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시끌벅적 요란한 뷰티는 잠시 잊으시길. 정제된 고급스러움을 내세우는 조용하지만 강한 뷰티가 온다.
BEAUTY NOTE
발그레한 홍조는 디올 ‘로지 글로우(체리)’를 양 볼과 콧잔등을 잇는 W 모양으로 넓게 발라 완성한 것. 작은 아이 브러시로 볼의 중앙과 콧등에 블러셔를 한 번 더 얹어주면 자연스럽게 상기된 듯 건강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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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모발 끝에 오리베 ‘슈퍼샤인 모이스처라이징 크림’을 발라 가볍고 매끈하게 떨어지는 스트레이트 헤어로 연출했다. 곱슬머리라면 모발 손상을 줄이고 탄력은 유지해주는 글램팜 ‘GP201T’ 같은 플랫 아이론을 사용하면 더욱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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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버건디 컬러의 립라이너, 구찌 뷰티 ‘크레이용 꽁뚜르 데 레브르 립 컨투어 펜슬(보르도)’로 입술 윤곽을 따라 그린 다음, 브러시를 이용해 안쪽으로 그러데이션했다. 그런 다음 이사마야 ‘립락 맥시마이징 립 세럼(러스트)’을 입술 전체에 코팅하듯 볼륨 있게 덧발라, 비닐을 씌운 듯 매끈한 광택이 흐르는 입술 완성.
요란한 뷰티에서 조용한 뷰티로
젠지의 등장, Y2K 붐, K-POP 아이돌의 전 세계적인 히트와 함께 지난 몇 년간 뷰티는 가장 소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유포리아>로 시작해 <웬즈데이>까지 이어지는 넷플릭스 시리즈들은 틱토커들의 얼굴을 무지개색 아이섀도와 고딕풍의 다크한 플럼 립스틱으로 물들였다. 네일 아트를 진정한 ‘아트’로 끌어올린 젤 네일 월드에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부터 유리로 조각된 정교한 꽃, 줄줄 녹아내리는 고드름까지 온갖 키치와 아방가르드의 향연이 펼쳐졌으며, 컬러의 세계에 몰두한 헤어 업계는 탈색과 염색 기술 발전에 힘입어 파스텔 핑크 헤어부터 호피무늬 패턴의 헤어 스탬프까지 열정 가득한 스타일들로 폭발했다. 시끌벅적 에너제틱하고 창의적인 모험으로 가득한 뷰티 월드는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전개됐고 한계란 없어 보였다.
이런 초특급 화려한 뷰티에 대한 반작용일까? 극과 극은 통한다더니, 맥시멀리즘의 인기가 치솟자 극도로 단순한 미니멀리즘이 소환됐다. 올여름 패션 월드를 휩쓴 키워드는 오래된 부를 자랑하는 상속녀 스타일의 보수적이고 정제된 ‘올드머니(Old Money) 룩’이었고, 이런 룩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헤일리 비버의 ‘라떼 메이크업’ 영상에는 36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OldMoney의 인기는 명품 브랜드의 로고 등으로 부를 과시하지 않되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는 #QuietLuxury, #StealthWealth에서 나아가, 더욱 퓨어하고 깨끗한 룩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뜻하는 #CleanGirl #CleanGirlMakeup #CleanGirlAestatic으로 이어졌다. 휴양지에서 휴가를 충분히 즐기고 온 듯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 정갈하게 정돈되어 반짝이는 손톱,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매끄러운 헤어. 그야말로 ‘클래식’한 룩이라 따지고 보면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동안 투머치 룩에 눈이 익숙해진 탓인지 헤일리 비버, 켄들 제너, 지지 하디드, 제니퍼 로렌스 같은 셀럽들에게서 보이는, 장식을 덜어낸 이 단순한 우아함은 어느 때보다 신선하게 다가온다.
뷰티의 완성은 나!나!나!
한편에서는 이런 올드머니 룩이나 조용한 럭셔리의 인기가 지극히 엘리트주의적이고 백인 중심주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사람들이 이 클래식한 룩에 매료되는 이유가 값비싼 화장품이나 옷, 보석, 아름다운 외모 등에 대한 선망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 트렌드의 진짜 본질은 ‘나’에 있으며, ‘나’야말로 요즘 세대의 가장 거대한 관심사니 말이다. 건강하게 빛나는 피부와 머릿결, 균형 있게 잘 단련된 몸, 마음의 평화에서 비롯된 여유로운 태도, 자신을 굳이 타인에게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 그 자신감. 올드머니든 콰이어트 럭셔리든 클린 걸이든, SNS에 넘쳐나는 수많은 해시태그를 관통하는 대명제는 결국 나의 퀄리티를 높여 나 자체가 잘 돋보이도록 단순명료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그리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해답은 결국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온전히 나의 것이라 할 수 있는 피부와 몸, 헤어, 표정, 나아가 내 삶의 방식과 마음을 잘 가꾸는 것.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 바르고,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 채소와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일주일에 2~3회는 운동을 하고, 머리 감은 뒤엔 잘 말리기 등등 우리가 아는 이 쉽고도 어려운 ‘기본’은 억만장자의 돈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헤일리 비버가 자연스러운 톤으로 과하지 않게 커버한 피부에 시어한 브론징 크림을 더하고, 은은한 누드 톤 음영 섀도와 차분한 캐러멜 컬러의 립글로스를 바르는, 이 대단할 것 없는 영상이 인기를 끈 까닭은, 그 메이크업으로 그녀의 건강한 피부 톤과 잡티가 빛났고 특유의 볼륨 넘치는 입술과 얼굴의 윤곽이 아름답게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올드머니 메이크업’을 따라 잡느라 내게 어울리지도 않는 브론저와 립글로스를 사기보단, 내 얼굴에 관심을 가지고 내 피부 톤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기본 뉴트럴 톤 팔레트와 데일리로 쓰기 질 좋은 인생 립스틱을 찾아내는 것이 더 의미 있다. 이제 메이크업의 목표는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의 나, 가장 아름다울 때의 나로 향한다.
