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카르페 디엠! 25 SS 구찌 컬렉션

명수진

GUCCI 2025 SS 컬렉션

이번 25 SS 구찌 컬렉션은 사바토 데 사르노가 구찌에서 1년 반의 시간을 보내며 만들어낸 세 번째 여성 컬렉션이다. 장소는 지난 6월에 열린 남성복 컬렉션과 동일하게 밀라노 트리엔날레 미술관(La Triennale)에서 열렸다. 구찌를 상징하는 붉은빛의 로소 앙코라(Rosso Ancora) 컬러의 런웨이 동선을 따라 공간은 화이트에서 노랑, 주황, 그리고 붉은빛으로 점차 짙어지도록 연출됐다. 이는 일몰과 석양을 상징하는 것. 이번 컬렉션에는 사바토 데 사르노가 가족과 함께 스페인의 작은 섬 포르멘타라(Formentera)에서 보낸 즐거운 여름휴가의 잔상이 남아있다.

25 SS 시즌의 구찌는 60년대 전 세계를 여행하는 일명 ‘젯셋족’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시작은 미니멀했다. 군더더기 없는 보머 재킷에 보이시한 슬라우치 팬츠와 스니커즈를 매치한 올 블랙 착장이 오프닝을 열고 이어 탱크톱과 블랙 팬츠, 블랙 점프슈트가 선보였다. 캐주얼한 탱크톱에는 구찌의 그린, 레드 컬러가 조화된 GRG 더웹이 장식되어 구찌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의 스타일은 스타일 아이콘이자 구찌의 오랜 고객이기도 한 재클린 케네디를 떠오르게 하는 것이었다. 재클린 케네디가 즐겨 하던 플로라 패턴의 스카프 두건과 커다란 선글라스 스타일링을 필두로 미니멀한 테일러링의 코트, 슈트, 원피스가 담백한 울부터 가죽, 레이스까지 다양한 소재로 선보였다. 휴양지의 대담한 스타일을 연출해 줄 컷아웃 드레스와 글리터링 한 디테일의 코트가 눈길을 끌었고, 가슴이나 다리 라인에 깊은 컷아웃을 넣은 드레스는 톰 포드가 96 FW 시즌 컬렉션에서 선보인 화이트 저지 드레스를 떠오르게 했다. 블랙, 로소 앙코라, 카키와 브라운까지 차분한 컬러 팔레트는 과감한 네온 그린 컬러로 이어졌다. 레드 카펫을 위한 드레스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나 미러 스팽글 슬리브리스 드레스는 무척이나 강렬했다.

구찌의 상징인 호스빗을 프린트한 롬퍼 형태의 미니스커트 셋업과 와이드 브림 햇이 복고적인 휴양지의 분위기를 더했다. 피날레는 바닥까지 닿는 오버사이즈 코트와 보이시한 데님 팬츠로 마무리했다. 사바토 데 사르노는 이를 ‘위엄이 있는 캐주얼’이라고 표현했다.

구찌의 상징인 호스빗 장식은 로퍼의 장식에서 확장되어 숄더 스트랩 버킷 백, 플랫 부츠 등의 액세서리 위에도 활용됐다. 한편, 구찌의 아이코닉 한 뱀부 백은 일본에서 뱀부 백 60주년 전시 <Bamboo 1947: Then and Now. Celebrating 60 Years of Gucci in Japan>를 진행하는 것을 기념하여 일본 아티스트가 맞춤 제작한 빈티지 버전으로 선보였다.

사바토 데 사르노는 “8월의 어느 하루의 끝, 해가 바닷속으로 다이빙하는 순간.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이번 컬렉션은 이런 순간에 대한 헌사이자, 잠시 멈추고 나만의 순간을 찾으라는 초대장입니다.”라고 했다. 피날레에서는 피오르달리소(Fiordaliso)의 80년대 히트곡 ‘Non Voglio Mica La Luna’가 흘러나왔고, 사바토 데 사르노가 밝은 표정으로 관객들과 아이컨택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바토 데 사르노.
영상
Courtesy of Gu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