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저녁, 밀란에서 열린 보테가 베네타 SUMMER 24 컬렉션. 쇼가 열리기 전 밀란 교외의 작은 빌라에서, 그리고 저녁 쇼 베뉴에서 배우 김다미를 만났다. 보테가 베네타와 함께한 그녀의 첫 여정에서 우리가 마주한 건 말갛고 편안한 얼굴. 익숙하면서도 낯선, 김다미의 새로운 얼굴이었다.
새로운 컬렉션이 세상에 나오기 전, 우리는 미리 공개된 영상에서 컬렉션에 관한 단서를 찾는다. 보테가 베네타는 짧은 티저 영상을 통해 컬렉션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지난 WINTER 23 시즌에는 가죽 매듭을 만드는 장인의 손을 클로즈업한 영상을 공개한 뒤 가죽 소재를 자유자재로 활용한 놀라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쇼가 열리기 약 3일 전에 공개된 이번 SUMMER 24 시즌 컬렉션 티저 영상에는 뱅글뱅글 돌아가는 지구본과 다양한 인종의 얼굴, 그리고 새와 개구리, 돌고래 등의 여러 동물이 등장했다. 새로운 보테가 베네타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가운데 마침내 쇼 당일, 게스트들을 가장 먼저 놀라게 한 건 베뉴 디자인이었다. 다종 다양한 동물이 그려진 푸른 타일 위에서 컬렉션을 펼친 것.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가 “어린 시절 콘프레이크 박스 뒷면에서 보았던 세계 지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이 그림은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클레어 드탈랑트(Claire Detallante)의 작품. 새파란 타일 위에 그려진 꽃게와 갈매기, 산호, 물고기 등 귀여운 동물들이 마치 헤엄치듯 공간을 유영하고 있었다(거기엔 마티유 블라지의 검은색 반려견 존존(John-John)도 숨어 있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풀벌레와 새소리 그리고 심장박동이 공간을 가득 채운 사이, 첫 번째 룩이 등장했다. 니트 소재의 심플한 검정 수영복을 입은 모델은 마치 어부의 어망처럼 보이는 커다란 바스켓-우븐 백을 들고 있었는데, 그 안에 셔츠와 페이크 데님 레더 팬츠를 넣어 살짝 보이게 연출했다. 그것은 지난 시즌과의 연결고리이기도 했고, 다음 룩과의 연결고리이기도 했다. 마치 입고 있던 지난 시즌의 셔츠와 팬츠를 벗어 던지고 일탈을 감행한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 첫 번째 룩을 보고 휴양지 룩이 연달아 나오리라 짐작한 관객들을 환기시킨 건 두 번째 룩, 블랙 슈트였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완벽하게 빗어 넘긴 오피스 레이디의 등장에 관객들은 직감했다. 이것은 결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님을(이어 등장한 남자 모델은 타이까지 갖춘 모습이었다!).
- 포토그래퍼
- 박종하
- 스타일리스트
- 정진아
- 헤어
- 이혜진
- 메이크업
- 조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