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숨겨진 보상 심리
잠들기 전, 누워서 스마트폰 하는 시간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소한 낙입니다. 힘들게 일한 날일수록, 조금이라도 더 놀아야 한다는 보상 심리에 휴대폰을 놓기가 어렵죠. 문제는 단순히 둘러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눈에 아른거렸던 신발과 가방을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기어코 결제 화면까지 넘어가고야 만다면. 그리고 그런 날이 반복되고 있다면 ‘진짜 필요한 쇼핑’을 하고 있는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피로함을 달래기 위한 쇼핑일지도

늦은 밤에 피곤을 느끼는 건 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뇌도 마찬가지죠. 밀린 업무와 릴레이 미팅, 끊임없는 일정 조율과 논의,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한 나이스한 감정 조절까지. 이 모든 과정은 뇌의 에너지를 상당히 소모하거든요. 무엇보다 판단력과 자제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쉽게 피로해지죠. 문제는, 특히 저녁 시간대에 이 기능이 눈에 띄게 저하된다는 사실입니다.
스탠퍼드대의 신경과학 연구(Greer et al., Nature Communications, 2013)는 피로함이 사람이 충동을 억제하는 힘을 약하게 하고, 즉각적인 보상에 민감하게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건, 무언가를 당장 실행해야 마음이 놓이는 상태가 된다는 의미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쉬운 행동 중 하나가 ‘쇼핑’입니다. 잠들기 전 충동적인 구매를 했다면, 오늘 하루 내가 너무 애썼고, 피곤했기 때문에 보상이 필요하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안 하면 불안해지는, 감정적 쇼핑 의심하기

피로한 뇌에 스마트폰 스크린의 블루라이트가 더해지면 어떨까요? LED 스크린의 블루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하고,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듭니다. 이 상태에서 각종 시각적 자극이 풍부한 쇼핑몰에 들어선다면, 끊임없이 화면을 스크롤하게 되죠.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 쇼핑몰의 구매 전환율이 높았다고 하는데요. 피로한 뇌에 스마트폰의 각성, 쇼핑몰의 콘텐츠 자극이 더해지면 도파민 시스템이 과잉 활성화됩니다. 평소 무심코 넘겼을 상품에 강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는 원리죠. 쇼핑을 ‘하고 싶은’ 감정을 넘어 ‘안 하면 불안한 것’처럼 느낀다면 진짜 필요가 아닌, 감정적인 쇼핑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결제 버튼 대신 작은 만족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

희망적인 것은, 우리 뇌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작은 자극에도 만족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 자극이 예측 가능하고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을 때 만족감이 안정적으로 작용하죠.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 우리 뇌의 보상 회로를 ‘쇼핑’이 아닌 다른 행동으로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향의 인센스를 테우면서, 괄사로 마사지 하거나 짧은 명상을 즐기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책을 읽거나 간단한 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죠. 집 안이 답답하다면 짧은 산책을 즐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뇌가 원하는 보상을 다른 방식으로 충족시키면, 자꾸만 얇아지는 지갑의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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