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생, 패션계는 이 젊고 유망한 쿠튀리에의 출현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뜨겁게 환대했다.
2023-24 A/W 쿠튀르 컬렉션에서 자신만의 보폭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펼친 ‘지수백(JISOO BAIK)’의 디자이너 백지수. 92년생, 패션계는 이 젊고 유망한 쿠튀리에의 출현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뜨겁게 환대했다. 7월 5일, 데뷔 쇼를 치른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더블유>와 백지수가 나눈 그날의 소회

디자이너 백지수
<W Korea> 성공적인 쿠튀르 데뷔 쇼를 치른 것을 축하한다.
지수백 굉장히 기쁘다. 특히 쿠튀르의 고장인 파리에서 첫 데뷔를 한 것이 저에게 의미가 남다르며 앞으로의 일도 매우 기대된다.
졸업 작품이 간간이 매거진 화보에 쓰이면서 당신의 브랜드를 아는 이들도 있겠지만, 생소한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당신의 이력을 소개해달라.
저는 한국과 런던 그리고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했고, 여러 하우스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CSM과 IFM을 나와 발렌시아가, 뮈글러, 생로랑에서 레디 투웨어 쇼팀의 디자이너로 일하다 올해 초부터 컬렉션을 준비해왔다.
데뷔 컬렉션으로 쿠튀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래된 쿠튀르 아카이브를 참 좋아한다. 실루엣 만드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즉흥적으로 조형하고 손으로 드레이핑하며 디자인 실험을 즐기기 때문에 내 작품이 기성복보다 예술 작품에 가깝다는 것을 오래전에 깨달았다. 내 디자인을 입는 사람들이 옷의 가치를 알고 나의 창작품을 즐겼으면 좋겠다. 기성복 브랜드는 많은데, 신진 쿠튀르 디자이너가 많지 않다는 점도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정말 그렇다. 젊은 쿠튀리에가 너무 귀하다. 지수백만이 가진 강점은 무엇일까?
나는 오랜 쿠튀르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풀어간다. 나의 시그너처 실루엣인 ‘Space’를 통해 조형적인 실루엣을 만드는 등 전통적인 쿠튀르의 바운더리를 넘어, 새롭고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것이 나의, 그리고 지수백의 강점이다.
이번 컬렉션은 어떻게 준비했나?
주로 40~70년대의 쿠튀르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 크리스찬 디올 (Christian Dior), 피에르 발망(Pierre Balmain), 나아가 마담 그레스(Madame Grès) 등의 쿠튀리에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오래된 아카이브는 내게 늘 신선한 자극을 준다. 아이러니하지 않나? 오래 된 것에서 발견한 새로운 생명력. 그 시대의 장인정신이 담긴 아름다운 실루엣은 나에게 패션에 대한 열정과 영감을 일깨운다. 파리 베이스의 디자이너 친구들과 하는 일상 대화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는다. 좋아하는 건축가, 아티스트, 그리고 패션업계의 동향 등을 이야기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나의 베이스인 파리에는 패션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아트 신이 전방위로 펼쳐지는 곳이다. 그 모든게 내게는 흥미와 영감의 대상이다. 또한 일상의 오브제에서도 힌트를 얻는 편이다. 애시트레이, 캔들 트레이 등에서도.
컬렉션을 마친 후 어떤 반응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옷뿐만 아니라 베뉴, 모델들의 무브먼트, 뷰티, 음악 등이 훌륭했고, 나만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또 젊은 디자이너가 쿠튀르 브랜드를 파리에 론칭한 데에 열광하고 기뻐하는 분위기라 더 큰 관심을 받았다. 프레스 인터뷰와 리퀘스트를 받느라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지경이다. 셀럽들과 커스튬 디자인 작업도 하는 중이다.
판타지가 사라지는 지금의 패션계에서, 당신은 여전히 판타지를 갈망한다, 매출 고민은 없는지.
쇼가 끝났으니 현재는 세일즈에 대해 논의 중이다. ‘Made to Measure’가 중요한 쿠튀르이기 때문에 매출에 대한 고민은 당연하다. 그래서 홍보가 중요하고, 적절한 고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프레젠테이션 때 신발 디자인을 처음 선보였는데 신발 라인은 커머셜 라인으로 판매를 할 예정이다.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어렸을 때 음악을 배우면서 아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아 형성에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십대때 우연히 알렉산더 맥퀸의 스프링 1999(Alexander McQueen spring 1999) 패션쇼를 봤을 때가 가장 큰 터닝포인트였다. 그때의 문화적 충격은 내가 패션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협업해보고 싶은 분야나 인물이 있나?
틸다 스윈턴.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여성상이다. 강해 보이고 독립적이며, 미스테리함과 앤드로지너스 페이스를 가진 그는 영화 속 모습부터 패션까지 여러 영감을 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와 작업 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또한 젠틀 몬스터 같은 크리에이티브한 한국 브랜드와 패션을 넘어서는 새로운 스타일의 협업도 해보고 싶다.
디자이너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계속해서 꾸준히 컬렉션을 발표하는 것이고, 나만의 부티크를 열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재미난 일이 있다면?
현재 셀러브리티와 특별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새로운 도전이며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다.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결과가 무척 기대된다.
지수백의 새로운 시대가 나 또한 무척 기대된다. 다음 시즌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다음 시즌에는 좀 더 조형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에 집중할 예정이다.
COURTESY OF JISOO BA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