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과 나눈 이야기

김신

하이 주얼리를 통해 사람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방법을 찾는 클레어 슈완

<Wkorea> 이번 컬렉션의 테마를 정하고, 주얼리를 구상하는데 어떤 프로세스를 거쳤는지, 또 준비하는 데 쇼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되었는지. 정교한 피스들을 보고 있자니, 물리적 시간도 궁금하다.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 나는 항상 꿈을 통해 하이 주얼리 컬렉션 구상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컬렉션 주제를 정하는 것인데, 몇 년 동안이나 작업하고 싶을 정도로 영감을 주는 주제를 찾는 것으로 시동을 건다. 주제를 선정하고 나면, 우리는 컬렉션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고민한다. 그러고 나서 최소 6개월이 소요되는 드로잉 작업에 착수하고 마지막으로 제작 단계에 들어가는데, 작품의 구성이나 정교함에 따라1년에서 1년 반 정도 소요된다.

그렇다면 이번 컬렉션은 어떤 아카이브에서 시작되었나?

2년전인 2020년, 나는 ‘이스뚜아 드 스타일, 라이크 어 퀸’ 컬렉션을 구상했을 때, 부쉐론 아카이브 작품 중 브로치를 골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아 가족이 선물한 것이다. 이 작품이 특히 마음에 드는 이유는 무엇보다 감성적이고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점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 브로치를 선물 받은 이후 자주 이 브로치를 착용했다.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근엄함과 대칭성, 그리고 바게트 컷에서 웅장한 힘이 느껴진다. 반면 다이아몬드와 결합된 아쿠아마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베이비 블루 컬러의 부드러움은 브로치의 강한 느낌을 상쇄한다.

하이 주얼리 브랜드 중 가장 유니섹스를 강조하는 브랜드가 부쉐론이 아닐까 싶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향유할 수 있는 하이 주얼리라니! 이 부분을 강조하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주얼리와 하이 주얼리는 성별에 관계없이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유럽의 왕부터 시작해서 인도의 마하라자, 러시아의 차르, 이집트의 파라오 등 여러 문화권에서 남성들은 호화로운 주얼리를 착용했다. 주얼리와 스톤은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남성의 사랑을 받아왔고, 나는 현대에 들어서서 왜 이것이 바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하라자가 주문한 주얼리들은 주로 남성이 착용하도록 제작되었지만, 우리는 이 개념을 바꿔서 생각해보고 싶었다. 여성을 위한 주얼리지만 남성 또한 함께 착용할 수 있는 것으로 말이다.

특히 부쉐론의 주얼리가 남성에게도 매력적으로 어필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는 매일 착용할 수 있고, 스타일리시하며, 모든 남성, 여성이 자유롭게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하이 주얼리를 제시하고 있다. 주얼리를 금고에 보관만 해두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디자인함에 있어 최대한 자유롭고, 성별을 초월해 사고하며, 최상의 아름다움을 가진 주얼리를 제작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크리에이티브 팀과 작업시, 전통적인 방식대로 스케치하지 않는다. 여성이나 남성 초상화에 주얼리를 착용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다양한 멀티웨어 옵션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자연스럽고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남성을 위한 제품을 제작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컬렉션 중 롤링 레드(Rolling Red) 라인의 경우, 여성의 네크리스를, 남성은 브로치로 스타일리시하게 착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내가 지향하는 건, 여성이든 남성이든 주얼리를 착용하였을 때 자연스럽고 강하며 우아한 아웃핏을 내는 것이다.

‘라이크 어 퀸(Like a Queen)’ 컬렉션에 주로 쓰인 원석은 어떤 것들이었나? 여왕의 컬러풀한 옷차림에서 영감 받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상상을 기반으로 원석을 구성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나는 창작 과정에서 항상 최상의 미적 결과를 찾으며,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잘 전달해줄 소재를 선택한다. 라이크 어퀸 컬렉션은, 화려한 의상으로 ‘레인보우 퀸 (Rainbow Queen)’ 이라는 애칭을 얻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에메랄드, 사파이어, 루비, 그리고 핑크 투르말린과 같은 다양한 컬러 스톤을 활용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품을 착용하는 방식과 스타일에 있다. 이번 캠페인은 오늘날 전 세계의 왕과 여왕에게 경의를 표하며, 여성과 남성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또 아름다운 하이 주얼리를 일상에서 향유한다는 의미에서 모델들은 이번 컬렉션이 데일리 착용을 위한 주얼리임을 보여주기 위해 컬러풀하고 스타일리시한 의상을 착용했다. 스타일리시한 액세서리의 상징인 모자는 왕실 왕관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방식이다.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화이트 골드 및 가죽 스트랩으로 이우러진 레몬 슬라이스 네크리스. 6가지 컬러의 가죽 리본은 초커 또는 브레이슬릿으로 착용할 수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중한 것은 무엇인가?

앞서 설명했던 부쉐론의 1월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스타일에 관한 것이기에, 우리는 이 컬렉션을 ‘이스뚜아 드 스타일’이라고 정의했다. 나는 부쉐론 헤리티지 작품을 골라 재해석하고 이로 하여금 모든 여성과 남성이 사회적인 지위가 아닌 그들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 주얼리를 현대적 방식으로 접목한 점도 눈에 띈다 .

‘라이크 어 퀸’ 컬렉션을 작업하면서, 우리는 저녁 식사 자리나 갈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최대한 자주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를 제작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레몬 슬라이스 (Lemon Slice) 초커의 클랩스는 브로치, 헤어 주얼리, 그리고 브레이슬릿으로도 착용할 수 있으며, 밴드는 교체 가능한 6가지 컬러로 구성됐다. 궁극적으로 주얼리는 한계가 없으며 스타일을 위한 액세서리라는 것을 투영한다.

