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만난, 스트리트 아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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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와 스트리트 아트의 계보를 총망라한 기념비적 전시가 5월 14일까지 홍콩 K11 뮤제아에서 열리고 있다.

홍콩 K11 뮤제아 <스튜디오로서의 도시(City As Studio)>

©️ Gusmano Cesaretti, Genevieve Hanson, Adam Reich. LA II ARTWORK © LA II / KEITH HARING ARTWORK © KEITH HARING FOUNDATION. Image Courtesy: AIKO, BEYOND THE STREETS & Roger Gastman, DAZE, FUTURA, Haroshi, Jeffrey Deitch, New York & Los Angeles, K11 Collection, KAWS, Lady Pink, Barry McGee, P•P•O•W, New York, Lee Quiñones, André Saraiva, the Estate of Rammellzee, Martin Wong, various private collections.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K)과 다양한 아트 이벤트로 한껏 달궈진 홍콩에서 그 아트 열기를 이어갈 기념비적 전시 <City As Studio>가 열리고 있다. 홍콩 출신의 세계적인 기업가이자 슈퍼 컬렉터 에이드리언 쳉이 이끌고 있는 K11 그룹의 아트 파운데이션과 스트리트 아트에 조예가 깊은 전 LA 현대미술관 관장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가 손잡고 그라피티와 스트리트 아트를 집대성한 대규모 전시를 중화권 최초로 홍콩의 글로벌 랜드마크 K11 뮤제아에서 선보인다.

<스튜디오로서의 도시> 전시 전경

스트리트 아트와 그라피티는 도시 공간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화 예술 중 하나로 ‘도시 예술(L’art Urban)’의 하위 개념으로 볼 수 있다. 1970년대 뉴욕의 지하철과 주차장 등지에서 기존의 체제에 도전하는 아방가르드적 액션으로 시작된 스트리트 아트를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게 하는 데 기여한 아티스트인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크래시(CRASH), 패브파이브프레디(Fab 5 Freddy), 키스 해링(Keith Haring)부터 이들의 영향을 받은 다음 세대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카우스(KAWS), 제이알(JR)까지, 세대와 장르, 스타일과 국경을 넘어선 35명 아티스트의 작품 1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전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서구 현대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변방의 문화인 스트리트 아트를 현대미술의 제도권으로 유입시키고, 현대미술 운동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제프리 다이치는 전시 <스튜디오로서의 도시>의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다이치는 이번 전시에 대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상파울루, 파리, 도쿄 등의 스트리트 아트 신을 이끌어온 아티스트들의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을 통해 중요한 예술 사조이자 오늘날의 사회상까지 반영하는 스트리트 아트라는 예술 장르에 대해 관객들에게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패브파이브프레디, 퓨투라(Futura), 바스키아 등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에 활동한 뉴욕 스트리트 아트의 선구자들부터 카우스와 아이코(AIKO) 같은 넥스트 제너레이션까지, 스트리트 아트의 역사와 성장을 전방위적으로 담아낸다. 뉴욕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의 배리 맥기(Barry McGee), 이스트 로스앤젤레스의 미스터 카툰(Mister Cartoon), 상파울루의 우스제메우스(OSGEMEOS)처럼 각 도시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회 주요 작품으로는 페이지 파월(Paige Pawell)의 개인 컬렉션에 소장되어 그간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바스키아의 ‘발렌타인(Valentine)’(1984)과 키스 해링의 3m에 달하는 스프레이 페인팅 ‘무제(Untitled)’(1983), 그리고 카우스의 개인 소장품인 퓨투라의 ‘엘 디아블로(El Diablo)’(1985)가 있다. 또한 셰퍼드 페어리가 그린 키스 해링과 바스키아의 초상 작품을 통해 초기 스트리트 아트 선구자들이 현 세대 아티스트들에게 미친 영향도 짐작해볼 수 있다. 설치 작업으로는 독특한 방식으로 초상사진 작업을 하는 제이알의 ‘아이컨택트 #13’(2018)이 주목할 만하다. 벽면에 설치된 작은 선로 위 모형 열차들이 앞뒤로 움직이며 착시 현상을 일으켜 관객의 몰입을 끌어낸다.

아이코, Kiss, 2017. 46 x 34 inches. Mixed media on canvas. Courtesy of the artist.

레이디 핑크, TC5 in the Ghost Yard, 2020. 60 x 84 inches. Acrylic on canvas. Courtesy of the artist.

전시는 스트리트 아트라는 미술 운동이 어떻게 다른 장르를 형성했는지도 다룬다. 아이코와 레이디 핑크(Lady Pink)를 포함한 6명의 여성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특별 조명해 남성이 주도하던 예술 장르에서 여성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자신의 길을 찾고, 장르의 다양성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는지를 고찰한다. 찰리 아헌(Charlie Ahearn) 감독이 자신의 쌍둥이 형제이자 조각가인 존 아헌(John Ahearn)이 뉴욕 브롱크스 사람들의 모습을 석고 캐스트를 통해 불멸의 존재로 만드는 과정을 담은 필름 <후아니토(Juanito)>를 실제 존 아헌의 석고 캐스트와 함께 전시한다. 그뿐 아니라 1970~1980년대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이 도시와 예술계에 끼친 영향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구스마노 세사레티(Gusmano Cesaretti), 헨리 찰펀트(Henry Chalfant), 마사 쿠퍼(Martha Cooper) 등의 사진 시리즈도 전시한다.

K11의 창립자 에이드리언 쳉은 “하나의 세대를 형성한 중요한 작품들에 구현된 스트리트 아트의 문화적 혁신에,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연결하며 창의성과 영감을 불러일으켜온 그 역사에 경의를 표한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스트리트 아트의 영향력과 아주 다양한 관객을 참여시키는 능력은 K11의 사명과 맞닿아 있다. K11은 예술이 사회적 변화를 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 아래 문화적 혁신과 창의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다이치(왼쪽)와 에이드리언 쳉(오른쪽) Courtesy of K11 Art Foundation and K11 MUSEA

자유로운 표현과 다양한 예술 기법으로 현대미술의 미학적 지형을 전복하고 확장시켜온 스트리트 아트를 조망하는 전시 <스튜디오로서의 도시>는 5월 14일까지 K11 뮤제아의 6층 쿤스트할레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유효한 스트리트 아트의 역동성과 도시 미술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직접 확인해볼 때다.

브랜드 매니저
변선민
사진
전시 전경 Courtesy of K11 Art Foundation and K11 MU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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