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거대한 인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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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어난 패션계의 거대한 인사 이동.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떠나고, 라프 시몬스가 자신의 이름을 딴 레이블을 종료했으며, 리카르도 티시가 떠난 버버리의 공석에 다니엘 리가 부임을 앞두고 있다.

2022년 메트갈라에서 자레드 레토(좌)와 쌍둥이로 분한 알레산드로 미켈레(우).

최근 구찌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 가 7년 만에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11월 24일 저녁에 발표된 성명에서 구찌는 미켈레의 “획기적인 창조성과 그간의 헌신”에 경의를 표했다. 구찌의 마르코 비자리 CEO는 “2014년 말 알레산드로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고, 이후 구찌가 8년간 빛나는 성공을 구가하면서 우리는 긴밀히 협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20년간 구찌에 대한 헌신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하는 동안 견고하게 다진 하우스에 대한 비전, 무조건적인 사랑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미켈레는 “우리는 각자의 다른 관점 때문에 갈라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 저의 모든 사랑과 창조적 열정을 지원하고 격려해준 회사에서 20년 이상 지속한 특별한 여정이 막을 내립니다. 이 긴 기간 동안, 구찌는 나의 집, 나의 특별한 가족이었습니다. 이 대가족, 그리고 그것을 돌보고 지지해준 모든 사람에게, 저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진한 포옹을 보냅니다.” 케어링의 발표에 따르면,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발표되기 전까지 구찌 디자인팀이 하우스를 이끌 것이라고 한다. 케어링의 회장이자 CEO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도 특별한 인사를 전했다. “그의 열정, 상상력, 독창성, 문화가 구찌를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했다. 그의 창조적인 여행에서 훌륭한 다음 장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구찌는 왜 미켈레와 이별을 고했나? 그들의 시작에는 미켈레의 기여가 거대한 변화를 가져온 건 분명했다. 2015년, 미켈레의 구찌 첫 쇼 당일 155유로였던 케어링의 주가는 쇼 직후, 약 538유로로 폭등했다. 미켈레가 구찌에 부임하기 1년 전인 2014년, 케어링 그룹의 매출은 100억 유로를 조금 넘었고, 그중 39억 유로가 구찌에 의해 창출되었다. 이후 몇 년 동안 구찌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고, 2021년까지 케어링 그룹의 매출은 176억3,000만 유로였으며, 이 중 55%는 구찌가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다른 케어링 브랜드, 특히 생로랑에 비해 성장이 더뎌졌다. 팬데믹으로부터 반등하고 있긴 하나, 광범위한 요소(세계적인 공급망 혼란, 지속적인 중국의 봉쇄 정책 같은)가 경기 침체를 동반하며 매출 상승이 둔화한 것이다.

케어링 회장 프랑수아 앙리 피노는 부진한 실적을 되살리기 위해 101년 된 이 하우스의 재정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 소식은 피노는 현재 미켈레가 구찌에 새 변화를 줄 수 없음을 확신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번스타인(Bernstein) 컨설팅 회사의 명품 수석 분석가인 루카 솔카(Luca Solca)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출 성장을 위해 구찌는 클래식으로 회귀할 필요보다는, 빠르게 뉴 챕터를열어야 한다. 이는 창조적인 에너지와 재능이 필수기 때문에, 알레산드로의 탈구찌는 빨리 이루어질수록 좋다.” 최근 50번째 생일을 맞은 미켈레는 20년 전 톰 포드가 이끌던 구찌 디자인팀의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합류했다. 2015년 1월, 당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프리다 지아니니가 갑자기 회사를 떠났고, CEO 마르코 비자리가 미켈레에게 단 5일 만에 F/W 남성복 쇼를 디자인하고 발표하게 한 것은 이미 전설이 된 유명한 일화이다. 결과적으로 발표된 컬렉션은 미켈레가 지향하는 젠더 플루이드 형식의 초석을 깔았고, 당시 선보였던 캥거루 퍼 구찌 로퍼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커다란 파란이 일었던 이틀 후 그는 공식적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임명되었다. 미켈레 특유의 맥시멀리즘, 꿈같은 보헤미안 코드는 2010년대 중반 패션 언어를 재설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퍼 프리, 젠더리스 같은 의식 있는 소비를 원하는 젠지 세대의 코드와 맞는 그의 컬렉션에 대해 비평가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고, 그는 구찌 고스트 트레버 앤드루와 대퍼 댄 같은 파트너들과 함께 컬렉션을 구상하는 협업 정책으로도 유명해졌다. 특히 미켈레표 구찌를 가장 잘 표현하고,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확립한 그의 파트너로 자레드 레토와 해리 스타일스를 꼽는다. 이제 구찌를 새롭게 자극하기 위해 누가 미켈레의 뒤를 이을지에 대한 추측은 불가피하게 됐다. 케어링의 새로운 도전은 미켈레 자신이 2017 F/W 쇼의 초대장에 제기한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이 모든 미래를 가지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한 가지 멋진 선택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으며 미켈레가 “천재”라고 묘사한 톰 포드일 것이다. 포드는 이달 초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28억 달러에 에스티 로더에 매각한 뒤 2023년 말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을 유지하기로 계약했다. 케어링은 포드 브랜드 인수에 관심이 있었고, 1990년대에 파격적인 관능미와 고급 미니멀리즘으로 구찌를 패션 명가로 띄운 디자이너의 복귀를 환영할 수도 있다. 포드는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넓게 보면 구찌는 전략적 전환과 선택에 직면해 있다. 첫 번째 행동 방침은 자체 브랜드의 안정적인 내부 혹는 다른 곳에서 충분히 검증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찾는 것일 수 있다. 무엇이 현명한 선택일까? 케어링 내부에서 고려해야 할 명백한 이름은 현재 보테가 베네타에 있는 마티유 블레이지와 생로랑에 있는 안토니 바카렐로다. 최근 시장에 나온 리카르도 티시와 오랫동안 소문이 자자했던 스타트업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피비 파일로도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젊은 무소속 후보 중에서, 피터 도 또한 강력한 후보자다. 그리고 두 번째 옵션은 당시 완전히 무명이었던 미켈레를 임명함으로써 비자리가 파격적 성공을 이룬 속임수를 다시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선택의 큰 장점은 새로운 디자이너의 코드가 성공적으로 확립되면 구찌의 상징이 된다는 것이다. 케어링이 누구에게 정착하든, 새 디자이너는 다양한 미학에 의해 정체성이 포화된 하우스로 이동한다는 숙제를 안게 될 것이다. 최근 트렌드는 스타 디자이너 대신 강력한 디자인적 아이덴티티를 가진 디자이너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최근 흘러나온 지방시의 매튜 윌리엄스 교체설에 낸시 도자카, 파코 라반의 줄리앙 도세나 같은 이름이 언급되는 이유다. 또 다른 질문은 미켈레의 다음 목적지다. 만약 그가 정원 가꾸기 같은 휴가를 오래 갖지 않는다면, 케어링의 영원한 라이벌인 LVMH에 관심을 가질 법도 하다. 루이 비통의 남성복 지휘자는 여전히 공석이니 말이다.

