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업타운 걸의 귀환, 24SS 캐롤리나 헤레라 컬렉션

명수진

CAROLINA HERRERA 2024 S/S

캐롤리나 헤레라 2024 S/S 컬렉션은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디자인한 휘트니 박물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1층에서 열렸다. 캐롤리나 헤레라로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자리를 물려받은지 어느덧 5년이 된 웨스 고든(Wes Gordon)은 총 61벌의 대규모 컬렉션을 선보이며 변덕스러운 패션계에서 살아남은 이유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실내에서 야외까지 이어지는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번 뉴욕 패션 위크의 하이라이트와 같은 신을 만들어냈다.

웨스 고든에게 영감을 준 것은 90년대 뉴욕 스타일. 영감 보드에는 캐롤린 베셋 케네디, 기네스 팰트로와 같은 당대 스타일 아이콘의 사진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헤어에 깔끔한 레드 립의 모델이 블랙&화이트 셔츠와 슈트를 입고 키튼힐 슬링백과 하이힐을 신은 모습으로 오프닝을 열었다. 이런 모습은 마치 브랜드의 설립자인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의 분신처럼 느껴지기도! 무채색의 오프닝에 이어 핑크, 라벤더, 라일락, 피치 등 아름다운 파스텔컬러와 브라운, 스킨 컬러 팔레트가 이어졌고 이는 새틴, 시폰, 튤, 레이스, 자수 등 다양한 소재 및 디테일과 결합되어 더없이 화사한 분위기를 냈다. 고혹적인 플라워 프린트와 도트, 체크와 같은 중성적인 프린트의 조합도 눈길을 끌었다. 웨스 고든은 셔츠, 펜슬스커트, 와이드 레그 팬츠 등 뉴욕 업타운의 전형적인 데일리 유니폼과 브래지어, 코르셋, 캐미솔 등 란제리 요소를 결합하여 매력적인 올드머니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코로나 이후 디자이너들의 컬렉션 불참으로 다소 불안하게 이어져온 뉴욕 패션 위크에서 캐롤리나 헤레라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Carolina Herr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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