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까멜리아의 모든 것 -1

이현정

샤넬 ‘고자크 오픈-스카이 연구소’에서 만난 까멜리아의 모든 것. 과학적 정밀함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존중하는 겸허함, 거기서 비롯된 눈부신 아름다움의 경험을 공유한다.

샤넬의 ‘오픈-스카이 연구소(Open-sky Laboratory)’는 말 그대로 하늘을 향해 무한히 열려 있다. 샤넬 뷰티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원료들은 전 세계 서로 다른 기후대에 자리한 오픈-스카이 연구소에서 길러지고 분석되어 활용되며, 이 사이클이 무한 반복될 수 있도록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모든 과정이 진행된다. 샤넬의 이 철학은 현미경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볼수록 감동적인 데가 있는데, 아마 당신도 이 기사를 다 보고 나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도 모른다. 마드모아젤 샤넬이 가장 사랑한 꽃, 샤넬의 상징인 까멜리아로 가득한 고자크 오픈-스카이 연구소에는 까멜리아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있었다.

까멜리아 농장에서는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세계적인 까멜리아 전문가의 가든 컬렉션

“구름이 산을 잔뜩 덮고 있네요. 고자크(Gaujacq)는 연간 강우량이 약 1,000mm 정도로 다습하고 온화한 기후로 까멜리아 재배에 이상적인 기후 조건이죠. 까멜리아 원산지로 유명한 중국, 베트남, 일본, 호주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어요.” 수십 년 동안 특별한 식물원을 일궈온 세계적인 까멜리아 전문가, 장 토비(Jean Thoby)는 애정을 담아 말했다. 1998년부터 프랑스 남서부 베른(Béarn)과 아두르(Adour)의 푸른 언덕 사이에 위치한 고자크 마을에서 까멜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이 놀라운 규모의 프로젝트는 바로 그와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5ha에 달하는 식물 가든은 가장 희귀한 원예종과 품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5대에 걸쳐 식물을 재배해온 장 토비 가문이 전 세계에서 수집한 3,000개 이상의 식물이 자리한다. 그 가운데 100여 년 전 가브리엘 샤넬이 주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식물에서 얻은 두 묘목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서 수집한 2,000여 종의 까멜리아를 보호하고 있다.

“여기 있는 식물들을 설명하려면 앙리 기샤르에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1850년부터 그는 새로운 식물을 들여오고 프랑스의 다양한 식물 종을 보존하기 시작했어요. 그의 아들은 이를 이어받아 프랑스 만국박람회에서 식물을 소개하고, 식물을 사랑하는 가브리엘 샤넬과 교류하며 다양한 정보를 주었다고 해요. 그의 컬렉션을 이어받아 저희 부모님은 1985년부터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까멜리아를 재배하면서 식물원으로 가꾸기 시작했죠. 샤넬 하우스는 여기에 있는 수천 가지 까멜리아를 함께 연구해볼 것을 제안했고, 그때부터 샤넬과 함께 까멜리아에 대한 화학적인 분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988년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한 화이트 까멜리아 ‘알바 플레나(Alba Plena)’ 종에 대한 연구와 과학적 발견은 놀라웠죠.” 그의 설명과 함께 투어를 시작하려는데 비가 촉촉하게 뿌리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된 장화를 신고 까멜리아 가든의 낡은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자 ‘비밀의 정원’의 한 장면과 같은 무성하게 우거진 작은 숲이 나타났다. “고자크에 처음 왔을 때 정말 놀랐어요. 들어가기조차 어려운 야생지가 많았죠. 관목과 수풀이 가득한 지대들, 야생 식물들, 굉장히 크고 오래된 나무들을 발견했어요. 이 지역의 산림은 무려 4만 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해요.” 가브리엘 샤넬은 프랑스 남서부의 아름답고 럭셔리한 휴양지인 비아리츠에 숍이 있었는데, 그곳과 가까운 고자크에도 관심이 많아서 종종 방문했다고 한다. “그녀의 독특한 호기심을 엿볼 수 있죠. 고자크의 원시 자연과 아름다운 유산을 사랑했던 것 같아요.”

