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조용히 늙는 의외의 부위

박은아

눈 깜짝할 사이에 노화가 시작된 눈

‘목선에서 나이 듦이 시작된다’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오늘날 노화는 더 이상 피부 표면의 잔주름이나 탄력 저하처럼 명확하게 드러나는 신호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눈 밑의 잦은 붓기, 손톱의 세로줄, 발뒤꿈치의 두꺼운 각질, 생리 주기의 미묘한 변화처럼 사소하지만 은밀한 징후로 몸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시작됩니다. 특히 시력 저하는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문제로 볼 수 없습니다.

@chloelecareux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녹내장 환자 수는 약 96만 명으로, 2013년의 51만 명과 비교해 10년 만에 88%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20~39세 젊은 환자가 전체의 약 10%를 차지하며, 그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른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로, 디지털 기기 사용,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우리의 눈은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점부터 노화되고 있는 셈입니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불가능?

@hannaschonberg

눈은 피로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기관이자, 노화를 가장 예민하게 반영하는 부위입니다.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대인의 일상은 눈을 극도로 혹사시키고 있습니다. 자주 붓는 눈 밑, 짙어진 다크서클, 가까운 글씨를 오래 보기 어려운 증상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노안 또는 망막 변화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눈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초점이 맞지 않고, 밝은 빛에도 눈부심이 심하다면 수정체의 투명도 저하나 망막 노화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기 진단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한 질환들이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chloelecareux

대표적인 예가 바로 녹내장입니다. 흔히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불리는 이 질환은 자각 증상이 없이 서서히 시야를 좁혀 결국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질환입니다. 초기에는 통증 없이 진행되지만, 심한 경우 안통이나 두통이 동반되며,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는 안압이 상승해 일시적으로 시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병이 진행되면 시야의 주변부부터 사라지기 시작하며, 그 범위는 점차 중심부까지 확대됩니다. 특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sofiamcoelho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30대 녹내장 외래 진료자는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혈압, 당뇨병 등 전신 질환을 앓고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혹은 고도근시인 경우라면 30세 이후부터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40세 이상이라면 연 1회 이상 안과 전문의의 정밀 진료를 받는 것이 필수입니다.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생활 습관

@chloelecareux

작은 습관 하나가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우선 눈의 건조함을 줄이기 위해 수시로 눈을 깜빡이는 것이 좋습니다. 장시간 화면을 보는 경우에는 20~30분마다 시선을 먼 곳으로 돌려주거나, 눈을 감고 눈동자를 천천히 움직이는 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따뜻한 찜질로 눈 주변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도 눈의 피로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hannaschonberg

엎드려 자는 자세는 피해야 합니다. 눈에 압력을 가해 안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하루 5잔 이상의 커피 섭취 역시 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혈류를 개선해 안압을 낮추고 시신경 건강을 지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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