컷의 코트 드레스, 스커트 슈트, 긴 베스트에 적용되었고, 깃털 장식을 더한 트위드는 팬츠 슈트, 긴 코트, 오버사이즈 케이프와 짧은 재킷으로 변주되었다.

마지막 장면은 순백의 웨딩드레스였다. 목선을 따라 섬세하게 새겨진 밀 이삭 자수는 이 드레스가 단지 마무리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알렸다. 보다 인상적인 것은, 모델이 손에 든 한 줌의 밀 이삭 부케였는데, 꽃 대신 밀이 선택 된 까닭은 명확했다. 밀 이삭은 샤넬이 평생 간직했던 행운과 풍요의 상징으로 이 오트 쿠튀르의 마지막 장면에 쓰이면서 미래의 서사로 연결하는 매개체 역항르 했다. 샤넬의 오트 쿠튀르 쇼는 언제나 묘한 여운을 남긴다. 쇼의 끝에서 옷을 ‘보았다’는 감각보다, 그 옷이 놓일 풍경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는 서정적인 잔상이 오래도록 맴돌았다.

단아한 순백의 트위드 드레스.
룩. 2, 17.
트위드 재킷의 팔에는 밀 이삭을 형상화한 짜임이 프린지처럼 장식되었다.

이번 컬렉션은 마드모아젤 샤넬이 자유를 느꼈던 영국의 전원과 스코틀랜드 황야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됐다

현대적인 스타일의 룩들.
금사를 섞어 트위드에 특별함을 선사했다.
샤넬 공방에서 작업하는 모습
적재적소에 다채롭게 장식된 모헤어 소재.

샤넬의 오트 쿠튀르 쇼는 언제나 묘한 여운을 남긴다.
쇼의 끝에서 옷을 ‘보았다’는 감각보다,
그 옷이 놓일 풍경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는
서정적인 잔상이 오래도록 맴돌았다.

적재적소에 다채롭게 장식된 모헤어 소재.
사진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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