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속에서 자꾸만 ‘을’이 되는 사람들의 말버릇 4

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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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나만 배려하는 느낌이라면

항상 먼저 말문을 열고, 양보하고, 결국엔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 돌아서는 발걸음에 왠지 모를 찜찜함과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 바로 여러분의 이야기는 아닌가요? 관계 속에서 자꾸만 ‘을’의 위치를 맡게 되는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말버릇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친절하고 성숙한 대화지만, 그 속엔 자기희생적 사고와 낮은 자존감이 숨어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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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시면 안 하셔도 돼요.”

이 말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겸손한 표현이지만, 자신의 욕구를 전달하는 데에 실패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필요한 사항을 요청함과 동시에 ‘거절해도 괜찮다’라는 단서를 주는 건, 내가 내 말을 끝까지 지지하지 못하는 의미와 같죠. 한 저널(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2022)에서는 이런 식의 간접적 표현을 반복하는 사람은 “자신의 욕구에 대한 우선순위 설정이 약하고, 타인의 반응을 지나치게 예측하는 경향”을 가진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상대는 내 요청이 진심인지, 형식적인 말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고 애매한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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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요청하기 전부터 ‘죄송하지만’을 붙이는 습관. 이 말은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조차, 무의식적으로 내 입장을 축소하는 언어입니다. 이런 축소형 말버릇은 여성 화자에게서 더 빈번히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불편함을 주지 않아야 한다’라는 통념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이런 언어 습관은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는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내 요청의 정당성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붙이는 순간, 그 요청은 덜 중요한 것이 되고, 나는 당당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냥 내가 할게, 그게 편해”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스스로 일을 떠맡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편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누군가에게 부탁하거나, 역할을 나누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번거로워 혼자서 해결해 버리는 경우죠. 심리학에선 이런 행동을 과잉된 책임 인식(over-responsibility perception)이라고 설명합니다. 타인의 업무까지 스스로 떠안는 패턴은 일시적인 편의를 가져다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피로와 타인에 대한 불만을 키우죠. 이러한 태도는 직장 생활 중 ‘번아웃’의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냥 내가 할게.’라는 말로 갈등을 피하지 말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용기를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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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출근길에 어깨가 무겁고, 야근 후엔 몸이 천근만근이어도 “다 그렇게 사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그치진 않나요? 이런 말버릇은 현실 수용처럼 들리지만, 사실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내면화하는 회피형 언어입니다. 반복되는 업무 과중이나 불공정한 대우를 ‘당연하다’, ‘어쩔 수 없다’라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번아웃이 빠르게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문제는 이런 말이 단순히 피로를 무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나는 이 정도로 힘들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자기 검열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참는다고, 모두가 괜찮은 건 아닙니다. 불편하고 힘든 마음을 표현하고 해소하는 것이 건강한 태도임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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