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는 어떻게 리스 예보아와 협업을 시작했을까?
코스가 새로운 협업을 발표했다. 함께 손을 잡은 디자이너의 이름은 리스 예보아(Reece Yeboah). 그에게, 그리고 그를 익히 잘 알고 있을 누군가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아무리 서치를 해봐도 별 다른 정보가 나오지 않았고 겨우 정보를 긁어 모은 후에 나온 결론이라곤, 이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은 레이블을 이끄는 ‘소상공인’이라는 것이었다. 소상공인과 대기업의 협업이라니. 협업 론칭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와 그를 선택한 코스의 디자인 디렉터 카린 구스타프손(Karin Gustafsson)에게, 함께하게 된 과정을 물었다.
W 리스 예보아, 만나서 반갑다. 스스로를 소개해주길 바란다.
Reece Yeboah나는 가나의 헤리티지를 물려 받은 웨스트 런던 출신의 디자이너다. 패션을 독학해 ‘Saint’라는 런던 베이스의 브랜드를 운영했고, 지금은 ‘YEBOAH’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내가 속한 커뮤니티를 돕고, 다음 세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나의 목표다.
W 당신이 운영했던 Saint는 어떤 브랜드였나?
Reece Yeboah ‘Saint’는 스트리트 웨어에서 영감을 받은 작은 규모의 브랜드였다. 티셔츠와 후디들에 집중해 제품을 만들었고, 별 다른 도움 없이 브랜드를 키워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힘들었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W 카린, 리스 예보아는 어떻게 알게 되었으며, 그와 협업을 진행하기로 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
Karin Gustafsson 2019년, 우리 팀 직원이 왕립 예술 학교에서 개최한 프리즈 아카데미(Frieze Academy)에서 리스의 연설을 들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를 코스의 런던 헤드 오피스에서 처음 만났고, 마침 리스는 자신의 이름 Yeboah를 딴 새 브랜드를 론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가 되었던 간에 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서로에게 영감을 심어주고, 시너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W 이번 협업의 이름이 ‘변태(Metamorphosis)’다. 모든 생물들이 겪는 변태의 과정은 쉽지 않다. 리스 당신은 이 부분에서 본인의 삶을 투영한 것 같은데, 유년 시절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겪고 배웠나?
Reece Yeboah 런던에서 부유하게 나란 나는 사고뭉치였다. 어머니는 내가 잘못된 길로 빠질까 우려했고, 내가 누리는 호사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가나의 시골로 보내버렸다. 인터넷이나 전기도 없는 그 시골에서 학교를 가려면 매일 6마일(약 9.6km)을 걸어다녀야 했다. 그런데 그 삶에 적응하면서 세상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사람들이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나에게 있어 변태의 과정이었다.
W 훌륭한 어머니를 둔 듯 하다. 어머니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로고가 이해된다. 디자인하는 데에 있어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Reece Yeboah 모든 디자인의 이면에는 나에게 의미있는 메시지와 콘셉트를 넣는다. 그리고 당연히, 나의 진심이 담겨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이 포인트에 집중했고 마지막 최종 샘플을 본 순간, 내 손으로 만든 이 모든 것들이 증명되는 것 같아 너무 기뻤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나는 항상 난관을 긍정적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W 이번 협업으로 코스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은 무엇인가?
Reece Yeboah 코스의 세심한 테일러링과 클래식한 실루엣, 핏 그리고 품질 등은 이전부터 늘 나에게 영감이 되어왔다. 이번 작업을 통해 새롭게 얻은 것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소재의 중요성이다.
W 맞다. 환경은 점점 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고, 코스는 이 부분을 늘 염두에 두고 있으니까. 이번 컬렉션에서 친환경적인 관점에서 더욱 신경을 쓴 포인트가 있는가?
Karin Gustafsson 우리는 늘 오가닉 소재부터 재활용 섬유 혹은 동물성 가죽의 대체품 등 최대한 책임감 있는 소재를 찾아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이번 작업에서도 최대한 좋은 품질의 소재를 쓰고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데에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잠깐의 트렌드보다는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순환적인 미래에 좀 더 도움이 되니까 말이다. 우리는 2030년, 혹은 그 이전까지 순환 가능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소재를 100%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는 환경 중립, 더 나아가 2040년까지는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W 그런 노력이 한국인들이 코스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 시장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Karin Gustafsson 한국은 굉장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나라다. 음악, 영화, 음식, 패션 등 다방면으로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곳이다. 한국에서 직접 보든, 런던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든, 우리는 우리 컬렉션을 입는 한국인들의 스타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컬렉션을 예로 들면, 야구 재킷을 발목까지 오는 스커트와 매치하는 식으로 스타일링한 사람을 봤는데, 파격적인 레이어링과 서로 다른 무드를 결합하는 독창성이 돋보였다.
Reece Yeboah 나 역시도 이 곳에 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매장들을 방문하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곧 다시 오려고 한다.
W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셀럽이 있는가? 혹은 언젠가 꼭 한 번 내 옷을 입히고 싶은 꿈의 셀럽이 있다면?
Reece Yeboah 버질 아블로와 퍼렐 윌리엄스에게 굉장히 많은 영감을 받는다. 두 아티스트 덕분에 가능성과 희망을 느꼈고 이는 내가 성공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 언젠가 꼭 한번 입히고 싶은 단 한 명의 셀럽을 짚자면 릴 베이비(Lil’ baby)이긴 하지만, 단순히 셀럽을 넘어 누구든 내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자신의 옷이라는 편안한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W 마지막 질문이다. ‘변태’의 과정을 겪고 있을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Reece Yeboah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완전히 바닥을 치는 기분이더라도 어떻게든 계속해서 나아가고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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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에디터
- 장진영
- 사진
- COURTESY OF COS,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