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QLO U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말하는 편안함의 미덕

김현지

매일 입을 수 있는 옷, 그리고 없어서 안 될 에센셜 아이템, UNIQLO U

모두를 위한 옷, 꼭 필요한 요소만을 갖춘 기능적인 옷,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좋은 친구 같은 옷. UNIQLO U의 아티스틱 디렉터 크리스토퍼 르메르가 말하는 편안함의 미덕이다.

UNIQLO U의 아티스틱 디렉터 크리스토퍼 르메르

<W Korea> 유니클로와 2016년부터 연을 이어왔다. 유니클로 파리 R&D팀과 함께 7년째 UNIQLO U를 지휘하고 있는데, 당신의 방향키가 되어주는 것이 있을까?
크리스토퍼 르메르 디자이너라면 일상적인 옷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외출하기 전 ‘어떤 옷을 입을까?’ 같은 아주 기본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나의 기본적인 작업 방식이자 방향키다. 늘 입버릇처럼 얘기하듯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옷을 만들고자 한다. 몸을 구속하거나 거짓으로 편안함을 꾸며내지 않는 옷 말이다.

나에게 UNIQLO U는 매일 입을 수 있는 옷, 그리고 없어서 안 될 에센셜 아이템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나와 유니클로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다. 우리의 일은 옷 입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봄/여름 컬렉션의 테마는 ‘감각적인 편안함(A Sense of Ease)’이다. 매 시즌 컬렉션 테마를 두고 고심할 것 같다.
컬렉션의 시작, ‘피치(Pitch)’라고 말하는 핵심 테마를 결정하는 특별한 방식은 없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어떻게 팀과 공유하고, 적용하는지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매우 물질적인 한편 대단히 감성적인, 느낌에 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대화의 힘을 믿는다. 마치 탁구를 치듯 팀원들과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테이블에서 아이디어를 던지면 누군가 뛰어오르며 맞받아친다.

옷이 전달하는 편안함, 그 종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몸이 편한 옷, 마음이 편한 옷이 있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질문이다. 둘 다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옷의 견고함과 기능성을 중시한다. 쉽게 구멍이 나지 않는 주머니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좋은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복잡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옷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하다. 착용자가 본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나의 역할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 내가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튼튼한 옷,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다.

UNIQLO U의 장점 중 하나는 레이어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나?
그렇다. 디자인 과정에서 팀 전체가 서로 다른 상의와 하의를 조합해 입어본다.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옷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는 이를 ‘모듈식 아이템’이라 말한다.

컬렉션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드로 스트링, 포켓, 스냅 버튼 등 UNIQLO U에 목적 없이 존재하는 디테일은 없다. 유니클로의 철학이기도, 나의 디자인 철학이기도 하다. 때문에 디테일의 기능성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샘플 단계부터 입어보고 테스트한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더 나은 일상을 위해 실천하는 일이 있을까?
일단 푹 자는 거다(웃음). 업무 모드 스위치를 끄고 나만의 일상을 사는 것이 핵심이다. 늘 일에 대해 생각하지만 워커홀릭은 아니다. 잘 챙겨 먹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영화를 보고, 꾸준히 운동한다. 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 평범함을 아끼고 집중한다. 지하철을 타고 설거지를 하는 등 나만의 루틴을 지키려 애쓴다. 좋은 디자이너라면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패션 에디터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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