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카데미 시상식 미리보기

우영현

<헤어질 결심>은 빠졌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려는 결심이 든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양자경 아니면 케이트 블란쳇│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시아계 배우들의 선전이 반갑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이민자 여성이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그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자경이 여우주연상에, 함께 출연한 키 호이 콴과 스테파니 수가 각각 남녀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또 <더 웨일>의 홍 차우도 여우조연상 후보에 합류했다. 그중 20년만에 배우로 복귀해 메이저 시상식들의 남우조연상을 휩쓴 키 호이 콴의 아카데미 수상이 가장 코앞이다. 양자경도 굵직한 수상 소식들을 전하고 있지만 나란히 후보에 오른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 역시 최대치의 퍼포먼스를 발휘했다. 둘 중 누가 받아도 멋있을 것 같다.

엘비스

다시 잡은 분위기│최근 몇 년간 전통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 스트리밍 영화들이 주류로 치고 나왔다. 작년 오스카 레이스는 그 정점이었다. 10편의 작품상 후보 중 절반이 OTT 출신이었고 결국 애플TV+의 <코다>가 작품상을 가져갔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니셰린의 밴시>, <엘비스> 등 엔데믹 시대를 맞아 숨통이 트인 극장 개봉작들이 주요 부문 후보에 대거 오르며 영향력을 되찾았다. OTT 영화가 약세인 와중에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넷플릭스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복병으로 꼽힌다. 먼저 열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7관왕을 휩쓸며 저력을 가늠케 했다.

이니셰린의 밴시

뻔하거나 뻔하지 않거나│최다 후보를 배출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각본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이니셰린의 밴시>, 영화에 빠진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파벨만스>. 최고 영예인 작품상은 이렇게 3파전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작품상이 드라마 장르에 쏠린 것을 떠올려보면 <이니셰린의 밴시>, <더 파벨만스>가 우위에 있음을 헤아릴 수 있다. 뻔한 통계에도 아랑곳 않고 멀티버스라는 SF적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B급 감성으로 설계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낙점된다면 두고두고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일이다. 역시나 다른 우주에서나 가능하려나.

탑건: 매버릭

‘톰 아저씨’도 받을 만하다│작품상에 대한 또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10편의 후보 라인업에서 유독 마음이 가는 작품은 톰 크루즈의 <탑건: 매버릭>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이다. 팬데믹 여파로 오랜 공백과 침체기에 허우적거린 극장가에 빠르게 활력을 불어넣은 흥행작들 아닌가. 작가주의 성향이나 작품성은 뒤질 수 있지만 잊혀지던 극장의 가치와 영화적 경험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영화 산업의 시대적 관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흥행에 감사를 표했던 톰 크루즈라면 작품상 수상 후 놀라운 방식으로 감사 인사를 전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이성민 같은 안젤라 바셋│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과 다름없는 핵심 인물이 극 중반 빠지면서 작품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점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이성민의 대체 불가한 존재를 그의 공백을 통해 여실히 드러냈다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선 와칸다를 이끄는 라몬다 여왕 역의 안젤라 바셋이 그러했다. 냉철하게 말해 CG와 액션 범벅의 영화에서 안젤라 바셋의 연설 장면이 가장 빛났다. 골든 글로브는 여우조연상으로 그녀의 열연을 지지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입장도 다르지 않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스카의 위기 극복법│윌 스미스의 ‘따귀’ 사건이 결국 올해 시상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 도중 윌 스미스는 진행자인 크리스 록이 자신의 아내에 대한 농담을 하자 무대 위로 올라가 그의 따귀를 후려쳤다. 이 폭행 장면은 무방비 상태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제때 적절한 대응을 못한 주최 측은 크게 혼쭐이 났고 촌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상식 당일 위기 대응팀을 가동하기로 했다. 다른 얘기지만 시상식의 흥행을 노려 크리스 록을 다시 진행자로 세우려 했지만 그의 거절로 불발됐다.

Getty Images

팝스타의 레드 카펫 나들이│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접수한 리한나가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선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OST에 참여해 부른 ‘Lift Me Up’이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이를 공연한다. 감성적인 노래 특성상 강렬하고 화려하게 달군 하프타임 쇼와는 완전히 다른 무대가 예상된다. 그렇다 해도 리한나라면 의상이든 퍼포먼스든 무난하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다만 화장을 고치면서 슬쩍 자신의 뷰티 브랜드를 노출한 슈퍼볼 퍼포먼스는 사절. 어쨌든 놓쳐서는 안 될 아카데미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다.

2023 캘린더에 꼭 예약해야 할 국내외 문화 행사 24

2023 우리가 사랑할 영화들

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사진
워터홀컴퍼니,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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