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못지않은 치열함으로 패션위크 현장을 생생히 담은 <더블유> 에디터 9인의 사대 도시 기록
MILAN
2024.02.20 ~ 02.26
뒷모습이 예뻐요
앞모습만큼 예쁜 뒷모습이 가끔 있기도 하다. 프라다의 사랑스러운 리본 장식, 에트로의 예술적인 자수 장식, 보테가 베네타의 아티스틱한 뒷모습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만남의 장
패션 팬이라면 대찬성할 조합이 만들어진 보테가 베네타 쇼장.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에 헌정하는 ‘Raf’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던 에이셉 라키와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가 격한 포옹을 해 카메라 세례를 불렀고, 과거 금강산에서 역사적인 화보 작업을 함께한 배우 이영애와 <더블유 코리아> 이혜주 편집장의 조우도 인상적이었다.
코트 맛집
유독 코트가 오프닝을 많이 장식한 밀라노의 이번 시즌. 옷장에 있으면 든든할 것 같은 단 하나의 코트를 꼽아봤다.
보테가 베네타의 유리
마티유 블라지의 부임 이후, 두 번째로 새로 생긴 보테가 베네타의 두오모 옆 갤러리아 매장. 아름다운 유리 공예가 눈을 사로잡았는데, 대문의 손잡이는 일본 디자이너 미시마 리츠에(Ritsue Mishima)가 만든 것이고, 행어와 매장 곳곳에 쓰인 유리 블록 역시 무척 아름다웠다. 쇼장에서는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에서 만들어진 대형 글라스 작품인 꽃이 피는 선인장이 게스트를 맞이했다.
라이브 패션쇼
거의 나흘 동안 쇼를 준비하는 과정을 라이브로 중계하고, 쇼장에는 1,000명의 핵심 관객을 비디오 콜로 초대해 라이브를 적극 활용한 디젤 쇼. 침대에 누워 있거나, 아주 쎈 드랙퀸 분장을 하는 등 관객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라 쌍방 라이브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깊은 밤, 지독하게 쏟아지는 비를 뚫고 찾아간 보람이 있었던 것은 톰 포드 컬렉션 현장. 프런트로 어디서도 잘 볼 수 없었던 왕언니들이 대거 출동했기 때문이다. 에바 그린, 우마 서먼, 샤론 스톤, 알렉 웩, 앰버 발레타 등 할리우드 시상식을 방불케 한 아이코닉한 그 이름들.
날것의 대가들
공교롭게 밀라노에서 같이 열린 두 사진가의 대형 전시. 유르겐 텔러, 마틴 파 모두 생생하고 위트 있는 사진의 대가들로 이들의 사진전을 감상하며, 바쁜 패션위크의 일정에서 잠깐 여유를 되찾았다.
노장 파워
밀라노의 터줏대감 도나텔라 베르사체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이 둘의 쇼를 볼 때마다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또 잘 해내는 두 거장에 대한 경외감과 찬탄이 동시에 든다. 꺼지지 않는 에너지와 열정의 원천이 궁금하기도, 본받고 싶기도 하면서 더 큰 박수를 보낸달까. 공교롭게도 이 두 디렉터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떼샷 엔딩’을 좋아한다는 점!
데뷔 무대
이번 시즌, 밀라노 컬렉션이 더 흥미로웠던 이유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맞이한 브랜드들의 새 챕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마테오 탐부리니의 토즈, 발테르 키아포니의 블루마린, 아드리안 아피올라자의 모스키노까지. 이전 디렉터가 쌓아온 아카이브가 잊혀질 만큼의 파격은 없었지만,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갈 신선한 바람을 기대해본다.
공간이 주는 힘
인상 깊었던 쇼 베뉴 세 곳. 밀라노 이동 수단의 상징인 트램의 차고지를 런웨이로 선택한 토즈, 지난 남성 쇼와 같이 신비로운 테라리엄 런웨이에서 쇼를 시작한 프라다, 동그란 실루엣과 형형색색의 옷과 어우러져 하우스만의 예술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던 질샌더의 민트색 공간.
밀라노 접수
특별히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인 K 셀럽의 활약은 밀라노에서 더 폭발적이었다. 구찌 쇼에 참석한 하니, 프라다의 김태리와 전소미, 펜디의 안유진, 토즈의 레드벨벳 조이, NCT 정우, 페라가모의 NCT 제노, 발리의 세븐틴 도겸, 베르사체의 스트레이 키즈 현진과 에스파 닝닝, 디젤의 세븐틴 호시, 오니츠카 타이거의 화사, 돌체&가바나의 문가영, NCT 도영, 이수혁, 한혜진, 그리고 오랜만에 패션쇼에 참석한 배우 이영애까지. 화려한 프런트로의 면면 중 단연 가장 뜨거운 반응을 자아낸 한국의 슈퍼스타들.
베스트 퍼포먼스
밀라노 패션위크의 둘째 날 아침에 무한 활력을 전해준 오니츠카 타이거 컬렉션 무대. 75주년을 맞은 오니츠카 타이거는 일본 오사카 여고생 댄스팀 아방가르디의 유니크한 군무로 쇼 시작을 알렸다.
쓰레기 런웨이
매 시즌 재밌는 런웨이 연출로 스타 마케팅 없이도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는 아바바브 컬렉션. 2023 S/S 시즌에는 모델이 계속 넘어지는 연출로, 2023 F/W 시즌에는 모델이 런웨이에 등장하자마자 옷이 찢기고 뜯기는 연출로, 2024 S/S 시즌에는 모델들이 옷을 제대로 못 갖춰 입고 서둘러 나왔다가 당황해 들어가는 연출로 화제가 되었다. 이번 2024 F/W 컬렉션은? 비닐과 쓰레기, 음료 캔, 페트병 등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찬 곳에서 쇼를 시작했고,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관객은 양동이에 담긴 쓰레기를 모델에게 던졌다. 모델들은 쓰레기를 맞아가며 무대를 걸었고, 일부 모델은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지기도 했다. 쇼가 끝나고 런웨이에 나와 인사하는 디자이너 베아테 칼손의 얼굴에 크림 파이를 투척하는 엔딩까지! 칼손은 아바바브를 향한 악플 등 ‘트래시 토크(Trash Talk)’에서 영감을 받아 2024 F/W 컬렉션 콘셉트를 ‘쓰레기(Trash)’로 정했다고 한다. 런웨이 양쪽으로는 아바바브를 향한 악플을 띄웠고, 그 사이로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런웨이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는 평과 결국 런웨이 콘셉트만 남고 옷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아바바브. ‘옷보다 바이럴을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라는 오명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에디터 | 이예지,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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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지,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