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동화 같은 2023 S/S 쿠튀르 컬렉션

김신

샤넬의 버지니 비아르가 펼쳐내는 판타지 페스티벌

현대미술가 자비에 베이앙과 버지니 비아르의 판타지는 현실이 된다. 페스티벌을 연상시킨 샤넬(Chanel)의 동화 같은 2023 S/S 쿠튀르 컬렉션

현대 미술가 자비에 베이앙이 만든 동물 조형물 사이로 걸어나오는 모델들.

섬세하게 수놓인 자수는 만개한 꽃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군악대장의 우아함에서 영감받은 우아한 나비 넥타이

군악대장의 우아함에서 영감받은 우아한 나비 넥타이

아티스트 자비에 베이앙이 만든 11가지 동물 조형물.

섬세한 꽃 자수 장식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백스테이지에서 발랄한 포즈를 취하는 모델.

레이스와 자수로 장식된 블랙&화이트 이브닝 드레스.

레이스와 자수로 장식된 블랙&화이트 이브닝 드레스.

샤넬의 2023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열리기 전 공개된 티저 영상 에서는 이번 쇼에 대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와 세 번째 협업을 진행한 아티스트 자비에 베이앙 (Xavier Veihan)의 필름은 샤넬 여사와 하우스가 사랑하는 말과 강아지가 뛰노는 숲에서 시작된다.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장면은 이내 캉봉가 31번지로 전환되고, 나무와 크래프트지로 제작된 거대한 새 조각 안에서 화이 트 트위드 코트 드레스에 블랙 톱 햇을 착용한 모델 비비안 로너가 등장하며 끝난다.
다음 날 아침 찾은 샤넬의 2023 S/S 쿠튀르 컬렉션 쇼장 안은 조명만 설치되어 있을 뿐 텅 비어 있었다. 무언가 비밀스러운 것이 있음이 분명했다. 수많은 셀러브리티가 참석하는 시끌벅적한 예의 쇼장이 아니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이윽고 쇼가 시작되었다. 작업복을 입은 사내들이 크래프트지와 종이로 만든 새, 낙타, 호랑이, 말, 코끼리 등 11가지 동물 모양의 거대한 구조물을 끌고 나와 공간 곳곳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마치 마을 광장에서 벌어지는 축제 퍼레이드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 번째 컬렉션 작업을 위해 자비에 베이앙에게 샤넬의 아파트에 있는 동물들을 우화집처럼 재해석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이번 컬렉션의 자수는 모두 동물에 대한 것들이에요.” 샤넬의 아파트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쳤을 버지니 비아르의 말이다. 샤넬의 아파트 안 벽난로 앞에 있는 사슴 동상, 곳곳에 놓인 사자상, 낙타 장식 등 그녀의 아파트는 상상 속 동물들로 둘러싸인 무릉도원 같은 곳이다. 자비에의 팀원들이 설치를 마치고 사라지자, 자비에 베이앙이 만든 동물 형상 안에 숨어 있던 모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톱 햇, 나비넥 타이, 화이트 글러브, 레이스 부츠, 새틴 망토, 주름 스커트, 테일 재킷, 턱시도 셔츠, 페티코트 등 버지니 비아르는 마치 군악대장의 우아함에서 컬렉션의 아이디어를 얻은 듯 보였다. 군악대 재킷을 연상시킨 화이트 트위드 코트에는 깃털과 비즈 장식 스커트가 매치되었고, 화이트 트위드 스커트 슈트 시리즈에는 공방 장인이 수놓아 만든 각양각색의 동물이 자리했다.

금빛 트위드 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취하는 모델 미카. 하얀색 글러브는 군악대장의 복장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템이다.

장인들이 정성을 다해 수놓은 시퀸 자수 장식.

쿠튀르 컬렉션에 판타지를 불어넣은 검정 베일과 톱 햇.

크리스탈로 수넣은 까멜리에 장식 드레스.

모델들의 헤어는 길게 땋아 늘어뜨렸다.

보타이 와 톱 햇은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했던 아이템 중 하나였다.

보타이 와 톱 햇은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했던 아이템 중 하나였다.

실루엣을 강조한 트위드 드레스.

이토록 현실에서 입고 싶은 쿠튀르 컬렉션이 또 있을까? 그녀는 절대 쇼 콘셉트가 옷을 잠식하게 두지 않는다. 섬세하고 귀한 피스들을 하나같이 갖고 싶게 만드는 그녀의 능력은 쿠튀르 컬렉션에서도 맘껏 발현되었다. 뒤이어 등장한 미니스커트 슈트 시리즈에서는 강아지 얼굴을 수 놓은 재킷, 만개한 꽃 아플리케 장식 등 사랑스럽고 섬세한 룩들이 이어졌다. 또 페티코트가 들어 있는 트위드 미니 원피스 뒤로는 길고 슬림한 이브닝 드레스 시리즈가 등장했고, 턱시도 디테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차용한 30년대풍 드레스도 등장했다. 이브닝 드레스 안에는 앞에 나온 룩보다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자수 기법이 동원되어 샤넬 공방 장인들의 경이로운 테크닉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페티코트로 실루엣을 강조한 (작업이 무척 까다로워 보이는) 드레스가 등장했고, 이윽고 펼쳐진 피날레에서는 코끼리 구조물 안에서 모델 안나 이버스가 제비를 수놓은 미니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숲에서 뛰놀던 동물들을 샤넬의 아파트 앞으로 데려간 티저 영상과 일맥상통하는 모습이다. 짧은 베일을 쓴 우아하고 강렬한 그녀의 발에 금색 투톤 앵클부츠가 매치된 모습을 확인하고, 또 한 번 감탄했다.

피날레에 등장한 모델 안나 이버스. 제비를 수놓은 미니 드레와 짧은 베일이 인상적이었다.

자비에 베이앙의 아티스틱한 동물 조형물 사이를 걷는 모델들.

섬세하게 살랑이는 시폰 드레스.

턱시도의 디자인을 차용해 만든 드레스들.

턱시도의 디자인을 차용해 만든 드레스들.

군악대장의 복장에서 영감받은 짧은 플리츠 스커트 룩.

눈을 현혹시키는 현란한 기술과 테크닉 앞에서 이토록 이성적이고, 현대적으로 중심을 잘 잡는 디자이너가 또 있을까? 버지니 비아르는 술잔에 술이 넘치지 않게 찰랑거리는 법을 아는 디자이너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는 찰랑대는 술잔이 넘칠까, 부족할까 애를 태운다. 쿠튀르 컬렉션에 등장한 옷을 보고 일상에서 향유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많지 않다. 마치 전시장에 있는 예술 작품을 보듯 감탄했을 뿐. 사실 바로 어제까지 그랬다. 샤넬의 동시대적 쿠튀르는 좋은 옷의 가치에 대해, 그리고 그 옷을 일상에서 멋지게 향유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훌륭한 안내자임이 분명하다.

피날레를 장식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와 아티스트 자비에 베이앙.

“세 번째 컬렉션 작업을 위해 자비에 베이앙에게 샤넬의 아파트에 있는 동물들을 우화집처럼 재해석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이번 컬렉션의 자수는 모두 동물에 대한 것들이에요.”
– 버지니 비아르(샤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애플 마틴.

마리옹 꼬띠아르

세이디 싱크.

카림 사들리, 바네사 파라디, 샬럿 카시라기, 세바스티앙 텔리에르. 7

김고은

지드레곤

틸다 스윈튼.

크레폐같이 보였던 겹겹이 쌓아올린 시폰 주름 드레스.

패션 에디터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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