라프 시몬스 마지막 컬렉션의 오프닝 룩.

SNS를 놀라게 한 또 하나의 소식. 지난 11월 22일, 벨기에 패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2023 S/S 라프 시몬스 컬렉션이 27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몬스는 “우리가 이룬 모든 것에 대해 제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제 팀, 협력자들, 언론과 구매자들, 제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헌신적인 팬들과 충성스러운 팔로워들의 믿을 수 없는 지원에 감사합니다”라고 인스타그램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라프 시몬스의 브랜드는 팬들이 더욱 열렬히 수집하는 항목이 될 것이다.

시몬스는 프리즈 기간 동안 런던에서 그의 마지막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디자이너는 원래 런던 패션위크에서 쇼를 열 예정이었으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망이 발표된 후 버버리를 따라 빠르게 쇼를 연기했다. 패션 미디어뿐만 아니라 수백 명의 학생, 예술가,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은 그의 쇼는 그동안 파리에서 열렸고, 런던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셈이다. 긴 바는 모델들을 위해 런웨이로 변했고, 모델들은 핑크, 그린, 옐로 레깅스 위에 비교적 준비된 롬퍼, 카디건, 보디슈트와 드롭 웨이스트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발렌티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촐리와 i-D 글로벌 편집장 알라스테어 맥킴을 비롯한 업계 거물들, 스타일리스트 리아 애벗, 사진작가 라파엘 파바로티, 모델 겸 시인 소니 홀 등이 참석해 그의 마지막 쇼를 응원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함께 프라다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라프 시몬스.

젊은이들과 뉴웨이브 음악에 뿌리를 둔 그의 애칭 브랜드를 시작한 이후, 시몬스는 컬트 팬들을 얻었다. 그의 초기 컬렉션 작품은 리셀 플랫폼에서 아주 높은 가격에 팔린다. 4년 전, 그의 AW01 컬렉션 ‘Riot! Riot! Riot!’의 MA-1 보머가 패션 리셀 사이트 그레일드에서 4만7,000달러에 팔린 것은 큰 화제를 낳았다. 또, 시몬스는 패션을 넘어 아티스트 스털링 루비, 사진가 윌리 밴더페레,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함께 예술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기도 하다. 2023 S/S 시즌도 유럽 신표현주의 작가 필립 반덴버그에서 영감을 받아 진행했다.그는 과거 질 샌더, 크리스찬 디올, 캘빈 클라인 같은 빅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했으며, 2020년 4월 1일부터 현재까지는 미우치아 프라다와 협력하여 프라다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라프 시몬스 브랜드의 종료에 대해 프라다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고, 시몬스의 한 관계자 또한 인스타그램 게시물 외에 더 이상의 코멘트는 없다고 말했다. 프라다는 1월 밀라노에서 남성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피날레 인사 중인 리카르도 티시.

