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스커트를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우아한 와이드 팬츠는 분명 존재합니다. 네 가지 조건만 갖춰진다면요.
요즘, 롱스커트 대신 와이드 팬츠를 고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더 시원하고, 더 실용적이고, 때로는 스커트보다 훨씬 더 우아해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물론 아무 와이드 팬츠나 그런 인상을 주는 건 아닙니다. 확실한 조건이 필요하죠.
1 소재 : 광택감이 있거나 조직감이 탄탄할 것

살짝 드레이프가 느껴지는 밝은 아이보리 팬츠면 좋죠. 실루엣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조직감과 광택이 적절히 살아 있는 거면 더욱 훌륭하겠네요. 광택이 강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재질 자체에서 오는 단정함이 무채색 상의와도 안정감 있게 어우러집니다.

와이드 팬츠는 면처럼 흐물흐물한 소재보다, 실루엣이 살아 있는 원단에서 훨씬 힘을 발휘합니다. 새틴처럼 은은한 광택이 도는 원단이나, 바스락거리는 조직감이 있는 코튼 혼방처럼요. 걸을 때마다 바지의 구조가 살아나기 때문에, 단순히 편안해 보이는 걸 넘어 세련된 무드를 완성해줍니다.
2 톤 : 차분한 색감의 미드톤이나 무채색 계열일 것

화려한 컬러보다는 베이지, 스톤, 먹색, 브라운 같은 미드톤, 혹은 블랙과 화이트처럼 채도 낮은 색이 더 우아하게 느껴져요. 톤이 튀지 않아야 소재와 실루엣이 더 잘 드러나고, 전체적인 룩도 훨씬 정제되어 보이죠.
다크 브라운 팬츠는 톤다운된 컬러감 덕분에 훨씬 차분해 보입니다. 크림색 티셔츠와 매치했을 뿐인데도 전체 룩의 농도가 정리되어 보이고요. 블랙 팬츠를 선택하면 단정함과 강약 조절이 쉬워져, 도트 블라우스 같은 위트 있는 상의와도 완성도 있는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3 길이 : 너무 끌리지 않고, 발목이 드러나지도 않게


바짓단은 발등에서 자연스럽게 멈추는 기장이 이상적이에요. 슬리퍼를 신었을 때 바지가 살짝 덮을 정도가 가장 안정적으로 보이고, 구두나 로퍼를 신으면 더 단정한 인상을 줍니다.
버터 옐로우 팬츠처럼 밝은 컬러라도 발등에 부드럽게 떨어지는 기장이면 과하지 않고 우아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데님 팬츠 역시 과하게 부츠컷으로 퍼지지 않고 무게감 있게 툭 떨어지는 기장이라, 캐주얼해도 세련됨을 동반하고 있네요.
4 핏 : 입었을 때 부해 보이지 않을 것

와이드 팬츠라고 해서 모든 핏이 우아해 보이는 건 아니죠. 힙과 허벅지 라인이 부자연스럽게 뜨거나, 허리가 맞지 않으면 오히려 더 둔해 보여요. 허리는 잡고, 밑으로 자연스럽게 퍼지는 실루엣이 가장 좋습니다. 여기에 셔츠나 니트처럼 상의를 심플하게 넣어 입어도 괜찮고요.

옐로 니트에 매치된 브라운 팬츠는 조직감이 있으면서도 가볍게 떨어져 더운 날씨에도 무게감 있는 룩을 만들어냅니다. 부드럽게 흐르지만 퍼지지 않는 핏이 여름용 와이드 팬츠의 정석이라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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