한때는 고루하고 보수적이며 지루하다고 여겨진 이 클래식한 뷰티는 트렌드의 파도를 따라 이리저리 출렁이겠지만, 이 룩을 즐기고 몇 년 뒤에 이 시절의 사진을 보더라도 ‘그때 나 왜 저랬지’ 싶지 않으리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우리가 여전히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속 오드리 헵번과 <리플리>의 귀네스 팰트로, 그리고 제인 버킨과 재클린 케네디의 클래식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처럼. 오래된 사진 속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으로 존재하고,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난다. 기본에 충실한 단순한 아름다움은, 조용하지만 강하다.
1. Clé de Peau Beauté 크림 루즈(초콜렛 코스모스)
부드러운 크림 포뮬러가 입술의 입체감을 살려 고급스러운 매트 립을 완성한다. 8ml, 6만원대.
2. Tom Ford Beauty 셰이드 앤 일루미네이트 쿠션 & 포 레더 쿠션 케이스
빛과 음영으로 얼굴을 입체적으로 연출해주는 쿠션. 멋스러운 브라운 가죽 패키지가 새롭게 출시됐다. 리필 8만8천원대, 케이스 4만6천원대.
3. Decorté 아이 글로우 젬 스킨 섀도우(웜 엄버)
녹아드는 촉촉한 질감의 웜 베이지 섀도. 반짝이는 윤기와 그림자가 드리운 듯한 음영으로 그윽한 아이 메이크업을 연출한다. 6g, 3만3천원대.
4. Hera 센슈얼 피팅 글로우 틴트(히든모브)
어느 각도에서나 빈틈없이 반짝이는 유리알 틴트. 투명한 컬러감으로 광택이 오래 유지된다. 5g, 4만원.
5. Givenchy Beauty 르 루즈 앵떼르디 크림 벨벳(베이지 뉘)
끈적임 없이 강렬한 발색과 블러리한 마무리감이 매력적인 제품. 6ml, 5만3천원대.
6. YSL Beauty 꾸뛰르 미니 클러치 쉐이드(카스바 스파이스)
데일리로 활용 가능한 4가지 모던한 누드 컬러가 다양한 질감으로 구성된 아이섀도 팔레트. 4g, 9만6천원대.
7. Suqqu 리퀴드 러스터 아이즈(별빛 모래)
눈매에 부드럽게 밀착되는 리퀴드 섀도. 블렌딩이 쉽고, 골드 펄이 투명한 반짝임을 드리운다. 7.3g, 4만8천원.
8. Chanel 루쥬 코코 블룸(이즈)
달콤한 캐러멜 베이지 컬러 립스틱. 비비드한 발색과 함께 천연 왁스와 오일을 함유해 반짝이면서 촉촉한 입술을 완성한다. 3g, 5만5천원.
9. Mac 스튜디오 래디언스 세럼 파워 파운데이션
세럼을 바른 듯, 피부 속부터 우러나오는 촉촉한 광채를 선사하는 파운데이션. 30ml, 7만2천원대.
BEAUTY NOTE
샤넬 ‘레 꺄트르 옹브르(깡되르 에 엑스뻬리앙스)’의 밝은 브라운 섀도를 아이홀과 언더라인에 블렌딩해 바르고, 딥한 초콜릿 컬러를 눈매 앞부분과 콧대 사이 및 눈꼬리에 터치해 짙은 음영을 연출했다. 블러셔는 눈 아래부터 입꼬리까지 긴 역삼각형 모양으로 과감하게 바른 뒤, 콧등에도 연결해 살짝 그을린 듯 표현했다. 입술엔 차분한 브라운 컬러 립스틱, 바이레도 ‘리퀴드 립스틱 바이닐(타르 데저트)’을 오버 립으로 윤기 있게 발랐다.
BEAUTY NOTE
에스티 로더 ‘퓨처리스트 파운데이션’을 피붓결을 따라 얇게 펴 바른 뒤, 투명한 광채를 연출해주는 샤넬 ‘바움 에쌍씨엘 글로우 스틱(트렌스페어런트)’을 손끝에 녹여 광대뼈, 이마, 콧등에 톡톡 두드려 얹었다. 눈두덩에는 맥 ‘클리어 립글라스’를 납작 브러시로 넓게 도포해 보다 촉촉한 윤기 업! 립은 샤넬 ‘루쥬 코코 밤(스윗 트릿)’을 입술 전체에 채워 맑은 로즈빛으로 연출했다.
- 에디터
- 이현정
- 포토그래퍼
- 안주영
- 모델
- 티아나, 김다미
-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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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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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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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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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