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4월의 전시 추천 3

장진영

날씨가 좋은 요즘. 4월에 보러가기 좋은 전시 세 곳을 추천한다.

크리스티앙 본느프와 개인전 <토끼의 질주>

전세계 각지의 훌륭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저명한 예술가의 독창적인 세계를 선사하는 에르메스 재단이 이번에는 프랑스의 원로 화가 크리스티앙 본느프와의 개인전 <토끼의 질주>를 선보인다. 미술사학자이자 미술이론가로도 활동했던 작가가 화가로서 활발한 예술 세계를 펼치기 시작하던 당시엔 ‘회화’라는 분야가 막다른 길에 다다른 듯한 분위기가 짙었다. 회화란 무엇인가를 고찰한 결과 그는 회화가 가진 특성이자 한계, 2차원이라는 불변의 법칙을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의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 방법은 바로 캔버스 대신 탈라탄 거즈(짜임이 성근 천으로, 건축 자재로도 쓰인다.)을 겹쳐내며 콜라주하는 것.

구멍 뚫린 천에 물감이 스며들고 그 위로 빛이 투과하며, 그로 인해 작업물 너머의 공간까지가 하나의 작품이 된다. 이것이 그의 핵심적인 기법으로, 직접 감상했을 때 입체성과 공간성이 선사하는 시각적 즐거움을 배로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6개의 시리즈, 총 16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자리인 만큼, 놓치지 말 것.
📍5월 28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하이디 부허 회고전 <공간은 피막, 피부>

한국적인 멋과 여유로움을 가득 느낄 수 있는 곳, 삼청동으로 눈을 돌려보자.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스위스의 아방가르드 예술가 하이디 부허(Heidi Bucher)의 아시아 첫 회고전 <하이디 부허: 공간은 피막, 피부>를 전시 중이다. 작가는 ‘여성 해방’이라는 확고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젠더 구분이 명확했던 아버지의 서재, 여성 혐오에 기반한 질병 ‘히스테리아(hysteria)’를 전문으로 다루는 정신과 의사 빈스방거(Dr. Binswanger)의 진찰실 등 가부장적인 위계성이 내재된 공간을 탐구하는데, 여기에서 쓰이는 그만의 방법이 재미있다. 이른 바 ‘스키닝’ 기법이다. 기존의 공간과 사물 위에 부레풀을 섞은 거즈 천과 라텍스를 바르고 이것이 건조되어 굳어지면 힘으로 벗겨내는 방식인데, 그녀는 이를 두고 ‘피부를 만들고 벗겨낸다.(Skinning)’고 말한다.

이러한 독창적 창작 활동은 1970~80년대에 가장 활발하게 펼쳐졌으나 각광받기 시작한 건 그녀가 1993년 사망한 이후, 여성과 젠더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200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작품과 함께 다양한 사진 자료와 작가 노트로 그만의 예술 세계를 탐험해보길. 사전 및 현장 예약을 하면 40분간 진행되는 도슨트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3월 28일부터 6월 25일까지.

박리나 개인전 <존재의 덧칠>

형태가 있고 보이는 것들은 그리기 쉽다. 보이는 대로 관찰하고 관찰한 대로 그리면 된다. 하지만 사랑은? 슬픔은? 고독은? 너와 나의 관계는? 형체도 없고 형언할 수도 없는 ‘존재’는 어떻게 그릴까? 작가는 붓질이라는 행위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일 때까지 만들어낸다. 실체가 없어서 때론 더욱 강력한 그것들을 즉흥적으로 표현하고 덧칠에 덧칠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보이기 시작하며 억압과 스트레스, 답답함이 해소된다고.  붓질이라는 행위가 해소의 창구가 되는 것이다. 예술과 삶이 일체되는 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어쩌면 삶은 계속해서 존재의 이유과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존재로서 작업을 받아들였고, 그것은 곧 타인과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과정이 되었다. 숨통이 되어주었다.”

작가는 추상 작업과 그 과정을 우리의 삶에 투영한다. 작업은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아 더 복잡한 그 무엇들에 집중하고 소통한다는 것이 쉽지도 않다. 그래서 더욱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그림으로서 알아가는 솔직한 나의 존재. 그 여정을 감상하시라.
📍에이치 픽스 도산에서, 5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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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에디터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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