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 Anderson 2023 F/W Collection

명수진

JW 앤더슨 2023 F/W 컬렉션

JW앤더슨은 2023년 F/W 시즌을 위해 2008년 자신의 이름으로 컬렉션을 론칭한 이후 지난 15년을 되돌아봤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내가 자주 하는 일이 아니지만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올해 초, JW앤더슨 남성복 컬렉션에서 그랬던 것처럼 JW앤더슨은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면서 미니멀한 기조를 이어갔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정의해나갔다.

런웨이는 원형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가운데에는 거대한 광고판 – 페니스를 그린 일러스트와 코카콜라 로고를 장난스럽게 변형한 ‘Enjoy God’s Disco’ 문구 – 이 설치됐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출신의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마이클 클라크(Michael Clarke)의 등장! 최근 런던 바비칸에서 열린 <마이클 클라크 : 코스믹 댄서(Michael Clark: Cosmic Dancer)> 전시는 JW앤더슨에게 영감을 줬다. 앤더슨은 컬렉션 노트에 ‘마이클 클라크는 선구자다. 시스템에 도전한 선동가로서 지배적인 문화에 맞서 반짝이는 손가락 몇 개를 던진 사람(Michael Clark is an incipit. A starter, a white page, the agitator who defied the system, who threw a couple of glittery fingers in the face of the dominating culture and created another)’이라고 언급했다.

컬렉션 전반에 마이클 클라크가 언급되었다. 페니스 일러스트를 티셔츠에 프린트했고, 아예 마이클 클라크의 이름을 티셔츠나 핸드백에 노골적으로 새기기도 했다. 마이클 클라크의 왕성한 작업은 JW앤더슨의 작업을 뒤돌아보게 했다. 모피 뷔스티에, 자이언트 칼라 오페라 코트, 브랜드 로고를 새긴 세일러 티셔츠, 크로스 디테일의 볼륨 팬츠, 실크 드레이퍼리 드레스, 트렌치코트 등 이번 컬렉션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과거 아카이브에서 가져왔다. JW앤더슨은 ‘낡은 걸 보면 싫기 마련인데 개선해 보려고 노력하는 게 좋았다. 정말 재미있고 자유로운 과정이었다’고 고백했다. 테스코(Tesco) 쇼핑백 모양의 티셔츠 원피스는 팝아트 작품 같았고, 밑단을 낡고 헤지게 처리한 벨보텀 팬츠처럼 실제 쇼핑 목록에 당장 넣고 싶은 것들이 공존했다. 한편 레더 미니스커트는 60년대 할리우드 배우 라켈 웰치(Raquel Welch)가 영화에서 입었던 사슴가죽 비키니를 연상시켰다. 이는 컬렉션이 열리기 바로 전 수요일에 82세의 나이로 사망한 여배우에 대한 헌사로서 선보인 것이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JW A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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