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제일 좋아하던 향수가 역하게 느껴진다면

박은아

변한 건 향일까, 기억일까?

제일 좋아하는 향수가 어느 날부터 낯설고 심지어 역하게 느껴진다면? 보통은 취향이 변했나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혹시 향수가 변질됐나 의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기호의 변화가 아니라 뇌의 감정 회로에서 벌어지는 신경화학적 반응일 수 있습니다.

향수는 기억의 형상

@hannaschonberg

향수는 단순한 냄새가 아닌 감정의 기록이고 기억의 형상입니다. 오감 중 후각만이 유일하게 대뇌변연계,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편도체와 해마에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각은 정서적으로 기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반대로 감정 상태에 따라 예민해지거나 왜곡되기도 쉽습니다.

@hannaschonberg

이런 특징 때문에 향은 기억의 포장지 없는 순수한 감각으로 우리를 과거로 소환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각 회상’이라 부릅니다. 문제는 이 회상이 항상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창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에 자주 뿌렸던 향수를 다시 맡는다면 뇌는 그 시기의 정서를 다시 소환하고 불안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향기의 본질은 그대로일지라도, 그것을 해석하는 우리의 감정 상태가 달라진 것이 그 이유죠.

@hannaschonberg

좋아하던 향수에 손이 가지 않을 땐 억지로 익숙해지려 하지 말고 일정 기간 그 향을 피해 보세요. 신체가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을 경우 후각 체계는 더 감정적 방어기제로 작동하고 특정 향에 대해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니까요. 후각이 예민해졌을 땐 자극적인 향보다는 라벤더, 네롤리, 샌달 우드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차츰 마음이 다시 정돈되었을 때 최애 향수를 다시 느껴 보세요. 첫 향에 감동했던 그 순간들이 다시 펼쳐질 수도 있으니까요.

사진
각 인스타그램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