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하이 주얼리 소장품을 집대성한 패트리모니 컬렉션과 리옹 컬렉션.
가브리엘 샤넬이 첫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을 선보인 지 92년이 지났다. 그녀가 오늘날 파리 방돔 광장 18번지에 위치한 샤넬 워치&화인 주얼리 부티크를 찾는 다면 베이지색으로 래커칠을 한 가구들과 블랙 라인이 돋보이는 방대한 공간을 발견하고 단번에 사랑에 빠질 것이다. 가브리엘 샤넬도 놀랄 만한 곳, 샤넬 워치&화인 주얼리 부티크에는 마치 뮤지엄처럼 브랜드의 역동적인 역사이자 살아 있는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샤넬 패트리모니 컬렉션이 보관되어 있다.
이곳에는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샤넬의 네크리스와 브로치, 이어링, 브레이슬릿, 워치, 링, 오브제 등이 소장되어 있으며, 지금도 당대의 가장 아름다운 워치&화인 주얼리 피스가 추가되고 있다. 화인 주얼리 피스 400점과 오롤로지 및 오뜨 오롤로지 피스 390여 점까지, 약 800점의 경이로운 작품을 소장한 이유는 독립적인 정신과 대담한 창의성을 스타일로 승화시키며 영원한 자유를 표현한 가브리엘 샤넬의 디자인과 영감을 현세대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가히 가브리엘 샤넬 본인의 작품과 그녀가 영감을 불어넣은 작품들의 보고다.
1932년 샤넬이 ‘프랑쥬 네크리스’를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마네킹도 소장되어 있다. 현재 소장 중인 프랑쥬 네크리스는 1993년 화인 주얼리 사업부 출범을 기념해 다이아몬드로 똑같이 재현해낸 복제품이다. 비잔틴 주얼리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컬러 모티프도 특징적이며, 샤넬이 남성복에서 차용한 트위드 소재가 놀랍도록 유연한 주얼리 패브릭으로 재탄생한 모습은 경탄을 자아낸다. 또한, 샤넬이 행운의 숫자에서 받은 영감으로 제작한 눈부신 ‘55.55캐럿 다이아몬드 피스’도 만날 수 있다.
가브리엘 샤넬의 시그니처 주얼리 스타일인 풍성함과 다양성을 포용한 이 공간은 N°5, 까멜리아, 사자, 밀, 남성미와 여성성의 교차, 라인, 별, 쿠튀르, 비잔틴, 코로만델, 장식 등 하우스의 상징적인 테마에 따라 주얼리 작품을 분류한다. 살아 있는 유산이자 해가 갈수록 풍성해지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억이며,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인 샤넬 하이 주얼리 소장품 컬렉션 패트리모니는 다채로운 요소의 경쾌한 집합으로 언제나 역동적이며 앙상블의 일관성을 잃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유와 독특함이라는 샤넬 여사의 정신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다.
“모든 걸 잊고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주얼리를 만드는 데에 몰두하곤 했어요. 저를 정말로 즐겁게 한 유일한 일이었죠.” 주얼리를 향한 가브리엘 샤넬의 열정은 그녀의 삶의 패턴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녀는 저녁 무렵이면 값진 보석과 준보석, 유리 공예품이 가득한 서랍장과 웨스트민스터 공작이 선물한 화려한 주얼리 세트들이 넘치는 보석함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내곤 했다. 때론 그 보석들을 해체한 채 도구와 왁스 블록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기도 하면서. 그녀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창조한 옷과 액세서리, 뷰티에 이어 탐미한 주얼리 세계는 또 다른 영역이자 새로운 언어였다. 그녀는 주얼리 하나하나가 컬렉션의 일부로서 저마다 스토리를 지니고 여성의 일상에 스며들어 그들의 매력을 재정의하길 원했다.
마침내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은 그녀의 첫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자 주얼리 역사상 최초로 테마와 시대, 스타일의 통일성을 보여준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 컬렉션을 소개하기 위해 전용 디스플레이 키트에도 공을 들였는데, 마네킹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직접 스타일링하고, 가운과 스톨, 베레모를 입혀 드라마틱한 효과를 더했다. 그렇게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스타일을 주얼리에도 적용하면서 샤넬 화인 주얼리만의 특별한 스토리가 시작됐다.
1987년 최초의 샤넬 워치를 선보이고 6년이 지난 1993년, 샤넬 하우스는 화인 주얼리 사업부를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워치와 화인 주얼리 전용 아카이브를 설립한다. 가브리엘 샤넬의 크리에이션에서 화인 주얼리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들로 구성된 컬렉션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가브리엘 샤넬과 주얼리 사이의 의미 있는 스토리를 소개하고, 과거에서 현대까지 이어져 내려온 뛰어난 장인 정신을 전승함과 동시에 주얼리 작품을 통해 브랜드의 유산을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간격을 좁히고, 과거를 비추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결정이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의 첫 목표는 가브리엘 샤넬이 만든 작품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 그중에서도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비쥬 드디아망’ 컬렉션의 작품을 찾고자 했는데, 다른 주얼리 하우스들과 달리 샤넬은 스케치나 구아슈(gouaché), 주문서, 도안 등을 별도로 보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샤넬은 1932년 11월 포부르 생토노레 아파트에서 공개한 ‘비쥬드 디아망’ 컬렉션의 미판매 작품을 회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미판매 작품은 1929년의 대공황 이후 다이아몬드 시장을 부흥시키기 위해 개별 피스들로 해체되어 런던 다이아몬드 협회(Diamond Corporation Limited ofLondon)로 리턴되었다. 샤넬의 소장품 컬렉션 사업부에서 340개 이상의 기사와 전시회 사진, 초대장, 당시의 뉴스 필름을 면밀히 조사한 끝에, 파테-고몽(Pathé-Gaumont) 아카이브가 디지털화되면서 뉴스 필름이 재발견되어, <1932 전시>를 개최할 수 있었다.
