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스페이스룩의 구원자, 24SS 꾸레쥬 컬렉션

김자혜

Courrèges 2024 S/S 컬렉션

갤러리 같은 사각의 새하얀 플로어 고요한 적막이 가득했다. 회오리바람 같은 소리만이 간간이 들리며 컬렉션이 시작됐다. 석고로 만든 바닥은 모델들이 워킹을 하자 조금씩 부서지며 잔해를 남겼다. 런웨이 아래에 공기가 채워진 소방 호스가 공기를 빼면서 달과 같은 거친 표면을 만들어냈다. 바람 소리만으로 시작한 적막한 사운드트랙은 센세이셔널했다. 이는 꾸레쥬의 아트디렉터 니콜라 디 펠리체와 그의 친구인 에르왕 세네(Erwan Sène)의 합작품.

꾸레쥬의 아트디렉터로서 3년 차를 맞이하는 니콜라 디 펠리체. 그가 합류한 이후 꾸레쥬의 매출은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음악으로 패션을 배우기 시작해 여전히 테크노 음악과 댄스 공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벨기에 태생의 디자이너는 60년대 미래주의 패션을 대표하는 꾸레쥬를 더없이 쿨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니콜라 디 펠리체는 꾸레쥬를 어떻게 보는 것일까? ’60년대는 소비를 누리는 행복감이 있었다. 나는 꾸레쥬가 일종의 유토피아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대담한 패턴과 커팅이 돋보이는 40개의 스타일은 크게 힘주지 않고도 하나하나 존재감을 드러냈다. 커팅은 더욱 진화했다. 오프닝을 연 화이트 미니 셔츠는 패턴을 대담하게 변형하여 비대칭으로 선보이고 대담한 컷아웃까지 넣었다. 이어 클래식한 테니스 웨어를 재해석한 브이넥 원피스와 화이트 칼라를 넣은 블랙 저지 드레스, 미니멀한 튜닉 스타일로 재해석한 후디도 젠지 세대 쇼퍼들을 안달 나게 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한쪽 어깨를 오픈하는 비대칭의 바이커 재킷, 화이트 셔츠, 재킷과 무릎 부분에 슬릿을 넣은 벨보텀 팬츠까지 모든 아이템이 아이코닉했고, 톤온톤 자수로 로고는 눈에 잘 띄지 않게 한 전략도 영민했다. 꾸레쥬 고유의 디스크 디테일은 오히려 덜어내고 생략했다. 대신 반투명 크롬 브래지어와 메탈 판초가 미래적 감각을 뽐내며 디스크 디테일의 부재를 충분히 대신했다. 반달 형태의 미니멀한 숄더백, 조형적 실버 펜던트 네크리스, 미니멀한 스트랩 샌들까지 액세서리까지 더할 나위 없는 매치! 니콜라 디 펠리체는 아마 앙드레 꾸레쥬가 환생하여 21세기 버전으로 디자인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꾸레주의 아카이브를 단순 답습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꾸레주 다운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Courrè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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