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가 최고조에 이른 9월 6일, 기꺼이 이 축제를 맞이하고 프리즈 서울 개막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가 열렸다.
아트페어가 쏘아 올린 축제의 시간이 서울을 진하고 뜨겁게 통과했다. 열기가 최고조에 이른 9월 6일, 기꺼이 이 축제를 맞이하고 프리즈 서울 개막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가 열렸다. 프리즈 서울과 프리즈 서울의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 LG 올레드가 마련한 ‘LG OLED Frieze Night’다. <더블유>가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한 이 그랜드 오프닝의 날, DDP의 밤은 낮보다 휘황했다.
9월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두 번째 프리즈 서울이 작년과는 또 다른 차원으로 서울의 공기를 바꿔버릴 거라는 점은 일찍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아시아 서울에 상륙한 국제 아트페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새로운 분위기가 싹트고 있음을 느낀 이들은 저마다 캘린더의 9월에 밑줄을 그었다. 아트 신을 구성하는 다양한 층위의 관계자들은 매년 홍콩으로, 또 미국과 유럽으로 페어 출장을 다니지만, 이곳 서울에서 수많은 누군가를 맞이하는 입장이 되는 건 그들도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각자의 연중 리듬과 호흡에 변칙을 일으키는 문화적 사건. 사건이 클수록, 파장은 중심과 주변을 가리지 않고 널리 퍼진다. 아트페어뿐 아니라 디자인 페어, 패션위크가 열리는 전 세계 여러 도시들에서 매년 ‘그 시기’를 맞으면 도시 전체가 들 썩이는 것처럼.
프리즈 서울이 문을 연 6일, 서울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건축물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밤은 낮보다 밝았다. 프리즈 서울, 그리고 프리즈 서울의 여러 파트너 중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인 LG 올레드가 올해 ‘LG OLED Frieze Night’를 마련함으로써 비로소 ‘그랜드 오프닝’의 밤이 휘황하게 빛났기 때문이다. 서울이 국제 아트 신의 캘린더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일정으로 자리 잡아가는 지금, 페어 개막을 축하하고 아트 위크를 기념할 만한 자리는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필요해졌다. 갤러리와 미술 관련 기관은 물론 다양한 성격의 조직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혹은 서로 만나 의미 있는 만남을 도모하는 흐름 속에, 이 모든 일의 현재진행형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자리 말이다.
<더블유>가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한 ‘LG OLED Frieze Night’는 그 이름의 무게처럼 이곳 서울을 무대로 벌어진 축제의 시간과 도 포개지는 성격을 가졌다. 8월 31일부터 9월 10일까지 개최된 서울의 빛 축제, <서울라이트 DDP 2023 가을>과 파티의 밤이 맞물리며 이야기가 풍성해진 점이 그렇다. 스펙터클한 DDP의 파사드에 드리워진 정원은 미디어 아티스트 미구엘 슈발리에(Miguel Chevalier)의 작품 ‘Meta-Nature AI’다. 197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 아트를 전개해온 그는 다양한 나무, 잎, 꽃 등의 데이터 베이스를 기반으로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결합해 가상의 정원을 만들었다. 만개하고 지는 디지털 식물이 파티가 열린 DDP를 물들이자 SF영화의 한 장면이 서울에 펼쳐졌다.
‘LG OLED Frieze Night’를 알리는 초대장에서부터 ‘오로라’ 이미지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설치 예술가 댄 아셔(Dan Acher) 역시 <서울라이트 DDP 2023 가을> 참여 작가다. 6일 밤 파티는 DDP 4층 내부와 외부 잔디 언덕이 있는 공간에서 열렸는데, 밤하늘의 오로라를 재현한 댄 아셔의 작품 ‘Borealis(보레알리스)’가 잔디 언덕에 설치되어 파티 무드를 특별하게 해주었다. 언덕 전체에 걸쳐 낮은 빛구름처럼 존재한 ‘Borealis’는 프로젝션, 사운드, 스모그 등의 요소로 구성된다. 이 아름답고 비현실적인 신 안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이, 인종, 신념 등을 떠나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동시에 그는 오로라가 있을 수 없는 곳에 떠 있는 가상의 오로라를 보며 기술이 과연 자연의 선물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 질문해보자는 의도로 이런 작업을 한다.
