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로운 기분, 느껴보신 적 있나요? 대화는 오가지만 마음은 둘 곳이 없고,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엔 공허함이 잔상처럼 남죠. 이럴 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여럿이 아닌 단 한사람과의 연결감일지도 모릅니다.
1. 깊은 관계보다 넓은 관계를 추구할 때

미국의 심리학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그의 저서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Reclaiming Conversation)』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대화하는 능력을 잃고, 연결에 중독되고 있다.” 오직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위해 관계를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SNS를 통해 사람들과의 연결망은 넓어졌지만, 서로에 대해 깊이 아는 사이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죠. 얕은 관계는 당장의 외로움을 채울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허함을 남긴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실제 친밀도 높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일수록 고립감과 스트레스 지수가 낮고, 전반적이니 정신건강 수치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서로의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깊은 ‘단 하나’의 관계일지도 모릅니다.
2. 감정을 나누지 못하는, 정서적으로 고립된 상태일 때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대화가 망설여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가 이 말을 꺼내면 민폐일까’, ‘괜한 분위기를 깨는 걸까’ 하는 걱정에 속마음을 편하게 말하지 못하죠. 하지만 감정 표현이 고립될수록 내면의 외로움은 짙어지기 마련입니다. 겉으로는 잘 지내고 있지만, 상대와 깊은 감정을 나누지 못하는 일종의 단절 상태가 되기 때문이죠. 문제는, 정서적 고립이 길어지면 ‘자신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자신도 알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감정을 눌러두는 사람은 주변 기대에 맞추어 ‘잘 지내는 사람’ 역할에 충실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있는 그대로의 내가 희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3. 자신이 지향하는 이미지에 갇혀 있을 때

자신에게 부여한 역할에 너무 몰입하거나 익숙해지면, 진짜 감정이나 욕구를 표현하는 게 불편해집니다. 늘 분위기를 띄워주는 사람,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냉정하게 판단하는 사람 등.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정한 프레임에 맞춰 행동할수록 실제 관계가 아닌 만들어진 이미지 속에 나로 존재하는 느낌이 들죠. 2022년 옥스퍼드 대학 심리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표현을 억제하고 사회적 역할에만 집중하는 사람일수록, 우울감과 고립지수가 1.8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2030 여성의 경우, 자기다움보다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동해 심리적 외로움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외로움은 약함이 아니라 돌봄의 신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외로움을 ‘현대인의 공공 보건 이슈’로 지정했죠. 이는 외로움이 단순히 정서적 문제를 넘어,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외로움이 길어지면 불안과 우울 위험이 높아질 뿐 아니라, 수면장애나 심혈관 질환, 면역력 저하와도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외로움을 줄이기 위해선 누군가와 더 많이, 자주 만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 줄 소수의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깊이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오늘 기분이 어땠는지, 무엇이 불편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나를 숨겼는지 돌아보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성찰하는 연습이 필요할 때 입니다.
- 사진
- 각 Instagram, Unsplash, Splas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