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앤 뷰티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10

이예진

국내 디자이너의 2023 S/S 비주얼 열전

브랜드를 대변하는 아이덴티티이자 취향과 스타일 코드를 전달하는 시즌 룩북. 더 젊고, 자유롭고, 대담하게 나아가며 중요도를 더해가는 국내 디자이너의 2023 S/S 비주얼 열전.

Jaybaek Couture
올해로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은 제이백 쿠튀르의 디자이너 백지훈. 패션 포토그래퍼와 톱모델,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협업해 선보이는 매 시즌 룩북 작업은 그의 아이코닉한 비주얼이기도 하다. 뮤즈인 동시에 동생이자, 고객으로 옷을 맞추는 스태프들과 보여주는 합은 그래서인지 더욱 친근하고 익숙하며 편안하다. 이번 컬렉션에는 브랜드의 상징인 테일러드 슈트와 코트를 비롯해 모던하게 변형된 턱시도 슈트, 커머번드 셔츠, 레오퍼드 펜슬 스커트와 베스트, 실키한 이브닝 드레스 등 브랜드의 베스트셀러가 총집합했고, 여기에 프린지 재킷으로 시즌 뉴 컬렉션을 더했다. 클래식 브랜드에 더해진 과감한 라이팅과 애티튜드가 모던한 감성을 불어넣는다.

Jaden Cho
디자이너 조성민이 전개하는 제이든 초의 2021 F/W 첫 컬렉션의 타이틀인 ‘A Bouquet’를 시작으로, 두 번째 컬렉션, ‘Second Chance’를 지나 세 번째 컬렉션 주제는 ‘Palms And Fingers’. 손이라는 단어에서 알아챌 수 있듯,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우리의 손이 만들어낸 특별한 아름다움에 주목한다. 인간의 신체에서 가장 정교하게 발달한 손이 실현할 수 있는 무한대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제이든 초 스튜디오의 넓은 창문에서 바라본 자연의 하늘은 이번 시즌의 모티프가 되어 하늘의 색과 빛, 구름의 모양이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감정을 포착했다. 날카롭고 예민한, 손끝의 감각으로 구현된 컬렉션은 쿠튀르 터치가 느껴지는 섬세한 드레스의 향연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Hankim
‘조용한 가족 혹은 기묘한 가족?’ 브랜드 한킴은 이번 시즌 ‘습관’이라는 인간의 행동을 탐구한다. 인체의 움직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아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고정된 반응 양식을 캐릭터로 표현한 것. 매 시즌 공들여 개발하는 패턴은 이번 시즌 스팽글 위에 자수를 새기거나, 반복적인 나열로 그래픽 효과를 더한다. 3D 패치워크로 개발한 특별한 소재는 뾰족하거나 올록볼록한 입체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빛을 해석한 컬러 팔레트가 신비롭게 조화를 이루는 테크니컬한 저지 소재도 주목할 만하다.

Goomheo
런던 베이스 디자이너, 허금연의 남성복 브랜드 굼허. 일반적인 디자인을 탈피해 성별의 벽을 허무는 과감한 커팅과 장식성, 신체 부위를 파격적으로 드러내거나 프린트로 활용하는 그녀의 디자인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듯, ‘디스토피안 비치’를 콘셉트로 비주얼 작업에 녹여냈다. 포토그래퍼 카를하인츠 바인베르거의 1950~60년대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사진가 신혜지가 해석한 건장한 남성들은 도발적이고 발칙한 포즈로 그녀의 거리낌없는 반항성을 드러난다. 데님을 중심으로 하는 커팅 팬츠나미니스커트, 헴라인에 프릴을 장식한 팬츠 스커트, 핸드 프린팅 티셔츠, 코르셋 및 크롭트 실루엣에서 남성복의 전형성을 탈피한 디자인 세계를 만나볼 것.

Münn
밀란 컬렉션에서 선보인 디자이너 한현민의 뮌이 이번 시즌 추구하는 뮤즈는 와일드&영 MZ세대 소녀들. 특히 K팝 그룹을 뮤즈로 하는 그는 매 시즌 업데이트되는 트렌치코트와 주름 장식 블루종, 타이와 포켓 장식 등의 전위적인 해체, 격자무늬 패턴과 테일러링을 중심으로 한 아이템과 초커처럼 활용한 워치를 키 액세서리로 등장시켰다.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해 진행한 다양한 종류의 크리스털은 반지와 팔찌, 단추 등으로 활용했으며, 납 성분이 0%인 크리스털 제조, 에코 펄, 송진으로 제작한 스터드 개발 등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며 비주얼로 승화시키는 중.