1932년 언론에 사진이나 기사로 공개된 47개의 피스 중 두 피스만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데, 바로 개인 소장품인 ‘플륌(Plume)’ 브로치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듯 미드나이트블루새틴 상자에 담긴 오리지널 ‘꼬메뜨(Comète)’ 브로치다. 이제는 샤넬 하이 주얼리의 아이콘이 된 꼬메뜨 브로치는 2000년 제네바에서 열린 경매를 통해 샤넬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샤넬은 1993년과 2015년 사이에 오리지널 컬렉션과 동일한 36점의 리에디션 컬렉션을 제작했다. 뿐만 아니라 2009년부터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를 맡아온 패트리스 레게로(Patrice Leguéreau)는 2012년과 2022년에 ‘1932’ 헌정 컬렉션을 선보이는 등 여러 차례 ‘비쥬 드 디아망’의 모던함에서 받은 영감을 영감을 활용해 주얼리를 제작했다. 그렇게 샤넬은 가브리엘 샤넬이 제작한 39피스의 주얼리 작품을 확보하는 등 패트리모니 컬렉션을 차근차근 구축해가고 있다.
오늘날에는 더없이 모던한 컬렉션들로 샤넬 주얼리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동시에, 1993년부터 2023년 사이에 제작된 아이코닉한 하이 주얼리 작품이 더해지면서 현재 132개 피스로 컬렉션이 점점 풍성해지고 있다. 가브리엘 샤넬의 스타일리시한 유산이 깃든 각각의 작품은 다양한 제작 노하우와 착용 방법을 통해 기술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여러 측면에서 샤넬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1932년 첫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이 탄생한 지 90여 년이 지난 지금,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에서는 ‘비쥬 드 디아망’의 현대적 정신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고 있다. “1932년의 정수로 돌아가 꼬메뜨, 달, 태양이라는 세 가지 상징에 관한 메시지를 조화롭게 제시하고 싶었다. 모든 천체는 고유의 빛을 낸다.”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패트리스 레게로의 말처럼 ‘1932’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행성의 회전과 별의 움직임을 고귀하고 아름답게 나타낸다. 완벽한 원형의 다이아몬드는 영원을 상징하며 빛줄기는 그 광채를 배가한다. 그렇게 ‘1932’는 새로운 천상의 지도를 그린다.
목을 수놓으며 내려와 가슴 위에서 타오르는 오픈 네크리스의 탄생 이래로 꼬메뜨는 샤넬 주얼리의 아이콘이 되었다. 나선형 소용돌이와 유성이 끊임없이 천체를 쫓으며 회전한다.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에서는 단 한 작품에서만 단독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달은 ‘1932’ 컬렉션에서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기존 컬렉션에 등장한 초승달은 반짝이는 후광에 둘러싸인 보름달이 됐고, 선명하고 입체적인 햇살을 내뿜는 태양도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패트리스 레게로는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에서 천체라는 주제뿐만 아니라, 간결한 선, 몸의 자유로움이라는 이념까지 고스란히 가져왔다.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체의 움직임을 정확히 이해해 살아있는 주얼리를 창조한다. 77개의 작품 중 12개가 변형 가능하다는 것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4년, ‘리옹 솔레르 드 샤넬(Lion Solaire de CHANEL)’의 탄생
샤넬을 대표하는 여러 상징 중 ‘사자(리옹)’를 빼놓을 수 없다. 1883년 8월 19일에 태어난 가브리엘 샤넬은 평소 자신의 별자리가 사자자리임을 수시로 언급했을 만큼 사자의 위풍당당함과 강인한 면모를 사랑했고, 자신의 삶과 하우스에 사자의 특성을 자주 투영했다. 태양처럼 타오르는 위풍당당함을 지닌 황도십이궁의 왕이자 힘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베네치아의 수호자로서 사자는 샤넬의 옷과 액세서리에 자주 등장하며 메종을 관통하는 상징적 언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 2012년 샤넬은 메종의 하이 주얼리 소장품 컬렉션에 보존된 걸작, ‘콘스텔라시옹 뒤 리옹(Constellation du Lion)’ 네크리스를 재해석해 사자자리를 기념하는 최초의 하이 주얼리를 선보였다. 마침내 사자가 샤넬의 하이 주얼리 세계에도 진입해 그 압도적인 위용을 드러냈으며, 사자자리를 기념하는 첫 하이 주얼리 작품답게 무려 32캐럿 옐로 다이아몬드가 세팅됐다. 특별함이 원칙이 된 순간이었다. 2013년의 ‘수 르 신느 뒤 리옹(Sous le signe du Lion)’과 2018년의 ‘레스프리 뒤 리옹(L’esprit du Lion)’ 하이 주얼리 컬렉션 또한 사자를 용맹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2024년 샤넬은 사자를 주제로 ‘리옹 솔레르 드 샤넬(Lion Solaire de CHANEL)’이라는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다. 강력하고 위엄 넘치는 기개로 포효하는 사자의 얼굴이 네크리스, 두 개의 링, 두 개의 이어링 등 총 다섯 개의 새로운 주얼리 작품에 등장한다. 다이아몬드로 파베 세팅 또는 일반 세팅한 페어 컷과 마르키즈 컷 모티프로 구성된 사자의 갈기가 일렁이며 빛을 내뿜는 동시에 더없이 입체적인 라인은 사자의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으로 집중하게끔 한다. ‘리옹 솔레르 드 샤넬’ 컬렉션을 통해 샤넬은 다시 한번 메종이 보유한 하이 주얼리의 힘과 놀라운 창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