한편 버버리에서는 조너선 아케로이드(Jonathan Akeroyd) 신임 최고경영자(CEO)의 지시로 브랜드 방향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수개월간 돌면서 리카르도 티시가 4년 만에 버버리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11월 보테가 베네타에서 전격 퇴장한 다니엘 리가 티시의 후임으로 낙점됐다. 다니엘 리는 2023년 2월 런던 패션위크에서 버버리 데뷔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으로 교체 소식 발표 이후, 버버리의 주가는 4.24% 올랐다. 아케로이드는 “리카르도는 버버리의 위치를 바꾸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창의적인 언어를 향상시키고, 우리의 제품을 현대화하고 높였으며, 우리 브랜드에 새로운 세대의 럭셔리 고객을 데려왔습니다. 버버리의 모든 사람을 대표하여, 저는 그의 창의적인 리더십에 감사를 표합니다”라고 말했다.

아케로이드의 전임자 마르코 고베티가 2018년 티시를 임명한 후, 그들은 유서 깊은 영국의 명품 브랜드를 진정한 럭셔리 플레이어로 성장시켰고, 2022년 4월까지 28억3,000만 파운드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리카르도 티시와 비슷한 시기에 영입된 셀린느의 에디 슬리먼이 전년 대비 78%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에 비해 버버리가 11%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은 분명 대조되는 부분이다. 티시의 계약은 2023년 초에 만료되며, 그 바통을 보테가 베네타에서 경이적인 성공을 누린 영국 디자이너 다니엘 리가 이어 받는다.

베르사체에서 버버리로 입사한 아케로이드는 브랜드 인지도, 제품 혁신, 강력한 소매 네트워크를 자기가 해결할 3대 우선순위로 꼽는다. 그는 버버리가 영국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있고, 거대한 변화보다는 전임자
의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버버리를 유럽 경쟁사 수준으로 끌어 올려 장기적으로 현 매출의 거의 두 배인 50억 파운드 5 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다니엘 리에 기대어 번듯한 액세서리를 만들어 매출의 50%를 끌어내고 보다 풍성한 여성복 컬렉션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그의 그림이다. 그는 실적과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다음 단계에서 우리의 초점은 성장과 가속화에 맞춰져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중기 목표를 달성하고 현대 영국 명품 브랜드로서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 다니엘 리가 보테가 베네타에서 갑자기 사임했을 때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의견 차이 또는 다른 곳에서 큰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보테가 베네타는 그가 떠날 때 발표한 성명에서 파트너십을 끝내는 것은 ‘공동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셀린느의 피비 파일로 밑에서 일했던 리는 2018년 7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후 보테가 베네타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고전적으로 엮은 가죽 액세서리로 유명한 케어링 소유의 브랜드를 가져다가 파우치, 카세트, 조디와 같은 새로운 핸드백 모양, 생분해성 퍼들과 타이어 부츠와 같은 수많은 히트 액세서리를 탄생시켰고, 리한나, 스켑타를 포함한 유명인, 버질 아블로 같은 동료 디자이너에게도 사랑받는 섹시하고 날렵한 기성복으로 패션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이블 중 하나로 탈바꿈시켰다. 많은 미디어는 이 디자이너가 지난 3년 동안 ‘강력한 인상’을 남겼으며, 고급 백화점 액세서리 층에서 눈에 띄는 낙수 효과를 일으켰다고 평가한다.

최근 마이애미 아트 바젤에서 열린 버버리 파티에 참석한 다니엘 리.

아케로이드는 리의 상업적 성공을 언급하며 다니엘 리가 오늘날의 럭셔리 소비자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가진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특히 리의 ‘제품 감성’에 끌렸다는 그는 리를 처음 만났을 때, 브랜드의 유산에 대한 그의 탁월한 이해를 확인했고, 현대적 방식으로 영국성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현재 제품을 기반으로 럭셔리와 상품성이 교차하는 제품 완성이라는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비전을 공유했다”고 아케로이드는 말한다.그러나 리가 가진 특장점의 진정한 핵심은 그가 소비자와 비주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360도 비전’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그것은 오늘날의 현대 패션 산업에서 정말 중요합니다. 매장에 있는 제품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소통하느냐도 중요하죠. 저는 리가 한 일 중 (보테가 베네타의) 디지털 저널 같은 획기적인 비주얼 작업을 기억하며, 제품 메시징과 연계해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해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여러 제품 범주에 걸쳐 확장되는 버버리와 같은 브랜드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처럼 경제적 성과 부진은 디자이너의 사임으로 이어지는 등 인사 교체는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와 강력한 의지로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에도 디자이너의 이동은 많을 듯하다. 앞서 언급한 지방시 하우스 외에도, 버질 아블로 사후 공석인 루이 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마틴 로즈, 조너선 앤더슨 등의 이름이 오르고 있으며, 니나리치에도 젠더 플루이드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해리스 리드가 데뷔를 앞두고 있다. 매출과 크리에이티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것은 분명 디자이너들의 고충일 테지만,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는 자들을 관전하는 것도 우리의 즐거움 중 하나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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