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 2023 F/W 컬렉션
밀라노 패션위크 둘째날 열린 펜디 2023 F/W 컬렉션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일깨워줬다. 펜디는 올해 초 열린 오트 쿠튀르 컬렉션과 맨즈웨어 컬렉션을 통해 미니멀한 무드를 이어오고 있다. 펜디 여성복과 쿠튀르 컬렉션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좋은 소재로 만든 단순 명료한 컬렉션을 잇따라 선보이며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의 소재와 패턴에 대한 특별한 강점을 어필했다. 영감을 준 것은 다름 아닌 펜디 가문의 4대손이자 펜디의 주얼리 디자인 디렉터인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Delfina Delettrez Fendi). 킴 존스는 델피나의 개인적인 스타일링을 관찰하며 컬렉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브라운과 파스텔 블루 컬러를 매치하는 그녀의 과감함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터널 형태로 레이저 조명을 비추는 미래적 분위기의 런웨이 위로 모델들이 등장했다. 오프닝을 연 것은 남성복 요소를 더한 디자인. 풀린 넥타이를 연상케하는 네크라인의 비대칭 카디건, 남성용 스커트인 킬트를 레이어링한 팬츠, 칼라를 이중으로 댄 테일러드 코트, 어깨 부분을 컷아웃한 베스트 등 남성적 아이템이 오히려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어 등장한 레이스 슬립 드레스 시리즈는 얼마 전 열었던 펜디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처럼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한편 킴 존스는 미니멀리즘에 페티시즘을 살짝 주입했다. 클래식한 주름 스커트는 깊은 슬릿을 넣고 레이스업 사이하이 부츠를 매치했다. 팬츠의 여밈 부분에 버클을 장식해 시선을 끈 것도 같은 맥락. 후반부에 등장한 그래픽 컬러 블록을 넣은 니트는 칼 라거펠트의 1996년 FW 시즌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울, 실크, 레이스, 벨벳, 가죽, 아스트라칸, 램 스킨 등 풍성한 소재는 간결한 디자인을 더욱 빛나게 했다. 백 컬렉션은 마이크로 미니부터 빅사이즈까지 다양한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등장했는데,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멀티포켓을 장착한 새로운 바게트 백이었다. 여러 개의 주머니를 장착한 터프한 버전의 바게트 백으로 중성적인 분위기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