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장에서 열린 패션쇼, 24SS 프로엔자 스쿨러 컬렉션

명수진

프로엔자 스쿨러 2024 S/S 컬렉션.

뉴욕 패션 위크의 둘째 날인 9월 9일 토요일 오후, 뉴욕의 가장 유명한 미술품 경매장 중 하나인 필립스 파크 애비뉴(Phillips’s Park Avenue)에서 프로엔자 스쿨러 컬렉션이 열렸다. 예술이 물질적 수치로 환산되는 곳에서 패션쇼를 여는 아이디어는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프로엔자 스쿨러의 잭 맥콜로와 라자로 헤르난데즈 듀오 디자이너는 새로운 PS 모노그램을 선보이고 렌더링 작품을 필립스 온라인 경매 ‘Editions & Works on Paper’를 통해 판매하고 있었다(가격은 약 $10,000~$15,000으로 형성되었다). 또한 컬렉션 베뉴 주변에 새로운 PS 모노그램을 촘촘하게 장식하고, 컬렉션에서 선보인 캐시미어 스웨터와 로퍼 등의 아이템에도 모노그램을 넣었다. 이번 컬렉션은 얼마큼의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

컬렉션은 ‘여성’에 대해 얘기한 지난 2023 F/W 시즌 프로엔자 스쿨러 컬렉션의 연장선상에서 펼쳐졌다. 지난 시즌, 배우 클로에 세비니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와이즈 블러드(Weyes Blood)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나탈리 로라 메링(Natalie Laura Mering)이 오프닝을 열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화이트 싱글 브레스티드 재킷에 블랙 팬츠를 매치하여 미니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후 선보인 탈색한 스트레이트 데님 팬츠, 화이트 포플린 셔츠를 변형한 재킷, 메시 소재의 상의, 레더 팬츠 등은 일상에서도 충분히 실용적이면서도 특별하게 연출할 수 있는 데일리 아이템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하루 전날 있었던 피터 도의 헬무트 랭 컬렉션보다 오히려 더 헬무트 랭을 연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간간이 매치된 플랫 벨트 백은 시크한 분위기를 더했다. 세련된 트롱푀이유(Trompel’oeil) 기법도 시선을 끌었다. 팬츠를 두 개 레이어링한 것처럼 허리 라인을 두 단으로 만들었고, 소매 부분을 변형하여 마치 어깨에 스웨터를 두른 것처럼 보이게 하는 홀터넥 스웨터 드레스도 흥미로웠다. 녹색 플라스틱 조각을 섬세하게 장식한 톱과 스커트, 몽환적인 구름 프린트를 넣은 시폰 선 드레스, 그리고 핸드메이드 메시 튜브 드레스가 전반적으로 미니멀한 분위기였던 컬렉션에 수공예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예술이 상업적 생존 가능성으로 판단되는 곳, 경매장에서 패션과 예술과 상업성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프로엔자 스쿨러의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Proenza Schou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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