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집 에르메스, 24SS 에르메스 컬렉션

정혜미

Hermés 2024 S/S 컬렉션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의 물결 속에서 에르메스 여성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데주 반 시불스키는 럭셔리의 정수를 보여줄 결심을 한 것 같다. 컬렉션이 열린 프랑스 국립 헌병대 내 승마장(La Garde Républicaine)은 여유로운 목가적 천국을 연상시키는 초원으로 변모했다. 오솔길 사이 갈대와 꽃이 장식되어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이완되는 듯한 평온한 런웨이에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플루트 연주가 울렸다. 이는 바쁘게 진행되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잠시나마 평온한 순간을 제공했고, 자연의 포옹 속에서 보내는 순간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라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 같았다.

매혹적인 버건디 컬러, 토마토같이 기분 좋은 레드, 차분한 에토프 그레이까지 에르메스의 아이코닉한 컬러 팔레트로 에르메스의 유려한 가죽 제품이 선보였다. 솜씨 좋은 장인의 손길로 완성되었을 아일릿 혹은 지그재그 커팅의 양가죽 펜슬 스커트과 퍼프 슬리브 드레스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때때로 가죽을 캐주얼한 태터솔 체크 패턴의 코튼 소재와 믹스하고 이를 에이프런 원피스나 풀스커트, 루스 핏 쇼츠로 선보이며 목가적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아방가르드한 실크 골지 니트 브라탑과 레이서 백 크롭 홀터는 조용한 럭셔리에 트렌디함을 살짝 얹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어깨나 등, 미드리프를 노출하는 과감한 컷아웃도 다른 시즌보다 조금 더 자주 눈에 띄었다.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캐주얼한 로만 샌들이 우아한 컬렉션에 아우라를 더했다. 에르메스가 선보이는 클래식은 독보적이고 범접 불가한 인상이 있다. 런웨이를 초원으로 만든 블록버스터와 같은 설정은 틱톡 같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도였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Hermé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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