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게 될 이별 영화 3편

우영현

이별 이야기를 볼 결심이 생겼다. 가슴을 후벼 팔수록 더 좋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내가 너랑 결혼하겠다고 나 하고 싶은 것도 포기하고 이렇게 일하는데 너 나한테 안 미안하니?” “진짜 그만해! 좀 그만!”

준호(이동휘)는 여자친구에 기대어 공무원 시험에 몇 년째 매달리는 중이다. 촉망받는 미술학도였던 아영(정은채)은 남자친구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한다. 영화는 그들의 로맨스에서 가장 차갑고 시린 계절에 시선을 맞춘다. 이른바 연애 말기와 이별 초기. 내 입장이면 몹시 괴롭고, 남의 사연이면 궁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소재이다.

영화의 자기소개부터 흥미롭다. ‘현실 이별 보고서’. 주위에 있을 법하거나 건너 건너 들어 봤을 준호와 아영의 이별기가 현실에 가깝게 이별기가 펼쳐진다. 여기에는 로맨스 영화를 다른 시각으로 조명한 형슬우 감독의 경험담도 녹아 있다. 그런 면에서 대사와 장면만으로 공감대를 흔드는 것을 넘어, 숨어있던 기억이 번쩍 선명해져 과몰입을 유발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영화관을 나오며 삭제한 누군가의 연락처를 기억해내려고 괜히 애쓰지는 말자. 2월 8일 개봉.

안녕, 소중한 사람

“내가 아픈 것 때문에 당신 삶이 영향받는 거 싫어” “내가 바라는 건 최대한 당신과 같이 있는 거야”

이들의 이별은 불가항력적이다. 희귀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엘렌(비키 크립스)과 남편 마티유(가스파르 울리엘)는 꿈속에서조차 겪기 싫은 상황을 함께 버텨내지만 조금씩 서로의 마음이 어긋난다. 그러던 중 엘렌은 시한부 처지이지만 자기 연민 없이 담대하게 살아가는 남자의 사연을 접한 뒤 그를 찾아 노르웨이로 여행을 떠난다.

삶의 끝에서 난생처음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마주한 엘렌, 치료의 희망을 놓지 않고 아내를 설득하는 마티유. 그들의 서로 다른 선택이 엇갈리고 충돌하고 포개지며 영화는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방식을 세상에 던진다. 특히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깊은 여운의 이야기를 한결 빛나게 한다. 지난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가스파르 울리엘이 건네는 마지막 인사 같아 더욱 얼얼하게 다가온다. 마찬가지로 2월 8일 개봉한다.

사랑 따윈 필요 없다고 외치는 이들을 위한 2월의 OTT 추천 영화

타이타닉: 25주년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꼭 살아남겠다고 약속해 줘요” “약속할게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게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켜 본 이별 이야기가 아닐까. 25년 전 개봉해 역대 흥행 순위 3위에 랭크된 <타이타닉>은 가진 건 없지만 자신만만하고 자유분방한 화가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상류층의 고루함에 갑갑함을 느끼는 로즈(케이트 윈슬렛)의 짧지만 굉장히 뜨겁고 강렬한 로맨스를 웅장하고도 아름답게 담아 냈다.

사실 <타이타닉>을 이별 이야기로 단정 짓기는 애매하다. 타이타닉호의 첫 항해와 침몰처럼 주인공들의 만남과 이별을 그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비극적인 결말 없이도 과연 세기의 로맨스로 평가받았을까 싶다. 확실히 그렇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만약 그들이 함께 생존했다면 그 결말은 예술적으로 무의미했을 거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러니까 전설적인 이별 영화가 개봉 25주년을 맞아 4K 3D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선보인다. 개봉일은 공교롭게도 2월 8일. 여기도 이별, 저기도 이별. 경이로울 만큼 이별 감성이 생생한 날이 될 것 같다.

2023 우리가 사랑할 영화들

가을에 어울리는 로맨스 영화3

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사진
영화특별시SMC, 티캐스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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