장 토비는 우산을 쓰고 걸어가며 눈에 띄는 한 그루 한 그루의 까멜리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까멜리아는 향이 없다고들 얘기하죠. 그런데 이 ‘로즈 까멜리아’의 향을 맡아보세요. 유전 인자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향이 나게 되었죠. 그리고 이쪽을 보시면 ‘까멜리아 올레이페라’라는 종인데요, 이 꽃에만 앉는 수분 곤충이 있어요. 꽃만 있고 곤충이 없으면 수분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종을 기르기 위해 식물 신경학(Phyto Neurology)까지 연구하게 되었죠. 식물 뿌리에 존재하는 뉴런과 같은 신경세포는 스스로 곤충을 선택해서 다가오도록 유도하는데 그 점을 이용하는 거예요. 덕분에 이곳에 올레이페라가 들어온 이후 수분에는 문제가 없었죠. 아, 여기 아주 희귀한 ‘쿠로 츠바키 까멜리아’가 있네요. ‘쿠로(Kuro)’란 검정이란 뜻인데 까멜리아 중 가장 진한 색을 띠어요. 연구소에서 요즘 이 까멜리아의 성분을 연구하고 있다고 해요. 그 옆에 있는 건 ‘옐로 까멜리아’예요. 흰색, 검정, 노랑까지 이렇게 여러 가지 색의 까멜리아가 존재하는 건 물론이고, 빨강과 흰색이 줄무늬를 이루는 것 같은 돌연변이 까멜리아도 있죠.”

19세기 앙리 기샤르가 사용한 수레와 바구니는 지금도 여전히 까멜리아 가든에서 사용되고 있다.

화이트 까멜리아 알바 플레나. 순결하고 고귀한 풍모의 이 흰색 까멜리아는 오직 고자크에서만 재배된다

불멸의 까멜리아

예상과는 달리, 이 가든에는 까멜리아만 가득하지 않았다. 그는 키가 아주 큰 나무 아래 등을 기대고 섰다. “저명한 식물학자인 프란시스 알리는 식물의 성장은 이미 결정된 질서에 따라 진행된다고 말합니다. 최근의 과학적인 발견에 따르면 1세대 산림을 관찰했을 때, 체리와 같은 야생 식물은 탄생 후 50년 후에는 죽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30년에서 150년 정도만 살아가죠. 기적적인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2세대 나무인데요, 노화의 사이클이라는 게 2세대 나무에는 유전적으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된 나무를 보면 거의 죽지 않는다고 할 수 있죠. 나무가 죽는 것은 유전 인자 때문이 아니라 추위나 오염 이런 것 때문이에요. 이런 특징은 은행나무, 세쿼이아, 단풍나무, 그리고 까멜리아 나무에서 발견됩니다. 놀랍지 않나요? 이 포플러나무를 보세요. 미국에는 20만 년 된 포플러도 있다고 해요. 이 나무는 키가 30m 정도인데, 뿌리는 160m까지 내려가죠. 식물학자들에 따르면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드는 동시에 지하수에도 산소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우리가 다양한 나무를 모두 보호해야 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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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멜리아에 대한 과학적 탐구

까멜리아 가든의 장 토비가 열정과 인내심을 가지고, 5개 대륙을 여행하며 저명한 까멜리아 애호가들을 만나 희귀품종을 보호하고 새로운 품종의 재배 방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샤넬 연구소의 화장품 성분 혁신&개발 디렉터, 니콜라 푸자티(Nicola Fuzzati)의 몫이다. 약학자이자 식물 화학자인 그는 이곳 고자크 오픈-스카이 연구소에서 샤넬 스킨케어 제품에 사용되는 하우스만의 독점적이고 순수한, 고품질 자연 유래 활성 성분을 연구하고 있다. “이곳처럼 작물을 키우는 곳 가까이 식물 분석 연구소가 있으면, 수확과 연구 사이의 시간은 물론, 환경적인 영향도 줄일 수 있습니다. 재배지 현장에 있기 때문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연구가 있죠. 매 시기 잎을 채취해 가장 이상적인 수확 시기를 찾을 수 있고, 수확이 끝나자마자 화학적 트리트먼트에 바로 돌입해 식물의 수명 주기, 연중 진화 과정 및 계절성을 연구합니다. 연구소는 식물의 생리를 존중하는 것과 관련 분자의 농도가 가장 높은 순간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니콜라 푸자티의 설명이다.

최고의 품종, 최적의 시기, 최대의 효능, 최소한의 환경적 영향! 이것이 바로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추구하는 것들이다. 가장 잠재력 있는 활성 분자를 찾아내기 위해 꽃과 잎 등 각 부분을 비교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식물은 항상 동일한 특성과 활성 분자의 최적의 농도를 유지해 품질을 보장하므로 더 새롭고 더 깊이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 그는 연구소로 안내하면서 연구소에 왔으니 화학 공부를 좀 해보자고 권유했다. “까멜리아는 겉으로 보기에 아주 아름다운 꽃이죠. 저는 그 내부에 대해서 연구합니다. 어떤 분자가 있는지 보고, 수백 개의 분자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죠. 우리는 주로 꽃으로 접하지만, 사실 까멜리아는 나무예요. 자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뜻이죠. 그래서 까멜리아를 사용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답니다.”

에디터
이현정
사진
샤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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