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확장 개관한 박물관 ‘훔볼트 포럼’을 둘러싼 논란들.
전 세계 주요 미술관, 박물관이 앞다투어 식민주의 시절의 잘못을 돌아보고 새로운 역사를 쓰려 애쓰는 가운데, 독일 베를린에서는 20년에 걸쳐 6억 6,700만 유로를 들인 새로운 박물관 훔볼트 포럼(Humboldt Forum)이 문을 열었다. 2021년 부분적으로 개관한 뒤 올해 9월 확장 개관한 이 박물관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이미 8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방문했다.
훔볼트 포럼의 자랑은 50만 점이 넘는 전 세계의 유물. 박물관 건립에 20년이나 걸린 것 역시 이렇게 많은 유물을 담을 수 있는 건물과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 2022년이라는 점. 박물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제국주의 시절 강대국들이 식민지를 약탈하면서 만들어졌다는 걸 감안하면 어딘지 모르게 새로운 박물관의 개관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여러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불만과 항의 표시가 이어진 건 당연한 일. 2022년에 식민지 시절 유물로 만든 박물관을 새로 짓다니! 2020년에는 ‘훔볼트 포럼에 반대하는 문화 노동자 연대’가 결성되어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식민지 유물을 포기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헛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훔볼트 포럼은 개관에 앞서 50만 점의 유물 가운데 일부를 원래 유물을 가져온 나라에 반환했다. 물론, 실제로 유물을 돌려보내는 대신 소유권만 돌려주고 실제로는 ‘장기 대여’ 형태로 보관 중이다. 훔볼트 포럼 디렉터는 확장 개관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물 반환은 (옛 식민지 국가들과의)협력을 위한 첫걸음일 뿐입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해 유물을 약탈한 경험이 없는 한국은 훔볼트 포럼과 같은 겪을 걱정은 없으니, 그저 강 건너 불구경처럼 새 박물관 개관과 이를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아도 될까? 이 사건은 한국인으로서 미술과 예술을 바라보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단어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바로 ‘탈식민주의’다. 일상생활에선 좀체 듣기 힘든 낯선 단어지만, 탈식민주의는 2022년 지금도 여전히 미술과 문화계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주제다.
- 에디터
- 전여울
- 글
- 박재용