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아
미워하는 감정은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우리 안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평소 행동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죠. 닮고 싶지 않다면, 생각을 멈춰야 합니다.
자주 생각할수록 뇌는 따라 한다

싫어하는 사람은 자주 떠오릅니다. 억울했던 상황, 불쾌했던 말, 민망했던 분위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죠. 이때 뇌는 단순히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합니다. 일종의 복기를 반복하는 것이죠. 연구에 따르면 특정 인물에 대한 감정이 강할수록, 그 사람의 말투나 표정, 심지어 걷는 방식까지 우리 몸이 무의식적으로 흉내 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싫어한다는 이유로 자꾸 떠올리는 사이, 뇌는 ‘학습 중’인 셈이죠. 그리고 이 반복은 언젠가 나의 행동 패턴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억누른 욕구일수록 더 크게 보인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의 이면에는, 숨기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이를 ‘투사’라고 하죠. 내 안의 억압된 욕구나 성향을 타인의 모습에 덧씌우는 심리적 방어기제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주장이 강한’ 타인을 유난히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평소 자기표현을 못 해온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겉으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 번쯤 자기주장을 시원하게 해보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는 사람이죠. 자신이 외면해 온 감정이 타인을 통해 되살아날 때, 처음에는 큰 반발심과 불편함을 느끼지만, 반복적으로 반응하면서 나도 모르게 닮아가는 결과를 낳습니다.
생존하기 위해 따라 하게 된다

직장, 모임, 인간관계처럼 위계나 긴장감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그 안에서 영향력이 센 사람의 행동 패턴이 ‘기준’처럼 작용합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불쾌감을 줬든 아니든, 우리 뇌는 ‘이 환경에서는 저 방식이 통한다’는 신호를 받아들이죠. 그래서 싫어했던 상사의 말투를 나도 모르게 따라 하거나, 불편한 친구의 표현 방식을 어느새 내 말에도 담게 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는 뇌가 위협을 줄이는 방식을 자동으로 학습하는 생존 전략의 일환입니다. 특히 긴장 상태에서 더 잘 작동하기 때문에, 반복될수록 습관처럼 굳어지기 쉽습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나도 모르는 새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일수록, 왜 그 감정이 강하게 반응하는지, 그 사람의 어떤 점이 자꾸 시선에 걸리는지를 한 번쯤 진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은 생각보다 쉽게 옮고, 행동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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