레몬 슬라이스 Lemon Slice

아이템 중 공정 과정이나 디자인 구현에 너무 까다로웠던 주얼리가 있었는지?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도전은 무엇보다도 간단하고 사용하기 쉬운 잠금장치를 통해, 총 30가지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만약 우리가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연구하지 않았다면 잠금장치는 두꺼워졌을 것이고, 각 요소들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어려웠을 것이며, 결국 볼륨이 큰 주얼리를 선보였을 것이다. 부쉐론의 장인들은 잠금장치의 크기와 볼륨을 최소화하면서도 각 요소들의 정교함과 섬세함을 보존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를 훌륭하게 제작해냈다.

아르데코 디자인을 선택함과 동시에 그것을 모던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돋보인다. 아르데코 디자인과 모던함의 간극 안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이번 컬렉션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브로치를 단일 모티프로 제작했기에 다른 컬렉션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원래의 모티프를 통해 보다 현대적인 비전,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었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함께 우리는, 마치 아르데코 모티프에 사로잡힌 듯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컬렉션의 모든 제품에 아르데코 요소를 담아냈다. 또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다채로운 착용 방법을 제안하면서 주얼리의 미학적인 요소, 규모, 크기, 그리고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했다. 이 부분은 메가 핑크(Mega Pink) 브로치의 XXL 버전이나 컬러 블록(Color Block) 미니어처 버전의 이어클립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의상에서도 영감을 받아 작업하였기에, 총 18개 작품을 다양한 컬러로 제작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클랩스, 링, 이어링, 그리고 브로치 위에, 에메랄드 그린, 사파이어 블루, 옐로, 그리고 핑크와 같은 유니크하고 현대적인 컬러를 투영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켄트 공작의 아쿠아마린 및 다이아몬드 더블 클립 브로치, 1937.

투르말린과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화이트 골드 소재의 메가 핑크 브로치. 옷깃에 수평으로 배치하거나, 수직으로 배치해 활용할 수 있다.

투르말린과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화이트 골드 소재의 메가 핑크 브로치. 옷깃에 수평으로 배치하거나, 수직으로 배치해 활용할 수 있다.

컬러블록 Color Block

힙노틱 블루 컬렉션 브레이슬릿

그린 가든 이어링

그린 가든 이어링

그린 가든 링

5캐럿 상당의 모잠비크 쿠션 컷 루비 1개,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화이트 골드 소재의 롤링 레드 링

문 화이트 네크리스

문 화이트 이어링

프로스티 화이트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영감일 것 같다. 새로운 즐거움과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주얼리 디자인에 접목하는지.

같은 주제와 스타일을 반복해서 작업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나의 창작 과정은 매우 직관적이며, 영감, 찰나의 순간, 그리고 꿈으로부터 시작한다. 영감은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으며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여행, 영화, 사진 등 다양한 시각적인 것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떠야 한다. 나는 자연을 무척 사랑한다. 자연에 둘러싸인 포르투갈에서 시간을 보냈을 때 가장 창의적이고 영감이 넘쳤다. 여행은 창의력에 가장 영향을 주는 시간이다. 그래서 매년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디자인하기 전에, 우리 팀은 “영감을 위한 여행”을 계획한다. 한 예로 2019년 멕시코로 여행을 갔을 때, 건축가 루이 바라간(Luis Barragan)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가 디자인 한 하우스 중 하나를 방문하였으며, 그의 전 동료 중 한 사람과 시간을 보냈다. 이 여행은 2020년 공개된 까르뜨 블랑슈, 올로그라 피크(Carte Blanche, Holographique) 컬렉션의 핵심 영감이 되었으며, 컬러와 빛 사이의 연결고리를 탐험하며 컬러를 주제로 선정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컬렉션을 감상할 독자들에게, 어떤 점을 특별히 눈여겨봤으면 좋겠는지 이야기해준다면?

부쉐론은 모든 분야에서 성별을 초월하여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나에게 하이 주얼리는 성별에 상관없이 개인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며, 부쉐론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젠더리스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항상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결과가 무엇인지 생각하기 때문에 남성만을 위해 특화된 주얼리를 디자인하지 않는다. 부쉐론이 제작하는 주얼리가 남성에게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라이크 어 퀸’ 컬렉션 프로스티 화이트(Frosty White) 라인의 디자인은 여성이 네크리스로 착용할 수 있고 남성은 케이프를 닫는 주얼리로 착용할 수도 있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우아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하이 주얼리는 향유하는 소유물이기도 하지만, 예술 작품을 보듯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아트피스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신이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는데, 부쉐론이라는 주얼리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 어떤 영감을 갖길 원하는지?

또 어떤 꿈을 꾸길 바라는 지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나에게 하이 주얼리란 감정과 시에 대한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라이크 어 퀸’ 컬렉션의 영감이 되었던 더블 클립 브로치는 감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그녀의 열여덟번째 생일을 맞아 가족들에게 더블 클립 브로치를 선물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통치 기간 동안 이 브로치를 거의 50여 차례나 착용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부쉐론의 작품에 담고 싶어 하는 특별한 감성인 것이다. 다이아몬드와 귀중한 보석을 사용하는 것은 다소 단순하고 의무적인 작업이지만, 그것들을 활용하여 감정을 불러일으킬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나는 사람들이 단순히 하이 주얼리 한 작품을 얻는 것이 아닌 감성적인 울림이 있는 작품을 찾기 바란다.

엘리자베스 여왕에게서 영감을 얻은 부쉐론의 ‘라이크 어 퀸’ 컬렉션

패션 에디터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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