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스트 패션 브랜드 Shein과 프리다 칼로의 컬래버레이션, 논란의 중심에 서다.
컬래버레이션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나초를 만드는 도리토스는 새로운 맛의 출시를 기념해 힙합 아티스트와 손을 잡았고,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만화 <심슨 가족>을 컬래버레이션 대상으로 삼았다. MM6 메종 마르지엘라가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과 함께 신발을 만드는 등 브랜드와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가운데 가장 단순하고 명확한 것은 시각 예술을 만드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디자인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스텔라 매카트니가 미국 추상미술의 대가 프랭크 스텔라(1936~)의 초기 작품을 2022 F/W 컬렉션의 디자인과 옷감에 차용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살아 있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티스트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저작권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이상 작품과 이름을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다. 심지어, 누군가 아티스트의 이름을 ‘상표’로 등록해두는 경우도 있다.
작품만큼이나 아이코닉한 외모로 널리 알려진 프리다 칼로(1907~1954)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프리다 칼로의 초상사용권이 만료된 2004년, 그녀의 유족은 ‘프리다 칼로’라는 이름을 ‘상표’로 등록했고, FKC(프리다 칼로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종종 산으로 가기도 하는 법. 2018년 ‘Barbie® Inspiring Women™’ 시리즈의 일부로 프리다 칼로를 모델로 한 바비 인형 출시를 둘러싸고 작가의 유족과 FKC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다. 유족들이 바비 인형이 프리다 칼로의 정체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 하지만 프리다 칼로의 초상권은 이제 ‘회사’의 소유물이 되었기에, 인형의 출시는 미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2022년, 중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쉐인과 프리다 칼로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다시 한번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유족들은 이번에도 컬래버레이션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쉐인은 H&M, 자라를 합친 것보다 규모가 더 큰 글로벌 기업이지만, 디자인 도용과 노동 착취를 통해 ‘울트라 패스트 패션’을 일궈내고 있다는 의심과 비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신제품은 출시되었고,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는 말이 없다. 자신의 예술이 삶을 뛰어넘어 다음 세대로까지 전달되기를 꿈꾸는 아티스트라면, 한 번쯤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 아닐까?
- 에디터
- 전여울
- 글
- 박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