2000 archives
탱크톱, 뷔스티에, 레이스업 장식, 패턴 타이츠로 MZ세대의 열광적 지지를 얻은 2000 아카이브스는 봄 시즌 해외 로케이션 런던을 배경으로 한 비주얼을 선보인다. 그들이 생각하는 야생적이면서도 우아한 여성성에 대한 고찰은 자연과 산업적 요소의 병치를 담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자동차 상점과 주유소를 연상시키는 재료, 꽃과 동물 프린트가 짝을 이루고 대담한 포즈와 애티튜드는 거침없고 자유로운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KIMHEKIM
디자이너 김인태의 브랜드 김해김의 ‘Obsession’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챕터는 데님 사랑이다. “워싱된 데님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색조를 좋아합니다. 모든 데님 조각에는 특별함이 있죠. 어떤 데님도 동일하지 않습니다. 어떤 색은 아름다운 바다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동묘의 다양한 빈티지 숍을 둘러보면서 수많은 데님 제품을 발견했고, 조각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데 큰 흥미를 느꼈다. 2022 S/S 컬렉션에 선보인 메가 오버사이즈 아이디어와 결합해 클래식한 데님 재킷은 커다랗고 독특한 쿠튀르 드레스로 만들고, 트위드와 데님, 실버 로고 벨트와 데님 메신저백, 리본 플랫 등 스포티한 스타일링의 믹스로 김해김 스타일의 시그너처 캐주얼 룩에 산뜻함을 더했다. 아이코닉한 헤어 장식 드레스도 등장한다.

LEE Y. LEE Y
1991년에 개봉한 줄리아 로버츠의 영화, <사랑을 위하여>를 기억하는지. 리리의 디자이너 이현정은 영화의 한 스틸컷에서 비롯한 이번 시즌은 당시 시대적 패션 스타일에 펑크적 요소를 더한 새로운 캐릭터, ‘펑크 줄리아’를 탄생시켰다. 붉은색, 가는 줄무늬,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강조한 클래식한 실루엣이 주요하게 등장하는데, 붉은색 오프숄더 드레스나 리본 디테일을 활용한 셋업 스커트에 스파이크 초커를 활용하는 식으로 펑크적 요소를 입히는 식. 바랜 듯한 톤에서 빈티지한 무드도 엿볼 수 있다.

Minjukim
고유한 일러스트 패턴과 풍성한 볼륨, 소프트한 컬러 터치로 내안의 소녀를 자극하는 디자이너 김민주의 민주킴이 그리는 봄은 ‘Fairy’s Wish’. 코로나의 끝을 알리듯 새로운 자유를 얻은 시대에 마스크를 벗고 봄을 맞이하는 날을 뜨겁게 반긴다. 그토록 기다렸던 봄을 맞이하는 동시에 또 언제 이렇게 아름다운 봄이 사라질까 두려운 봄의 요정이라는 상반된 감성을 묵직하게담아냈다. 말라버린 꽃과 뼈의 형태를 민주킴의 방식으로 표현한 프린트와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스며드는 그래픽을 담아냈다. 요정의 날개를 형상화한 실루엣, 재킷의 날개에 컷이 있거나 퍼프 슬리브를 날개처럼 형태감을 부풀리기도 하고, 둥그런 꽃잎 라인을 오프닝에 디테일로 더하거나 웨이스트 컷에 포인트를 줬다. 민주킴이 펼친 봄의 요정의 세계는 이토록 오묘하고도 아름답다.

ANCHOVI

2018년 도쿄 뉴 디자이너 패션 그랑프리의 파이널리스트, 2021년 이탈리아 <보그>에서 선정한 신진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히며 이름을 알린 디자이너 김근혁의 엔초비.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빈티지 영화와 문화를 동양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즐긴다. ‘틴에이저, 라이프아카이브’라는 브랜드를 설명하는 타이틀답게 자신의 청소년기를 풀어가는 이번 시즌 주제는 ‘Summ er of Love’.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196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을 반대며 평화 시민운동을 펼친 히피 문화를 옷으로 표현했다. 존 레넌, 제리 루빈, 애비 호프먼을 캐릭터로 잡고 전형적인 밀리터리 실루엣에 히피가 외치는 사랑의 슬로건과 빈티지한 아트워크, 꽃 프린팅 원단을 접목한 것. 재킷 뒤에 새긴 ‘Make Love, Not War’처럼, 하루빨리 전쟁을 멈추고 희망의 시대가 오길 바라는 디자이너의 메시지가 흐른다.

패션 에디터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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