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기획력과 감각으로 이 도시의 미술 주간을 더욱 풍성하고 패셔너블하게 만든 한국의 패션 브랜드들
프리즈로 서울이 전례 없이 떠들썩했던 9월 초, 각자의 보폭으로 재미난 일을 꾸민 이들이 있다. 명민한 디렉터들의 탁월한 기획력과 감각으로 이 도시의 미술 주간을 더욱 풍성하고 패셔너블하게 만든 한국의 패션 브랜드들.
사랑을 담아
로우클래식과 패션&아트 매거진 <노벰버>의 협업으로 탄생한 <노벰버 라운지@로우클래식> 프로젝트는 동시대 독립 출판계에서 가장 특색 있는 보이스를 가진 50여개의 간행물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한 이벤트다. 로우클래식의 신당동 사옥 꼭대기에 위치한 이벤트 공간은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의 <독서 양탄자(Tapisde lecture)>(2000)에서 영감을 받은 리딩 룸이다. 중앙에는 눕거나, 놀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거나, 뒹굴거릴 수 있는 보라색 카펫이 있다. 이는 생동하는 도시에 걸맞은 공항 라운지에서 착안했다고. 서로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지만 현대적 비전을 공유하는 두 집단이 만든 영감과 대화의 공간. 그 협업의 첫 번째 결과물인 <노벰버 라운지@로우클래식>은 패션, 건축, 예술, 환경주의, 무용, 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매거진을 통해 오늘날 독립 출판에 대한 미래적인 지형도를 제시한다.
의복 조각
9월 7일, 웰던이 서울을 대표하는 장소 코엑스에서 2024 S/S 컬렉션 ‘집의 흔적(Remnants of Home)’을 공개했다. 공간적 체험을 건축적 설치로 만드는 미술가 서도호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웰던은 조각과 의복 사이의 경계를 초월하는 아티스틱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자인 요소들은 흩어진 기억의 유동성을 품으며 교복의 주름, 원목 무늬의 리놀륨 소재 거실 바닥, 집의 형태 등 한국에서 성장한 지난 기억을 반영한다. 패션과 예술을 결합해 독특한 시각적 서사를 풀어내는 웰던의 장기가 백분 발휘된 쇼.
낭만에 대하여
준태킴이 2023 A/W 컬렉션과 미발매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전시를 진행했다. 미국 영화 <죽은 시인들의 사회>(1989)에서 영감을 받아 ‘Romantic Poetry: The New Preppy’를 주제로 진행한 컬렉션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프레피&아이비리그 룩의 재해석으로 시작되었다. 준태킴의 상징적인 코르셋 재킷, 푸어 포인트, 더블렛 패딩 점퍼를 착용한 학생들이 가족, 사회의 기대와 압박 속에서 자유를 향한 시를 낭송하는 상상. 그리고 이 상상을 근사한 룩으로 증명한 준태킴. 프레피 룩을 그만의 시각으로 해석해 완전히 새로운 젠더를 불어넣은 것. 성별, 계층, 및 신체 크기로 규정된 미의 기준을 전복하고, 패션 산업에 새로운 장르를 제시하려는 이 독자적이고 독보적인 디자이너를 응원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공간의 힘
제이든 초의 현실적 낭만, 한국의 전통 소재와 천연 염료 기법의 유산을 이어가는 엄버 포스트파스트 이상적 전통을 담은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했다. 북촌의 구옥을 개조해 만든 이 공간은 과거와 현대의 연결로 동시대적인 룩을 제시하는 디자이너 조성민의 비전과 성정을 똑 닮았다. 빠르게 흐르는 패션 시속에도,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옷을 짓는 그가 이 공간에서 그려갈 미래가 기대된다.
- 에디터
- 김현지
- 포토그래퍼
- 정요셉
- 사진
- E( )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