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때문에 마우스가 미끄러질 지경이라면.
요즘 부쩍 이상한 땀이 나기 시작했나요? 에어컨 아래에서도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마우스가 미끄러질 만큼 손에 땀이 차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면 몸에서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다한증이 아니라 자율신경계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일 수도 있어요.
땀이 나는 이유

땀은 보통 체온을 식히기 위한 반응으로 잘 알려져 있죠. 운동을 하거나 더운 날 외출하면 땀이 나듯이요. 하지만 땀이 단지 ‘열을 식히는’ 목적만 가진 것은 아니랍니다. 우리 몸엔 땀 분비를 조절하는 ‘자율신경계’라는 시스템이 있어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는데, 이 둘이 균형을 잘 맞춰줘야 심장 박동, 체온, 소화 등 다양한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수면이 부족하면 이 균형이 흔들리면서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땀이 나는 시작합니다. 특히 갑자기 차가운 땀이 나거나, 특정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땀이 흐르는 것도 이런 신호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사실 30대는 몸이 비교적 건강한 시기라고들 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역할이 커지고, 집에서는 육아와 가족 돌봄이 겹치고, 수면은 부족하고 피로는 쌓여만 가는 시기니까요. 그래서 이 시기에는 자율신경계가 외부 자극에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면 손이나 발바닥, 이마처럼 말초신경이 발달한 부위에 유독 땀이 많이 날 수 있고 운동을 하지 않아도 땀이 나거나, 자다가도 식은땀이 흘러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이럴 땐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고 자신을 살뜰히 살펴줘야 해요.
손에서 땀 나는 사람, 다한증 아닐수도?

땀이 늘어나면 다한증을 의심하게 되죠. 다한증은 손, 겨드랑이, 발처럼 특정 부위에 지속적으로 많은 땀이 나는 질환이에요.
그런데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으로 인한 땀은 조금 달라요. 날마다, 혹은 하루 중에도 땀의 양이 들쭉날쭉하고, 스트레스나 피로, 감정 상태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다른 신호도 함께 나타나요. 이유 없이 맥박이 빨라지거나, 사소한 일에도 깜짝 놀라는 경우, 혹은 얼굴에 열이 확 오르거나 화끈거리는 증상까지요. 땀은 그중 가장 먼저 드러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가 땀을 기호로 조용한 신호를 보내오면 일상의 루틴부터 돌아보고 가볍게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에 10분 정도 복식호흡을 하거나, 자기 전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해보고 지나친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는 줄여보는 거죠.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 자율신경계가 균형을 되찾는 데 매우 효과적이니까요. 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 땀이 많아졌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봐야 합니다.

우리는 몸의 변화를 종종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죠. 피곤해도, 잠이 안 와도, 땀이 나도 ‘그럴 나이니까’하고 지나치기 쉬워요. 하지만 몸은 늘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땀도 마찬가지예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면, 그건 몸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상한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면, 바로 알아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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