이 자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세 LG전자 HE 사업본부장, 그리고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의 짧은 환영사가 이어진 건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의 범위와 가능성을 말해준다. 런던에서 출발해 뉴욕, LA, 서울에 이른 핫한 이름, 프리즈. 아트페어가 열리고 지속 가능해지는 데 결정적인 지원자 역할을 하는 헤드라인 파트너. 아트페어가 쏘아 올린 축제 분위기로 글로벌 아트 신의 시선이 향하는 또 하나의 장소가 된 서울. 마지막으로, 이 세 개의 축을 둘러싸고 파티를 즐긴 약 1,000명의 다양한 사람들. 이토록 큰 이야기에서 특히 ‘LG OLED Frieze Night’의 중심축이 된 LG 올레드가 지난 2년 동안 쌓은 아트 프로젝트는 놀랍도록 밀도 있는 여정이다. 시작은 2021년 프리즈 런던이었다. 페어장에서는 데이미언 허스트가 그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던 작품 4점을 포함해 총 9점이 LG 올레드를 디지털 캔버스 삼아 전시되었다. 아니쉬 카푸어가 작년 프리즈 서울에서 관객이 이미지 안에 감싸이는 듯한 초현실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신작을 선보일 때도, 세계 최초의 NFT 작품을 만든 케빈 맥코이가 프리즈 뉴욕에서 몰입감이 중요한 그래픽 작품을 공개할 때도, 작가들은 LG 올레드나 투명 LG 올레드 사이니지 등을 활용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 페어장의 LG 올레드 라운지에 들어선 건 김환기의 작품들이다. 김환기의 그림 12점과 더불어 LG 올레드를 캔버스로 활용해 디지털라이징한 작업 5점이 전시되었다. 라운지 군데군데 작가가 생전에 남긴 편지글 내용을 볼 수 있는 문구도 함께했다. 전시 제목은 <서 울, 여기서 다시 만나다>. 작가들은 작품의 색상을 정밀하고 선명하게 표현하는 문제, 또 스스로 빛을 내는 TV 패널과 원작이 만났을 때 얻을 수 있는 복잡미묘한 효과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가져야 하는 존재들이다. 2023년부터 3년 간 프리즈 서울의 헤드라인 파트너로 활동할 LG 올레드가 지금까지 아트페어뿐 아니라 베니스 비엔날레, 구겐하임 뮤지엄 등에서 세계적인 작가들과 협업한 사례는 무려 30여 개에 이른다.
빛을 다루는 굵직한 작품들이 ‘LG OLED Frieze Night’가 열린 장소에 독특한 아우라를 부려놓은 사이, 빈지노의 공연이 축제의 밤을 채웠다. 무대 가까이로 바짝 모여든 이들이 있는가 하면, 멀찍이 떨어져 오로라의 자장 안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그 무대를 여유롭게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빈지노의 시간 못지않게 여기 모인 관중의 집중력과 호응도가 높았던 시간은 럭키 드로다. 김영락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LG전자 HE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담당 오혜원 상무, 이혜주 <더블유> 편집장과 아티스트이자 오늘의 디제이 빠키가 추첨자로 나선 럭키 드로에선 LG전자의 무선 TV인 ‘스탠바이미’ 세 대와 ‘스탠바이미 고’ 두 대가 선물로 안겼다. 자하 하디드가 서울에 남긴 건축물을 드디어 보게 됐다며 반가움을 드러낸 프리즈 CEO와 작가들부터, 음악이 멈춘 후에도 잔디 언덕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이어가던 꽤 많은 사람들까지. 아트페어, 기업, 도시가 어우러진 ‘LG OLED Frieze Night’의 너른 품은 다시 한번 묻게 만든다. 정말, 이곳 서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포토그래퍼
- 방규형, 배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