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100’에서 빛이 난 여성 참가자 4인 인터뷰

권은경

극강의 힘과 몸을 자부하는 남녀 100명이 모여 서바이벌을 치른 <피지컬 :100>의 참가자들을 만나봤다.

극강의 힘과 몸을 자부하는 남녀 100명이 있다. 직업도, 기술도, 근육의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이 강한 자와 강한 자가 한자리에 모여 서바이벌을 치른다면? 처음 보는 놀라움,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에서 빛이 난 여성 참가자 넷을 만났다. 이토록 힘찬 멋에 감탄한다.

심으뜸이 착용한 민소매 상의는 뮌 제품, 팬츠는 에디터 소장품.

심 으 뜸
1990년생, 운동 유튜버
“체력적으로 힘든 날에도 마지막 스케줄이 파워리프팅이면 설레서 아드레날린이 치솟아요.”

14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그녀에겐 ‘사람은 이름 따라 간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대체 그 으뜸 가는 에너지는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걸까? 심으뜸이 살아온 드라마틱한 인생에 답이 있다. 2.2kg 저체중으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아파서 자주 조퇴하거나 결석했을 정도로 약했다. 2012년에는 미국 여행 도중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목 신경을 다쳐서 눈동자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선천적으로 체력이 좋지 않은데 교통사고까지 당한거예요. 재활하면서 필라테스, 러닝, 파워리프팅 등으로 체력을 올리고 운동 능력을 육각형으로 만들었죠. 약점을 노력으로 극복했어요.”

그녀의 하루를 들어보니 입이 떡 벌어진다. “하루에 유튜브 영상 10개 정도를 찍어요. 그리고 축구를 4시간, 혹은 파워리프팅(중량을 드는 운동)을 하죠. 이걸 일주일에 3일 연속하면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건가’ 착각이 들 정도로 힘들어요. 그런데 체력적으로 힘든 날에도 마지막 스케줄이 파워리프팅이면 특히 설레서 아드레날린이 치솟아요. 무게를 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확신이 생기고 멘탈까지 강해지는 운동이거든요.” 심으뜸은 <피지컬: 100>에서도 드라마를 썼다. 체중의 40%에 달하는 토르소를 줄로 잡아당겨 버티는 패자부활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상체를 기울여서 하체 힘으로 버텼어요. 10분 뒤부터는 하체에 쥐가 나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상체 힘으로 당겼죠.”

참가자 100명 중 체중 많이 나가는 거로 치면 98번째라는 그녀는 어떤 생각으로 참가했을까? 호기심 반, 그리고 프로그램에서 심으뜸이라는 캐릭터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100명이 처음 모였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 건 심으뜸이었다. “다들 승부욕이 강하니까 프로그램에 과몰입해서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됐어요. 무엇보다 다치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다들 운동밖에 모르는 순수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화가 많거나 악한 사람은 한 명도 없더라고요.”

장은실이 착용한 크롭트 니트는 기준, 카우보이 팬츠는 그레이스엘우드 제품.

장 은 실
1991년생, 울산광역시체육회 소속 레슬링 선수, 전 레슬링 국가대표
“레슬링과 <피지컬: 100>은 닮은 점이 많아요. 레슬링도 전략이 중요한 스포츠거든요. 결국 비슷한 피지컬로 붙었을 때는 순간적인 센스가 경기를 뒤집어요.”

“저희는 가장 강한 팀을 이겼습니다.” 팀 미션에서 최약체로 예상된 장은실 팀이 우승 후보로 꼽히던 국가대표 레슬러 남경진 팀을 이겼을 때 한 말이다. 방송에 나온 그 대결의 제목은 ‘언더독’이었다. “제가 언제 경진 오빠를 이겨보겠어요. 오빠한테는 미안하지만 그 어떤 경기를 이겼을 때보다 행복했어요(웃음).”

괴물들만 모인 태릉선수촌에서도 레슬링 선수들의 운동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체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운동을 하루 4회씩 매일 한다. “그 훈련에서 지치지 않는 사람이 승리하더라고요. 레슬링은 아무런 기구 없이 맨몸으로 하는 원초적인 운동이잖아요.”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뛰어난 레슬러는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 레슬링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말랐거든요. 매트에서 20분 운동하는 것도 힘들었고 다른 친구들을 따라가기 벅찼어요.”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제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마인드가 생겼어요. 시야도 넓어진 것 같고요.” 그녀는 레슬링 선수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 같다고 했다.

매일 반복되는 훈련, 쳇바퀴 같던 일상을 보내던 중 <피지컬: 100>에서 출연 제의가 왔다. “이런 걸 언제 경험해보겠어요. 저는 실업팀 소속이니까 연차를 쓰고 참여했어요. ‘남녀가 어떻게 피지컬로 경쟁한다는 거지?’ 제작진이 어떤 힌트도 안 주니까 더 궁금했어요.” 레슬링과 <피지컬: 100>은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레슬링도 전략이 중요한 스포츠거든요. 결국 비슷한 피지컬로 붙었을 때는 순간적인 센스가 경기를 뒤집어요. <피지컬: 100>도 그랬어요.” 모두의 예상을 뒤집는 드라마 같은 대결에 시청자는 호응했다. “프로그램이 이렇게 잘될 줄 몰랐어요. 제 분량이 그렇게 많이 나올지도 몰랐고요. 평생 기억에 남을 거예요. 저는 정말 운이 좋아요. 세계 1위 프로그램을 만났으니까요.” 새로운 경험은 동기 부여로 이어졌다. 지금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제 본분을 지키고 싶어요. 근성 있게 훈련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인생이라는 게 계속 부딪치고 선택해야 하는 거니까요. 이제 다시 제 길을 선택해야죠”.

