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의 멋, 24SS 가브리엘라 허스트

명수진

GABRIELA HEARST 2024 S/S

2015년에 론칭하여 8년 만에 가브리엘라 허스트를 뉴욕 패션 위크의 정상의 위치까지 올리고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가브리엘라 허스트. 지난 6월, 끌로에와는 3년 만에 결별한다는 소식을 전한 디자이너는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가장 잘해온 것을 보여주며 숨을 골랐다. 시폰, 가죽, 캐시미어, 실크, 리넨 등 책임감 있게 생산한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여 70년대 테마를 매력적으로 해석했다.

이번 시즌 가브리엘라 허스트에게 영감을 준 것은 기원전 3세기 유럽 켈트족의 고위 성직자 계급인 드루이드(Druids). ‘드루이드 사회에서는 여성이 고위직에 있었다’는 설명과 함께 외유내강의 매력을 지닌 은은한 아이템을 선보였다. 오프닝을 장식한 블랙, 화이트 트렌치코트와 슈트는 시스루 시폰 소재로 우아하게 변주했고, 지속 가능한 소재로 만든 가죽 뷔스티에와 시폰 주름 스커트의 매치도 은근한 멋을 발산했다.

공예의 가치를 존중하는 핸드메이드 방식은 가브리엘라 허스트 컬렉션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시그니처인 니트 드레스와 판초는 볼리비아의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마크라메 판초 한 벌을 완성하는 데만 1,500 시간 이상이 걸렸고, 총 31명의 장인이 5,000시간 이상을 투자하여 이번 컬렉션을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컬러풀한 니트를 세로 방향으로 패치워크 한 판초는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또 다른 영감이었던 아이티 출신의 아티스트 르보이 엑실(Levoy Exil)의 회화 작품을 연상케했다. 한편, 대담한 컷아웃과 의외의 포인트에 불어넣은 볼륨감은 가브리엘라 허스트 컬렉션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했다. 근엄한 더블 버튼 맥시 코트에 볼륨감 있는 래그 오브 머튼 슬리브를 넣었고, 캐시미어와 리넨 소재의 블랙 드레스에는 아코디언같이 주름을 잡은 캡 슬리브 혹은 제사장의 예복 같은 긴 소매를 넣어 ‘마녀적’ 매력을 발산했다. 헝클어진 듯 내추럴한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애쓰지 않아도 멋짐’의 정석 같은 컬렉션이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Gabreiela Hea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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