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뱅크시의 그래피티, 그 행방이 밝혀졌다.
지난 11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가운데 키이우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뱅크시의 그래피티 작업 7개가 공개되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뱅크시는 아무도 모르게 그래피티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은 뱅크시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남겨진 그래피티와 그곳 사람들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뱅크시의 그래피티로 큰 힘을 얻었다.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벽 아래에 욕조를 그리고 몸을 녹이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나 탱크 진군을 막으려 쌓아둔 장애물을 시소처럼 타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은 전쟁 중에도 포기할 수 없는 유머와 희망을 안겨주었다. 구호물자나 성금처럼 손에 잡히는 도움은 아니었지만, 누군가 그들을 지지한다는 사실만으로 도움이 된 셈이다.
그런데, 뱅크시의 그래피티를 뜯어내 경매에 부쳐 수익을 내고 우크라이나 군대와 시민 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지난 12월, 우크라이나 현지 시민 활동가인 세르히 도브히와 그의 동료들은 키이우 외곽 호스토멜의 한 건물 벽에 남겨진 뱅크시의 그래피티를 뜯어냈다. 불행 중 다행인지 길을 가던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도브히와 동료들은 즉시 체포되었다.
그들이 뜯어낸 그래피티의 경제적 가치는 900만 우크라이나 흐리우냐. 대한민국 원화로는 약 3억에 이른다. 재판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경찰국에 따르면 도브히는 최대 징역 12년형에 처할 수도 있다.
- 피처 에디터
- 전여울
- 글
- 박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