황빛여울이 착용한 롱 드레스, 이어링은 H&M, 부츠는 지방시 제품.

황 빛 여 울
1994년생, 크로스핏 선수
“제 강점은 멘탈이 강하다는 거예요. 크로스핏은 정말 힘든 운동이거든요.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멘탈 또한 강해져요. 그 모습이 오래 매달리기를 통해서 그대로 방송에 나온 것 같아요”.

황빛여울은 학창 시절부터 유명했다. 부산에서 체대 입시 학원에 다닐 때도 ‘엄청난 인재가 나왔다’고 남천동 일대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운동 수행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체대 선배의 권유로 크로스핏에 입문, 지금까지 수 년간 크로스핏을 연마하며 각종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크로스핏은 힘, 민첩성, 유연성, 심폐지구력, 균형 감각, 정확성, 속도 등 10가지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는 운동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청자들이 <피지컬: 100>에 가장 유리한 운동으로 크로스핏을 꼽았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황빛여울은 오래 매달리기 미션에서 1조 3위를 기록했고, 1:1 공 뺏기 대결도 가볍게 승리했다. “제 강점은 멘탈이 강하다는 거예요. 크로스핏은 정말 힘든 운동이거든요.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멘탈 또한 강해져요. 그 모습이 오래 매달리기에서 그대로 나온 것 같고요.” 쟁쟁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황빛여울은 기죽지 않았다. “<피지컬: 100> 인터뷰에서도 탑10까지는 꼭 가고 싶다고 했어요. 제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만큼 자신도 있었어요.”

그녀는 강한 사람의 조건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운동을 하는 만큼 자신감이 쌓이기에, 자신감의 크기는 그 사람이 운동을 얼마나 했느냐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어깨가 자랑스럽다고도 말했다. “이렇게 어깨 근육을 만들기가 어려워요. 남자들보다는 훨씬 오래 걸리고 힘들거든요. 그만큼 제가 열심히 운동해서 만든 몸이에요.”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크로스핏 생각뿐이다. “이제 크로스핏 대회 시즌이에요. 다음 주에도 대회가 있어요. <피지컬: 100>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우선은 대회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

박민지가 착용한 메탈 소재 브라는 라카지, 데님 팬츠는 와이프로젝트 제품.

민 지
1990년생, 영동군청 소속 씨름선수
“씨름은 모든 운동 능력이 다 필요한 스포츠예요. 상대방의 행동을 계산하지 않으면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넘어갈 수 있어요. 힘은 말할 것도 없고 탄력, 밸런스, 스피드도 중요하죠.”

“성별을 떠나 체구가 큰 사람과 대결하고 싶었어요. 저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덩치가 커도 씨름 기술로 한 번은 넘어뜨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죠(웃음).” 박민지가 1:1 공 뺏기 대결에서 지목한 상대는 남자 럭비 국가대표 선수였다. 럭비 선수라는 걸 뽑고 나서야 알았다. 아차 싶었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 “확실히 럭비선수는 다르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번쩍 들어 올려질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선택에 후회는 없다. 덕분에 씨름판에서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으니까. 대결 상대로 지목한 장성민 선수와도 절친한 사이가 됐다.

한편, 그녀는 다소 늦은 나이에 씨름에 입문했다. 학창 시절에는 육상, 포환던지기 유망주로 한체대에 입학했지만부상에 슬럼프까지 찾아오며 결국 운동을 그만뒀다. 고향으로 내려가 경남 거제에서 학교 스포츠강사로 일하던 중 귀인을 만났다. 우연히 알게 된 경남 씨름협회 관계자가씨름에 적합한 몸이라며 모래판으로 끌어들였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치열한 수 싸움, 기술을 통해 상대를 넘어뜨리는 씨름에 점점 매료됐다. 그렇게 21년에 입단하며 본격적으로 씨름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씨름은 모든 운동 능력이 다 필요한 스포츠예요. 상대방의 행동을 계산하지 않으면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넘어갈 수 있어요. 힘은 말할 것도 없고 탄력, 밸런스, 스피드도 중요하죠.”

박민지에게 목표를 물었다. 그녀는 설현처럼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장사 대회에서 우승하면 이름 앞에 ‘장사’라는 타이틀이 붙어요. 제 목표는 은퇴하기 전까지 장사를 10번 하는 거예요.” 1년에 열리는 메이저 씨름대회는 7개, 머지않아 이름 앞에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이 붙은 박민지 선수를 뉴스에서 볼 것 같다.

‘피지컬: 100’에서 궁금한 남성 참가자 6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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